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이4단지 소식지
< 선생님과 함께 >
김지훈 학생의 카이스트 입학기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을 찾아 푹 빠져보세요”
유난히 추운 겨울, 엄마들의 마음을 더욱 시리게 만드는 것은 바로 자녀들의 학업 성적. 곧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해야 할 시기인데, 아무 걱정 없이 해맑은 얼굴로 웃고 있는 아이를 보면 가슴이 내려앉는다. 그런데 이때, 귀가 번쩍 뜨일 소식이 들렸다. 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카이스트 13학번이 된 학생이 4단지에 살고 있다는 것. 비결을 듣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가 주인공 김지훈 군과 어머니 고수정씨를 만나보았다.
<기자 이윤정>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카이스트에 합격한 것 축하드립니다. 카이스트생이 된 김지훈 군은 앞으로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학생 김지훈>
카이스트에서는 생명화학공학과나 유명한 정재승 교수님이 계신 바이어 및 뇌공학과,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해 전공할 생각입니다. 다행히 카이스트는 1학년 때 무학과라서 다양하게 연구 경험을 쌓은 다음 결정할 거예요. 또, 그쪽을 전공해도 끝까지 연구만 할 생각은 없어요. 경영을 접목할 수도 있고, 다양한 길을 모색해보려고 합니다.
<기자 이윤정>
공부를 꽤 잘하는 학생이었을 텐데, 처음부터 공부를 잘 한 건가요?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학생 김지훈>
초등학교 때는 그리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어요. 어머니의 지원으로 기본 실력은 있었지만 발현이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중학교 올라가면서 반 배치고사를 봤는데 1등을 해서 학생 대표로 선서를 하게 됐죠. 1등, 해보니까 좋았어요. 그 기억이 자꾸 맴돌면서 또 1등을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내신도 잘 받게 되고, 자연관찰탐구대회, 실험관찰탐구대회, 과학탐구토론대회 등 각종 대회에 나가게도 됐죠. 그러다 보니 과학고에 가게 될 배경과 내신이 자연스럽게 마련됐어요.
<기자 이윤정>
너무 순탄하게 들리네요. 공부만 했나요? 사춘기 시절, 방황 한번 없었나요?
<학생 김지훈>
공부만 하다니요. 전 놀기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때는 게임에 빠져 새벽부터 밤까지 게임을 하기도 했고, 애써서 다니게 된 영재교육원에 어머니 몰래 연속으로 빠져서 수료를 못할 지경이 되기도 했죠.
<어머니 고수정>
초등학교 고학년 때 게임에 빠져있길래 그렇게 좋으면 하는 데까지 해보라고 내버려 뒀어요. 몇 번 밤새고 게임을 하더니 스스로 조절을 하게 됐죠. 게임이 나쁜 영향만 미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한곳에 끈기 있게 앉아있는 엉덩이 힘은 기르게 해줬죠.(웃음) 그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것 나쁜 것 다 겪어보고 자신이 판단할 수 있게 기다리는 게 엄마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교육원에 무단결석을 할 때도 어이가 없었지만 제 화를 풀기보다는 선생님께 용서를 구하고 상황을 정상으로 만드는 데 먼저 신경썼어요.
< 연 극 >
<기자 이윤정>
그렇게 대처하시기가 쉽지는 않을 텐데요, 그럼 평소에 지훈군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해주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머니 고수정>
다른 부모님들처럼 잘 먹이고 잘 놀게 했죠. 어릴 때 특별히 제가 해준 것은 체험관, 과학관, 박물관 이런 곳을 많이 데리고 다녔어요. 여행도 많이 다녔죠. 책보는 시간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책보다 손잡고 다니면서 직접 몸으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이곳 저곳을 다닌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서 그치기보다는 그 경험과 연계해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찾아서 같이 했어요. 예를 들어 앙코르왓트를 여행갔다 오면 국내에서 하는 관련 전시도 보고, 관련 서적도 찾아보면서 좀 더 입체적으로 아이에게 다가갈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애썼어요.
<기자 이윤정>
과학고에 들어가니까 어땠나요? 수재들만 모여 있으니 더욱 경쟁이 치열했겠어요.
<어머니 고수정>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제가 저희 아들을 비추어 보면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지훈이는 연극, 힙합, 오케스트라 등등 동아리 활동만 8군데에서 했어요.
보통은 잠을 줄여 공부를 하는데 지훈이는 축제 때 잠을 줄였죠. (웃음) 놀기도 잘 놀고 할 건 다 하죠. 또, 친구들을 좋아해서 고민도 많이 들어주고 잘 챙기죠. 학년이 끝났을 때 그 친구에 대해 평소 느꼈던 점, 좋은 이야기 등을 메모해 초코파이에 붙여 반 아이들에게 다 돌리기도 했어요. 에너지를 분산해서 그런지 성적이 최상위권은 아니었지만 전 인성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특하다고 등도 많이 두드려줬죠.
