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픔을 천국의 희열로 승화 시킨 사람,
아픔이 아픔으로만 끝나지 않고, 새로운 힘으로 전이해가는 경우도 많다. 세계적인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간질병환자였다. 그래서 악령에서는 키릴로프를 간질병환자로 묘사했고, <백치>에서는 주인공 공작이 간질병환자였다.
소설 속에서 그가 말한 바에 의하면 사흘이나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오는 발작, 얼마나 그의 삶을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면 작품 곳곳에서 간질병을 예로 들었을까?
“어느 간질환자가 내게, 발작 직전의 그 예비적은 감각을 상세하게 묘사해준 적이 있는데, 꼭 당신 같았어요, 5초, 그도 꼭 그렇다고 했고,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어요, 물 주전자에서 물이 흘러나오려는 찰나에 마호메트는 자신의 말을 타고 천국을 질주했다죠, 물 주전자, 이것이 바로 그 5초를 말하는 것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에 나오는 글이다.
이슬람 전설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밤 수 천사 가브리엘이 날개로 물 주전자를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마호메트가 잠에서 깨어났다. 마호메트는 예루살렘을 여행 한 다음, 하늘에서 신과 천사, 예언자들과 담화를 나누고 유황지옥을 보았다고 했다. 이 모든 일이 흔들리던 물주전자가 원래대로 정지하는 데 소요되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일어났다고 한다.
그 간질병 발작의 전개과정을 도스토예프스키는 <백치>에서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다.
“발작 작전, 바로 그 찰나에 더할 나위 없는 황홀감이 간질병 환자를 어떻게 사로잡는지, 건강한 여러분은 모를 거요. 코란에서 모하메드는 그의 항아리가 쓰러져 물이 밖으로 흘러 내렸기에, 그 자신은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천국에 있다고 말했죠. 그러자 모든 영악한 바보들은 그가 거짓말을 하거나 그들을 속였다고 말했소. 그러나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소. 모하메드는 그들에게 거짓말하지 않았소. 분명 나처럼 간질병을 앓으며, 그 발작이 일어나는 동안 천국에 있었소. 나는 그 환희의 나라가 몇 시간이고 지속될 수 있는지 모르오. 하지만 내 말을 믿어주시오. 나는 지상의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기쁨과 그것을 절대 바꾸지 않겠소."
세상의 모든 사람이 가고자 하는 천국, 그 천국에서 누리고 싶어 하는 기쁨과 환희가 단 5초 만에 해결된다고 단언한 그 순간을 도스토예프스키는 작품 속에서 스스럼없이 묘사했지만 그것을 얘기도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통계적으로 볼 때 세계 역사속의 천재들이나 특별했던 사람들 중 여러 사람들이 간질병 환자였다고도 한다.
그 것을 다른 관점에서 묘사한 사람이 아우렐리우스이다.
“성행위 과정과 간질병의 발작과정이 비슷하다. 근육의 긴장, 헐떡거림, 땀 흘림, 눈동자의 뒤집힘, 얼굴이 붉어졌다가 창백해지고 마지막에는 몸 전체에 힘이 없어지는 것 까지 놀랍도록 닮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반혁명 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선고를 받고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그 고난의 세월을 겪었다. 그것도 한 인간에게 부족했던지, 가난과 함께 하늘에서 준 병이라는 천질(간질병)을 잃으며 불후의 역작을 창작한 것이다.
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는 그런 도스토예프스키를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비참한 상태에 있을 때, 고통의 한계까지 시달렸을 때, 삶 전체를 화끈거리고 욱씬 거리는 하나의 상처라고 느낄 때, 절망을 호흡하고 희망이 사라져 버렸을 때 우리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어야 한다. 우리가 비참한 상태에서 빠져 나와 고독하게 다리를 절며 삶을 응시하면서 삶을 더이상 거칠고 아름다운 잔인함으로 파악하지 않고, 삶으로부터 디 이상 아무것도 가지려고 하지 않을 때, 우리는 이 끔찍하고 훌륭한 작가의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그때 우리는 더이상 방관자도 아니며, 더 이상 향유자나 평가자가 아니게 된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말할 수도 없고 표현할 수도 없는 병, 그 병을 저마다 한 두 개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병을 어떻게 감내하고 아름답게 승화시킬 것인가는 저마다의 몫이리라.
2026년 7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