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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연구기획부장을 하고 있다. 학교의 업무 중 교육과정을 다루는 업무라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업무이지만, 동시에 손에 꼽히는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이다.
처음 업무 인수인계를 받던 날이 생각난다. 그전 학년도에 연구기획부장을 하셨던 분께서 나에게 책자 하나를 주셨다. 우리 학교의 교육계획서. 우리 학교의 모든 교육 활동이 들어있는 것이고, 나의 업무는 이것을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과 함께 계획하고 실현하고 성찰하는 것이라 하셨다. 책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것은 단순한 교육계획서 책자가 아닌 교육과정 그 자체임을 알 수 있다. 교육계획서의 무게를 아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해연도 11월이면 교육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각종 협의회를 실시하고, 그 후로는 쭉 차기 연도 교육 계획을 수립하고자 교육공동체의 뜻을 모으는 데 열중한다. 그리고 그것을 `교육과정`이라는 이름으로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까지 꼬박 5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교육과정(curriculum)이 라틴어의 달리다(curere)에서 유래된 것을 보면, 이 과정은 말이 달리는 길을 닦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이 배우고 겪는 모든 경험 말이다.
교육과정을 수립하는 이 과정에서 항상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내가 하는 것이 맞는가도 의문이었다. 예전에는 학교의 교육계획서를 홈페이지 등에 탑재하여 다른 학교의 교육계획서를 참고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지도 못한다. 다른 학교의 교육계획서를 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던 중 울산교육과정연구센터가 생겼다. 학교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그 연구 결과를 울산의 교육을 수립하는데 환류하는 곳이다. 각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활동이 울산교육을 이루기에, 각 학교의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일은 울산교육을 위해 필요한 일이었지만 그 누구도 시작하지 못했다. 그 일이 올해 시작되었다. 교육과정 전문성을 가진 연구진들로 구성된 울산교육과정연구센터는 초ㆍ중ㆍ고 학교급별로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학교 현장과 소통하며 체계적으로 울산의 교육과정을 연구한다.
울산교육과정연구센터의 연구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다른 학교의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살펴보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깨달았다. 울산의 교육 지표와 비전이 각 학교에 드러나 있고, 울산 교육과정 총론에서 제시되는 부분들이 각 학교의 특성에 맞게 고스란히 녹아있다. 부모와 아이가 닮듯, 울산 교육과정과 학교 교육과정도 많이 닮아있다. 울산교육과정연구센터는 그 `닮음`의 내용과 정도,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제대로 닮을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 `닮음` 속에서 각 학교의 특성에 맞는 교육이 펼쳐지고 있는지 `다름`도 연구한다. 각 학교의 교육과정은 그 학교가 처한 상황-교육공동체, 지역사회 여건 등-을 반영하기에 학교 교육과정의 `다름`은 매우 의미가 있다.
물론 아직도 첫 단추를 끼우는 과정에 있지만, 울산교육과정연구센터에서 하는 이 가치 있는 일들이 울산교육의 발전을 이바지한다는 사실에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길 바라는가?`에 대한 각 학교의 수백 가지의 고민이 모여,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가 만드는 울산교육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