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열리는 지상 최대의 스포츠 축제 월드컵이 이제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인들을 보면서 지난 88올림픽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 한국인들은 외국인인 내가 보기에는 정말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
단일민족이어서 가능한 일이었을까. 학생.주부.직장인.기업인.정치인, 너나 할 것 없이 국민 전체가 올림픽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당시 이 문구는 길거리 곳곳에서 접할 수 있었다. 한국인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88올림픽은 한국을 전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이며, 한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도약대라는 데 동의하면서 들떠 있었다.
한국인들은 88올림픽을 위해 영어공부를 했고, 방송사마다 외국인이 길을 물어볼 때의 상황을 연출하며 그때 사용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한강 남쪽 강변도로가 올림픽대로로 명명되고, 88이라는 이름의 담배가 나올 만큼 올림픽의 열기는 뜨거웠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전국민이 벌였던 각종 친절.청결 캠페인 가운데 도로에 붙어 있는 껌을 제거해야 한다며 여성단체와 학생들이 단체로 껌을 떼어내던 모습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이렇게 전국민이 열성적으로 준비했던 88올림픽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올림픽 역사상 가장 훌륭한 행사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인들이 기대했던 것처럼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이 찾아왔고, 세계의 언론에는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이 특집으로 다뤄졌다.
그러나 나는 88올림픽의 성공을 이같은 외형적인 데에서만 찾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때 한국을 찾았던 외국인들이 성공이라고 말한 이유는 길바닥에 껌이 없어서도 아니었고, 올림픽대로가 잘 만들어져 있거나 경기장 시설이 훌륭해서도 아니었다.
88올림픽을 성공으로 만든 것은 한국인들의 마음이었다. 한국인들에게는 긍지와 자부심이 있었고, 열정이 있었다.
한국인들은 한국의 5천년 역사를 자랑스러워했으며, 이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시 한국인들은 친절하고 상냥했다. 나는 '원더풀 코리아'라는 말을 따뜻하고 성숙한 한국인들의 마음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났다.이제 전 세계인의 이목은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으로 집중되고 있다.
월드컵은 본선에 진출한 32개국만이 아닌 전세계가 주목하는 대형 이벤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가진 스포츠, 바로 축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즐기고 열정을 폭발시키는 축제다.
외국인 관광객 수나 지구촌의 TV시청률 등에서 이미 올림픽을 능가하는 행사다.
이번 월드컵은 21세기의 첫 월드컵이다. 한국은 또 다시 세계로, 미래로 향하는 관문에 서있다. 전세계에 한국을 나타낼 수 있는 얼굴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최근 월드컵을 앞두고 공중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자는 캠페인이 활발하다.
한 공중화장실 앞에는 '화장실은 한국의 얼굴'이라는 글귀과 함께 꽃을 담은 액자까지 걸려 있다. 그러나 한국의 얼굴이 화장실은 아닌 것 같다.
진정한 한국의 얼굴은 무엇일까? 한국에서 어느덧 20년 이상 살아오면서 한국의 갖가지 모습을 보고 느껴온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월드컵을 맞는 한국인의 마음가짐이 바로 한국의 얼굴이라고-.
존 구스데이브슨 한국 코카콜라 홍보담
2002년 04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