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봉도-사승봉도-대이작도에 이어 찾아간 섬은 자월도다. 대이작도가 이름의 유래가 있듯이 자월도도 이름에 대한 유래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시대 당시 관가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귀양으로 이 섬에 오게 되었다. 그는 자월도의 산인 국사봉에 올라 바다 위에 떠오른 보름발을 보며 억울함을 호소하였고, 그 때 달빛이 붉게 변하며 폭풍우가 쳤다는 전설이다. 지금도 날이 좋은 보름에는 바다 위로 붉은 보름달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자월도 가는법
인천항->자월도
오전 07:50
오전 08:30
오후 15:00
자월도->인천항
오전 10:15
오후 15:20
오후 16:45
대부항->자월도
오전 09:00
자월도->대부항
오후 15:50
가보고 싶은섬 (승선권 예약 사이트)
https://island.haewoon.co.kr/
기존의 섬을 향하는 배들은 인천항에서 출발하거나, 대부도에서 출발하는 시간은 같은데 돌아오는 시간만 다르다. 항을 떠난 뒤 자월도-승봉도-대이작도-덕적도순으로 들리기 때문이다(인천항의 경우 출항시간에 따라 목적지의 섬 개수가 달라진다)
자월도를 오는 백패커들은 대부분 장골해수욕장에 모이게 된다. 이 넓은 해수욕장에는 넉넉한 화장실과 개수대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소나무 숲 아래 평평한 땅이 자리잡고 있다. 이 뒤로는 몇 개의 식당 및 매점이 있어 부족한 물품을 사기에도 편리한 곳이다.
자월도는 농협의 하나로마트가 있을만큼 꽤 큰 섬이지만 보통 장골해수욕장과 산 국사봉이 대표적인 관광지다.
먼저 장골 해수욕장의 풍경은 서해섬 답게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물놀이를 하고 싶다면 특히나 물때를 잘 맞춰야할 정도로 장골 해수욕장은 갯벌이 넓게 펼쳐진 곳이며, 이 갯벌 때문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대이작도에서 소나무 숲 아래에 오래 있었기에 이번에는 해변에다가 텐트를 쳐보기로 했다. 며칠째 이어가는 인천섬 백패킹이기에 그만큼 새로움이 필요했다. 이러한 해수욕장은 다른 식물이 있는 땅에 비해 고정 팩을 박아도 쉽게 흔들린다. 그래서 더 긴 샌드팩을 사용해야하지만 일단 그냥 치기로 했다.
바람에 맞아가며 친 텐트. 옆의 지인 텐트는 바람에 넘어가기를 반복하고 주변에서 큰 돌을 공수해 팩을 고정하기까지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자리를 잡고는 지친 몸을 이끌고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도저히 뭔가를 해먹을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식당에 들어가 주문하는 순간 아주머니가 말했다.
“에휴 어떤 바보들이 저기다 텐트 쳤는지 몰라.”
“저 바보가... 저흰데요?”
“안돼! 다 날라간다고~”
본의 아니게 들은 뒷담 아닌 앞담. 아주머니는 정확했다. 바람에 어렵게 버티고 있는 텐트는 언제 쓰러져도 이상할게 없었고, 내부에는 바람을 타고 들어온 모래로 가득했다.
결국 소나무숲 아래로 이동했다. 괜히 수많은 백패커가 이곳에 자리 잡는 게 아니었다.
장골해수욕장을 기준으로 가볍게 산책을 갈만한 곳이 있다. 이전에 잠깐 언급했던 국사봉이 대표적이다. 이 국사봉은 해발 166m로 자월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그런데 이 국사봉이란 이름은 은근히 우리나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이름이다. 그 뜻은 나라를 생각하는 봉우리란 뜻으로 나라에 문제가 생겼을 때 관리와 백성들이 올라가 걱정하던 곳이다.
고도도 낮고 올라가기도 굉장히 수월한 곳이다. 특히 마을 뒬 이어져 중간지대까지는 임도로 길이 잘 닦여있고, 봄철에는 이 임도지대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배를 타고 오면서도 벚꽃을 확인할만큼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만약, 일정의 문제나 시간이 없어 즐기지 못했던 벚꽃이 떠오른다면 자월도를 떠올리자. 남쪽 지방 기준으로는 거의 한 달이나 차이날만큼 시즌이 달라 늦은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
몇몇 사람들은 장골해수욕장이 아닌 이 국사봉에서 백패킹을 한다고도 한다.
자월도의 가장 큰 재미는 해루질이 아닐까 싶다. 장골해수욕장 뒤에 있는 매점에서는 섬을 돌아볼 수 있게 자전거 대여가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호미와 장화가 눈에 띈다. 이 장비들은 물이 빠졌을 때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거나 새벽녘 해루질에 필요한 도구로 하루 빌리는데 품목당 5천원의 돈을 받았다.
갯벌은 흔히들 생명의 보고라고 말한다. 그저 학생일 때 배웠던 지리적인 지식이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체험하게 된 갯벌은 생명의 보고라는 말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물이 빠지는 시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장골 해수욕장에서는 갯벌에 늘 사람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른채 그저 호미와 바지락을 담을 코펠만을 가져가서 기웃거리다 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아주머니 혹시 바지락 캐는 팁 같은거 있을까요?”
“아~ 나도 사실 놀러온 사람인데 말이야...”
놀러 오신 분 치고는 현지인 마냥 바지락이 통에 가득했다. 아주머니의 팁은 단순했다.
1. 숨구멍을 확인하라
2. 얘들이 깊게 들어가 있지는 않고, 주변에 모여 있다.
그리고 내가 확인한 팁.
1.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이유가 있다.
2. 해수욕장 기준 먼 곳일수록 바지락의 크기가 커진다.
결국 우린 1L짜리 코펠 두 개에 바지락을 가득 채웠다.
바지락은 깨끗하게 씻어서 갯벌을 제거하며 죽은 바지락을 선별한 후 깨끗한 바닷물에 담궈 놓고 뚜껑을 덮어 놓으면 알아서 해감이 된다. 그 후 그저 청양 고추만 조금 썰어 넣으면 간도 필요 없는 바지락 탕이 완성이다. 이외에도 갯벌에서 잡은 작은 게들을 기름에 볶아 먹어도 훌륭한 안주가 된다.
첫날 해감을 실패해서 갯벌이 있었던 바지락탕. 뿌옇다.
이렇게 투명하게 맑은 게 제대로 해감이 된 바지락탕
자월도는 이전의 섬들과 달리 여러 곳을 살펴보기 보다는 이틀간 갯벌 체험만 한 것 같다. 물론 그만큼 무한 리필 바지락탕을 즐겼고, 다음 섬에 가져갈 바지락까지 충분히 챙겼으니 놀만큼 놀았다.
다른 곳에서도 갯벌 체험을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자월도는 섬이 가진 풍경을 더불어 간단한 산책길과 적절한 마트와 식당 덕에 더 호감이 가는 곳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