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형 놀이 중인 마왕, 마왕을 혼내줄 열쇠를 가진 비아 -
마왕이 루시나와 사랑의 도피중이라고 알고 있는 비아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황궁생활에 다행이라 여기며 며칠간을 보냈다.
황제가 맘에 내킬 때면 황가 사람들은 모두 모여 조촐한 조찬을 보내기도 했고,
이름조차 외우기 힘든 머리로 겨우 외워둔 금세 친해질 수 있었던 릴리 궁의 릴리나,
후궁이자 그녀의 다른 어머니가 되는 레비유나라던가
그 외에도 여러 왕자들과 왕녀들도 한 번씩 얼굴을 맞댈 수 있었고,
그 때마다 곤란하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워낙 사교성이 뛰어난 황가의 자제들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곤란한 기색을 보일 때마다 일부러 말을 돌려주는 그들이었기에
조그만 기쁨과 감사함을 느끼는 비아였다.
하지만 싹 변해버린 루시나, 즉 비아의 모습을 보고 황녀를 떠올리고 있는 이들 중에선,
이렇게 색다른 느낌에 호감으로 다가오는 자들이 있는 반면,
순진한 웃음을 띠고 있는 비아를 몰래 의심하는 자들 역시 있었다.
비아가 여러 황족들의 시중을 드는 시녀들 사이로 한 번쯤 지나갈 때면,
말 하나만큼은 빛의 속도보다 빠르다던 그녀들의 수다가 펼쳐진다.
이것은 여러 귀족가의 공녀들과 공자들에게도 해당이 되는 말이었다.
제 1황녀, 루시나. 그 악독하고 영악한 성격은 이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쉬쉬 되어가며 퍼져있던 소문.
그리고 ‘ 아이가 달라졌어요.’ 에 보내고 싶을 만큼
거의 정반대로 변해버린 황녀를 보면서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된 신세대, 공작가의 자녀들.
아직 이렇게 착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황녀를 보며
미처 의심을 가지는 소유욕에 물든 여자와, 그를 수상쩍게 여기는 소년.
이 모든 이들의 눈이 아무것도 모르는 채 방실방실 웃으며 다니는 비아를 주목하고 있다.
★
아직 조금 이른 15년 전…….
왕국에서는 제 1황녀가 될 아이를 낳다가 운명을 달리한 황비 리비아프를 둘러 싼
이상한 소문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 황비께서 왕녀님을 낳으시다가 돌아가신 게 아니라, 독살로 인한 죽음을 맞으셨대.’
‘ 간사한 한 계집이 황제를 치맛자락으로 홀리어
아픈 황비님께 아무 손도 쓰지 못하게 했다던데?’
그리고 황비가 사한지 얼마 안 있어 황비자리를 당당히 차고 들어온 여자가 있었으니,
바로 지금 황제의 전처의 아이를 죽이려 하는 후처, 비블리아.
어디 출신인지, 어디 소속인지 아무 정보도 없던 그녀는
세 살 난 아들까지 꿰차고 황제에게 들러붙었다.
아니…… 거의 자신을 팔았다고 봐야 무방한 이야기.
이보다 더 오래전…….
그게 벌써 이보다 5년 전이자 비블리아가 전대 황제의 적통이 아닌
서자였던 현 황제 리베시프와 사랑을 나누던 20살의 청춘이야기가 존재하는 시대.
서로 사랑하는 줄 알았던 그들 사이는
정해진 관례로 전대 황제의 적녀였던 황녀 리비아프와 리베시프가 혼례를 치르며
자연스레 깨어졌고, 남은 건 버림받았던 비블리아의 아픈 추억뿐.
이리저리 치이던 비블리아가 구세주처럼 만난 자는,
상상도 못했던 그. 마왕 라하누엘 이었다.
3년 이란 시간이 흘러… 비블리아는 아이를 가졌다.
반천마의 아들이자, 인간의 피를 섞어 받은 불쌍한 아이, 하아트.
마왕은 비블리아에게 달콤한 말로 속삭였다.
“ 네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게 도와주겠다. 그리고 나의 명령을 따라라.”
언제부턴가 비블리아는 빠지고 말았다,
위험하고 깊은 마왕의 까맣고 매혹적인 어둠속으로.
그리고 비블리아에게 빠진 또 다른 남자, 리베시프.
불쌍하게 이용만 당해왔던 리비아프는 이리하여 죽었다.
모두 인형놀이처럼 마왕의 손에서 이용만 당했던 이들이,
이는 까맣게 모른 채 각자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혀를 굴리고 있다.
‘ 모두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다. 더럽혀진 몸과, 마음은 그 누구도 치유할 수 없지.’
리비아프, 리베시프, 비블리아, 이 삼각관계를 가지고 논 마왕, 라하누엘과
이 삼각관계의 결정체인 불행한 삶의 끝없이 이어짐인 적녀, 루시나와 서자, 하아트.
