동국대학교 가정교육과 장영은
직관 경험담: 오이도 여행
평소 나는 합리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이지만, 추구하는 것과는 별개로, 사실 직관에 의존한 판단이나 행동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행동들에 대해서 종종 후회하기도 하지만 나에게 큰 행복감을 가져다 준 경험도 꽤 많다. 그 예로 즉흥적인 여행을 떠났던 경험을 말해보려고 한다.
재수를 하던 당시에 일탈이라면 일탈이라고 할 수 있던 여행이었다. 여행 이야기에 앞서서 재수에 관해 잠시 하자면, 나는 재수를 오로지 나의 의지로 내가 하고 싶어서 부모님께 부탁을 해서 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재수를 하는 친구들보다 나의 책임감에 대한 압박감이 컸던 것 같다. 하고 싶던 재수여서 부모님의 지원아래 학원을 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정말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자율학습인 일요일에도 매일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곤 했었다. 일요일에는 학원에서 밥을 제공해주지 않아서, 근처 다른 재수학원에서 공부하는 친구와 점심을 먹곤 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학원에서 공부하다가 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친구가 이야기를 하다가 오늘 너무 답답하다며 '바다를 보고싶다'고 말했던 것 같다.
바다를 보고 싶다는 그 이야기에 내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가본적도 없고 티비에서만 봤던 오이도가 생각이 났고 친구에게 “지금 오이도 갈래?” 라고 제안을 했다. 제안의 말을 하면서도 사실 학원에서 풀다가 온 수학 문제들이 생각났고, 친구가 당연히 무슨 말이냐고 반응할 줄 알았다. 그런데 왠걸 친구가 “그러자!”고 대답했고 학원에 돌아가지 않고 우리는 그 식당에서 지하철역으로 바로 향했다. 강남역에서 오이도역까지 1시간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그렇게 오이도로 가서 빨간 등대도 보고, 보고싶다고 말했던 바다도 보았다. 불과 2시간전만 해도 학원에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걸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 라고 친구와 웃으면서 말하기도 했다. 한참을 바다를 멍하니 쳐다보고, 바다 근처에서 그냥 외관이 예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서 수다도 한참 떨었다. 저녁은 카페에서 맛집을 검색해보고 (이건 합리적인 듯ㅎㅎ) 조개구이를 먹었다. 그리고는 다음날 학원 늦지 않게 가야지 라고 이야기하며, 다시 지하철 타고 집으로 갔었다.
완전히 예정에도 없었고 계획도 하지 않은 여행은 이 여행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친구와 나는 삭막했던 재수생활 중에 좋은 기억을 만들었고, 대학생이 된 지금도 만나면 오이도 갔었던 이야기를 좋은 추억이라고, 정말 잘 갔다 왔다고 이야기한다. 철저히 아무거도 따지지 않고 직관에 의존해서 갔다온 여행은 나에게 큰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다. 코로나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번 년도에 계획해던 여행이 모두 취소가 되었는데, 어서 상황이 좋아져서 계획 없이도 여행을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
(한 학기동안 정말 좋은 수업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제가 군대에서 근무했던 곳이 오이도였는데, 매일 근무하면서 봐았던 지겨운 바다풍경이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고 있을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글이네요,,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신 기억하지 않을 것 같았던 곳을 다시 생각하며 주변에 뭐가 있었나, 바다 풍경은 어땠나 돌이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도 어서 상황이 좋아져서 계획 없이도 이곳저곳 여행다녀보고 싶어요.
저는 비슷한 방식으로 대부도를 갔었는데 그 때의 좋았던 기억이 재수할 때 참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있어 정말 공감되네요.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어 다시 한번 대부도에 가보고 싶게하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