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로 보티첼리
Sandro Botticelli, 이탈리아,1445-1510
프리마베라
Primavera,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마치 아름다운 오페라의 한 장면 같이 화려한 그림이다. 가득 피어난 꽃들과 등장인물들의 매혹적인 몸짓과 의상을 보려무나. 이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속세가 아니고 별세계 갑구나.
마치 신들의 낙원을 보는 것 같지 않느냐? 그러나 이 명작은 자신이 살고 있던 피렌체에 봄이 왔음을 노래한 이탈리아 르네상스시대의 거장 산드로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5》란다.
'부활'이란 뜻을 가진 르네상스는 서기 14~16세기에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예술운동이란다. 그리스로마시대의 문화예술은 무척 찬란하고 풍요로웠지. 보티첼리가 살았던 시대의 예술가들은 다양하고 자유로웠던 그 시대의 문화예술을 동경했어. 왜냐하면 그동안 기독교 중심 사회 속에서 활동한 예술가들은 딱딱하고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만 했거든. 그래서 예술가들은 좀 더 인간적이고 낭만적인 자유로운 세계를 꿈꿨어. 자신들이 동경하던 문화의
부흥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내려던 르네상스 미술은 현대미술의 시작이었으며 근대 유럽 문화의 기반이 되었어. 그리고 이때부터 미술이 일반 시민들의 삶 속으로 확대되었지.
특히 신플라톤주의의 영향을 받은 보티첼리는 그리스로마시대의 아름다웠던 시와 신화에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하고, 파격적인 곡선, 화려한 색 그리고 멋들어진 구성을 통해 재현해냄으로써 새로운 예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려고 한 것 같아. 우리가 보고 있는 이 그림은 봄의 우화(Allegory of Spring)다. 알레고리란 추상적인 개념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다른 구체적인 내상을 이용하여 은유적으로 의미를 전하는 표현 양식을 말한단다. 아름다운 정원에서 봄을 즐기고 있는 여러 신들의 이야기를 한 장면에 담아 보여주려 한 것이지.
숲에는 황금색 오렌지가 가득하고 짙은 색의 나무들과 함께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고 있구나. 바닥은 아름다운 꽃과 향기로운 풀들로 발 디딜 틈이 없구나. 마치 카펫을 깔아 놓은 것처럼 말이다. 이 봄의 정원을 꾸미기 위해 보티첼리는 약 190종의 꽃을 그려 넣는 정성을 쏟았단다.
이제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보자꾸나. 한가운데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여인이 우아하게 끌어 올리며 화면 전체의 중심을 유지하고 있지? 그녀의 머리 뒤 배경의 나무를 아치형으로 배치하여 그녀가 이 그림의 주인공임을 확인시켜주고 있구나. 비너스의 머리 위에서 그의 아들 큐피드가 겨누고 있는 사
랑의 화살이 춤추고 있는 3명의 여신들(순결, 사랑, 아름다움) 중 누구에겐가 곧 날아 갈 듯하다.
세 여신의 왼편에는 칼을 차고 붉은 옷을 입은 사자의 신 머큐리가 이 아름다운 봄의 향연을 보호하고 있구나. 그림의 오른쪽에는 바람의 신제피로스에게 납치되어 결혼하게 된 요정 클로리스가 꽃의 여신 플로라로 변신한 채 화관을 쓰고 꽃무늬가 아름다운 드레스자락에 가득담은 꽃을 비너스에게 뿌리고 있구나 클로리스가 제피로스에게 붙잡히고 결혼하여 플로라로 변신하는 과정은 2개의 다른 신화 속 이야기지만 보티첼리가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한
장면으로 처리한 것이란다.
그런데 인물들의 패션이 특이하구나. 그림의 이야기들은 분명 그리스로마시대의 것인데 인물들은 15세기의 옷을 입고 있지 않느냐. 비너스와 플로라가 입고 있는 옷은 꽃의 도시 피렌체에서 만들어졌던 가장 세련된 옷이란다. 당시에 번성했던 피렌체의 화려함이 아직까지 풍겨오는구나. 게다가 이 시기의 미인들이란 이 그림처럼 적당히 살찐 여성들이었단다. 현대의 마인들에 비하면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긴 하지만 여기에 또한 당시의 우아함이 남아 있구나.
이렇게 보티첼리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자신이 살던 시대의 모습과 신화적 주제들을 한 장면에 녹여낸 것이란다.