< 오케스트라 플룻 >
<기자 이윤정>
보통은 쓸데없는 짓은 그만하고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기 쉬운데, 대범하신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많은 활동을 하고 공부는 언제 했나요? 시간을 어떻게 분배해 활용했는지 그것도 궁금하네요.
<어머니 고수정>
제 생각에는 몰입이 비결인 것 같아요. 이것저것 다양한 것을 놓치지 않고 하는 걸 보면요. 선생님들께서 “지훈이는 옆에 폭탄이 떨어져도 모르겠다”고 하실 정도로 한번 빠지면 푹 빠지거든요. 이건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데도 마찬가지에요.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한번 빠지면 대본을 통째 외워서 들려주곤 하거든요.
<학생 김지훈>
그날그날 계획을 매일 세워요. 기숙사에서 기상 후 아침 운동을 하고, 아침을 먹고 나면 시간이 조금 남는데, 보통 부족한 잠을 보충하죠. 그런데 저는 한번 자면 못 일어날 것 같아서 바로 학습실로 올라가 그날 계획을 짜요. 1교시부터 7교시까지 마치고 어떤 동아리에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세우고 매일 밤 그 계획을 체크해요. 잘 지키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새벽 2시까지 자습 연장 신청을 해서 마무리하죠. 과학고에 합격했을 때 좋아하면서 자주 밤을 새서 놀았는데 매일 새다 보니 습관이 돼서 그런지 남들보다 잠을 덜 자도 덜 힘들어요.(웃음) 저는 다행히 체력이 좋아서 가능했지만 밤샘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
<기자 이윤정>
사교육, 그 부분도 궁금한데요, 과학고와 카이스트에 입학하려면 꽤 많은 사교육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 중학교 수석 입학 >
<어머니 고수정>
과학고에 들어가니 필요하더라고요. 사실 초, 중학교 때는 선생학습을 안 시켰어요. 과학고에 입학할 때도 입학사정관 전형이어서 내신이 중요했고 그러다보니 현행학습이 더 중요했죠. 그런데 과학고에 들어가니 선행학습을 하고 들어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어서 수학이 너무 쳐졌어요. 그래서 필요한 부분을 학원을 다니며 보충했죠.
<학생 김지훈>
나중에 대입 전형에 있을 수학, 과학 심층면접을 대비해서 서울로 일주일에 한 번씩 학원을 다녔어요. 제가 필요한 부분을 파악해서 친구들과 함께 조사하고 어디가 좋은지 의논해보고 어머니께 말씀 드렸어요. 그 학원에 다니면서 보충하고 싶다고.
<기자 이윤정>
보통 아이들에게 “큰 꿈을 세워라, 구체적인 꿈을 찾고 나아가야 한다”, “목표가 확실해야 한다” 고 말하는데, 정말 그런가요? 지훈 군도 꿈을 먼저 찾고 나아간 경우인가요?
<학생 김지훈>
최종 목표를 지금 나이에 먼저 찾아 확실히 세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같은 경우, 작은 목표를 세워 하나씩 이뤄나갔어요. 중학교 다닐 때는 과학고라는 목표를 세웠고, 또 과학고에서 연구활동을 하다 보니 카이스트라는 목표를 세우게 됐죠. 사실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과학고 생각도 안했어요. “조금 더 위로 가볼까?” 이 생각을 꾸준히 하고 실천했던 것 같아요.
<기자 이윤정>
어머니는 지금까지 어떤 마음으로 서포트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교육철학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어머니 고수정>
인생은 장거리예요. 지훈이 동생은 객관적으로 보면 형보다 공부가 떨어져요. 하지만 형보다 뛰어난 부분이 분명히 있죠. 그래서 형은 단거리에서 우승한 거라고, 하지만 인생은 장거리이기 때문에 형이 무조건 우승자는 아니라고 말해주죠. 다른 어머니들도 꼭 공부뿐 아니라 자식들이 잘하는 분야가 각각 있을 거예요.
관심을 가지고 칭찬을 해주며 환경을 만들어주면 그 아이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색깔이 언젠가는 발현될 거예요. 부모는 그때까지 지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해요. 그게 제 생각이에요. 철학이라면 철학이랄 수 있겠죠. (웃음)
첫댓글 영재들이 모인 동네, 수험생 기도가 센 성당이라는 소문이 나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11년과 2012년 수험생들의 현황이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교우분들의 자녀들도 모두 훌륭하던데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많이 소개하면 위시티활성화에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