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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란 한반도에 고구려, 백제, 신라가 있었던 때를 말한다. 낙동강 하류 지역에 가야가 있어서 사국시대라고 하는 이도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라는 명칭은 물론 당시 우리나라 땅에 있었던 국가의 이름이다. 그런데 이 외에도 많은 나라 이름이 전해져 내려온다. 경상북도 청도에는 이서국이 있었다고 하고 의성에는 조문국이 있었다고 한다. 가야 땅인 김해지역을 가락국 혹은 구야국이라고 하고 신라 땅인 경주지역을 사로국이라고 한다. 사로국, 가락국, 거칠산국, 독로국이라고 할 때의 국을 쉽게 얘기하면 국가의 체계를 갖추기 전 즉 국가 보다는 작은 정치체를 말한다.
기원후 3세기에 진수라는 중국의 역사가가 지은 역사서인 삼국지위지동이전에는 지금의 영남지역인 진한, 변한 땅에 24개의 국이 존재했었다고 하면서 그 국의 이름이 적혀있다. 이 24개국이 현재 어느 지방에 있었는지 오래전부터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구야국-김해, 안야국-함안, 미리미동국-밀양, 사로국-경주와 같이 이견이 없는 경우도 있는 반면 독로국의 경우 대부분 부산 동래지역이라고 하지만 거제도라고 하는 의견 등 이견이 있기도 많다.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시대라 유적에서 국 이름이 새겨진 유물이 발견되기 전에는 논란이 있을 것이다.
삼국지위지동이전에 기록된 변진한지역 24개국 외에 고려시대 사람 김부식이 편찬한 역사서인 삼국사기에도 우리가 잘 모르는 나라 이름이 여럿 등장한다. 그 중 울산지역에 있었다고 하는 나라가 우시산국(于尸山國)이다. 우시산(于尸山)의 시(尸)는 `ㄹ`로 사용되었는데 우시산이 울산이라는 지명의 어원이 된 것이다.
삼국사기 탈해이사금때 `거도`라는 장수가 있었다. 신라 인근에 우시산국과 거칠산국이 있어서 나라의 근심이었다. 해마다 신라와 맞닿아 있는 우시산국과 거칠산국의 접경지역에 말을 모아 병사들을 타게 했는데 두 나라는 전쟁의 징조라 생각하지 않아 안심하였고, 이에 방심한 틈을 타서 두 나라를 멸망시켰다고 한다. 이때 우시산국과 거칠산국은 신라의 남쪽 경계에 있었는데 각각, 울산과 동래지역이라고 한다. 삼국사기의 거칠산국이 삼국지의 독로국과 동일한 나라라고 하는데, 이에 반해 거칠산국을 언양이라고 하는 견해도 있다. 역사서에 있는 지명을 현재의 지역에 비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아무튼 우시산국이 울산이라는 데에는 다른 이견이 거의 없는 편이다. 하지만 울산의 어느 곳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중구 다운동에서 대규모 고분군이 조사됨에 따라 굴아화촌이 있었다는 굴화리 일대라는 견해도 있었다. 우시산국의 위치에 대한 논란을 한번에 해결한 것이 웅촌면 대대리 하대유적에서 출토된 청동솥이다.
1992년 2월 추운 겨울 웅촌면 대대리 하대유적 발굴현장. 희한하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중요한 유물은 꼭 휴일전 혹은 하루 일을 마치기 전에 발견된다. 지친 발굴단이 바로 퇴근하지 못하게 23호 나무덧널무덤에서 청동솥이 출토된 것이다. 나무덧널무덤은 이전시기인 청동기시대의 고인돌이나 돌널무덤, 또 원삼국시대의 나무널무덤에 비해 무덤의 규모가 커지고 부장되는 유물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아진다. 동북아시아에서 계급의 발생 혹은 국가 형성시기에 주로 나타나는 무덤형태이다. 청동솥이 부장된 23호 나무덧널은 묘광의 길이가 7.2m, 너비가 4.4m에 이를 정도로 대형무덤이다. 도굴의 피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청동솥 이외에 각종 토기류, 쇠칼, 쇠낫, 구슬류 등이 출토되어 이 무덤의 피장자가 당시 막강한 권력자임을 알 수 있다.
이 청동솥은 중국제이다. 한(漢)나라때 만들어진 것으로 중국에서 상나라 주나라 이래로 사용된 중요한 예기(禮器)의 하나인데, 신분을 나타내고 정치적 권위를 상징하는 물건이다. 이 청동솥을 앞에 두고 중요한 회의를 개최했을 것이다. 크기는 높이가 49.8㎝이다. 우리나라에서 청동솥은 이때까지 단 두 점 출토되었는데 하대유적 외에 한 곳인 양동리유적에서 출토된 것이 높이가 17.4㎝임을 감안하면 이 청동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웅촌 하대 유적에서 무덤을 축조한 사람은 중국과 직접 왕래하면서 이 유물을 입수하였을 것이다. 당시 외국과의 교역은 권력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이다.
이 청동솥은 진품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울산박물관에 모조품이 있다. 웅촌면 행정복지센터 로비에도 아주 잘 만든 모조품이 전시되어 있다. 울산시민 여러분이 많이 방문하여 청동솥을 직접 보시기를 바란다. 웅촌면 행정복지센터에 있는 청동솥은 우시산국 축제준비위원장이셨던 김석암위원장님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열과 성을 다해 진품과 동일하게 제작한 것이다.
하대유적 발굴을 통해 웅촌면 일대가 우시산국이 있었던 곳으로 비정되었고, 웅촌면에서 매년 개최하는 우시산국축제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행사가 되었다. 올해 축제가 열리지 않았다. 내년부터 다시 성대하게 열려 많은 시민들이 즐기는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