보티첼리는 탐미적인 자신의 예술적 특징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그림을 통해 찬란한 피렌체의 봄을 찬양하며 동시에 르네상스 미술의 화려한 축포를 쏘아 올렸단다. 지금 피렌체의 봄도 이 그림처럼 아름다울까.
비너스의 탄생
Birth of Venus,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마술사에 영원히 기록될 기념비적인 누드화를 감상해보자, 예술과 종교가 한 몸이었던 시절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여인의 누드 르네상스가 꽃피우자 선구자 보티첼리가 <비너스의 탄생>을 선보인다. 이는 신화를 철학적 알레고리로 변형시킨 작품이다. 비록 그리스로마신화의 이야기를 벌렸지만 유일신 사상에 젖어 있던 중세의 장막을 걷어내고 완벽한 미의 상징으로 인간의 원초적 모습을 그려낸 거야.
이 그림은 후세의 누드화 탄생에 큰 영감을 주게 되는데, 당시로는 파격적인 작품으로 그리스로마신화를 즐겨 주제로 삼았던 보티첼리가 또 하나의 걸작을 남긴 것이지. 금욕적이고.침묵적인 증세를 막 벗어난 르네상스의 예술가들이 인간의 욕망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 된 셈이다.
그때까지의 그림과 조각의 누드모델들이 모두 남성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보티첼리는 신이 창조한 완벽한 미의 상징인 비너스를 현대적 표현에 의해 새로이 탄생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단다. 그럼 비너스가 탄생하던 순간을 살펴볼까?
비너스는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났단다. 비너스의 그리스식 이름 아프로디테는 거품(Caphirus)이란 말에서 유래했단다. 이 풍경은 바람의 신 제피로스와 미풍 아우라가 갓 태어난 비너스를 해변으로 밀어 보내는 거란다. 바람에 날리는 꽃들이 신비롭지? 알몸의 비너스에게 화려한 꽃무늬 옷을 입히고 있는 여인은 계절의 신 '호라이'란다.
조개 위에 선 비너스는 이제 갓 태어난 아이처럼 선한 눈을 하고 있구나 서 있는 자세는 고대 비너스 상의 전형적인 콘트라포스토(contrapposto) 자세로 몸무게를 한쪽 다리에 싣고 다른쪽 다리는 무릎만 약간 구부리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란다. 또 손으로 수줍게 몸을 가리고 있는데, 이 자세를 베누스 푸디카(venus puctica, 정숙한 비너스) 라고 부르지
아름다운 미인의 이상적인 체형은 8등신이라는데 이 그림에서의 비너스는 9등신 혹은 10등신으로 보이는구나 긴 목과 왼쪽으로 쭉 처진 어깨, 팔의 길이도 필요 이상으로 길게 그려져 있지? 조금 부자연스럽게 보이지만 그래도 해풍에 부드럽게 휘날리는 긴 머리카락과 고운 피부가 돋보이는구나.
색채도 화려하고 선도 유려해서 미의 상징인 비너스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해냈지. 그래서인지 고전 미술에서 최고의 누드화로 손꼽힌단다.
사실 <비너스의 탄생>과 <프리마베라>에 등장하는 비너스는 실제 모델을 두고 그렸단다.
바로 피렌체의 최고의 미인 시모네타 베스푸치(Simoneta Vespucci)였지. 그녀는 메디치 가문의 줄리아노의 애인이었어. 보티첼리는 당시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최대 후원자였던 메디치가의 초상화를 그렸거든. 그런데 그들의 주문으로 <비너스의 탄생>과 <프리마베라)를 그리게 된 게야. 이 아름다운 두 그림이 메디치가의 여름 별장에 나란히 걸려 있었다니, 메디치 가문의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보티첼리는 어디서 영감을 받아 이 <비너스의 탄생>을 그렸을까?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리스의 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구나. 1448년 피렌체에서 그리스 시인 데메트리오스 칼콘디레스의 시가 출판되었단다. 이 오래된 시인의 호머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던 게지. 그럼 보티첼리가 읽었을 그 시를 우리도 한번 읽어보자꾸나
"당당하게 황금관을 쓴 아름다운 아프로디테여
넓게 퍼지는 바다 물결위의 부드러운 거품을 타고
제피로스의 촉촉한 입김에 밀려
키프로스의 바닷가의 영지에 도착한 그대를 위해 노래하리라."
*할아버지가 꼭 보여주고 싶은 서양 명화 101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