모든 것은 루시나의 자리에 우연히, 아니… 우연이 아닌 운명인 비아가
이 모든 일을 마무리 짓게 될 열쇠.
아픔의 끝에 치유의 손으로 마음을 어루만져줄 따뜻한 아이.
이들을 마무리 지을 아이는, 아직 시작의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
다시 어떤 아픔이, 어떤 나락의 끝이 기다릴지 모르는 암흑의 세계에서
허덕이는 레이힌 황가의 사람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비아는 이 일을 어떻게 맺을 것인가.
모든 것은 열쇠를 쥔 자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거늘…….
★
유난히 기분 좋은 아침을 맞고는 기분이 좋아서 생글 웃었다.
며칠 전부터 내 주위를 얼쩡대던 시녀의 이름은 라나.
내 손을 내리친 건방진 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날 배려했단 증거니까
난 그 아이가 맘에 들었다. 그리고 어제 무려 5분이나 안절부절 하다가
드디어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을 때, 친구가 되자는 내 말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어보이던 아이가 난 너무 좋았다.
내가 특이하다고 봐주지 않고, 단 사람 대 사람으로 정중히 나에게 대해줬던 아이,
오늘은 후식으로 코코케이크를 대접하겠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서 설렌다.
입에 들어가서 사르르 녹으며 찹찹하게 달라붙는 그 맛이란!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탕.
저녁에서야 나오는 도가니탕을… 아니, 코코케이크를 기다리기엔
내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도 많았고 지루했기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세상은 즐기라고 태어난 거야……. 그치? 그럼 한 판 놀아볼까… 우후.’
결혼한 다른 옹주들과는 달리 루시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15살 어린 아이였다.
이것은 지금 성숙한 이 모습이 적어도 20은 넘어보였기 때문에 놀람과 경악이었다.
제 나이도 모른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넘기며 나의 친구이자 시녀,
라나가 말해준 나의 나이.
혼례를 치르지 않은 덕에 싸늘하게 텅 비어만 있는 나의 건물, 로즈 궁.
이런 성숙한 열다섯 아이의 몸을 가지게 된 나는 얼떨결에 묘한 기분을 느꼈고
주섬주섬 옷을 챙겼다. 옷 입는 방법은 또 어디서 터득했는지 모를 지식으로
이렇게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었다.
간편하게 무릎까지 내려오는 짧은 원피스 형식의 화이트 드레스.
머리는 유난히 펌으로 말아서 부풀린 황녀, 루시나의 머리가 맘에 안 들었던 나는
쭉- 일자로 펴서 찰랑이는 생머리로 짠- 변신해버린 탓에,
꼬리뼈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다가 드디어 잡았다.
빠른 손놀림으로 틀어 올렸고 마지막으로 기다란 핀 비녀를
돌돌 만 머리카락 사이로 쑤셔 넣었다.
그제야 시원해지는 목덜미가 시리게 느껴질 정도로 개운한 느낌에 힘이 부쩍 솟았다.
이제 밖으로 놀러갈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많은 복도가 있었지만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그냥 쭉 직진하기만 하면 바로 놀 수 있는 터가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편하기 위해 굽이 제일 낮았던 구두를 골랐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색한 웃음을 떨쳐내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복도를 걷는 도중,
비틀거리고 있는 저번에 날 구해주었던 소년을 발견했다.
왜 아무도 없는 내 궁에서 싸돌아다니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위험해 보였기에 쪼르르 달려가 소년을 붙잡았다.
흠칫 놀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소년은 날 두려워하고 있었다. 왜?
소년은 내가 붙잡았던 손을 세차게 뿌리친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뚝뚝- 뜨거운 눈물이 차가운 바닥위에서 식어가고 있다.
앞의 아이의 애처로운 눈물이 내 마음을 울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멀뚱멀뚱.
공중에서 두 눈동자가 서로를 마주치고 있었다.
말을 꺼내는 듯싶던 소년은 내 목에 팔을 둘러서는 얼굴을 밀착시켜왔다.
차가운 입술이 맞닿아 나의 온기를 빼앗아 가고 있었다.
어리둥절해 있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당했다는 억울한 마음에 또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다. 난 얘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 하아… 내 앞에서 얼쩡거리지 마. 이제 순진한 척 하는 것도 역겨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그렇게 끌고 싶던 거야? 외로운 것을…
관심 받고 싶어 했던 거잖아. 왜? 이젠 기억을 잃은 척이라도 하는 거야?
하, 며칠 전에는 황제와 어머니께 안녕하세요.
……그리고 이젠 착한 이미지로 나가서 뭘 하자는 건데?
그게 진짜 자신이라고 말할 수 있어?”
나는 곧 그 아이의 뺨에 손을 댔다. 차갑고 싸늘한 얼굴빛으로 말했다.
“ 이게 내 자신이다. 불만 있어? 아참, 그리고 나 말이야. 루시나 아니거든?
제발 오해하지 말고, 사람 똑바로 쳐다봐.
사람 제대로 이해할 줄조차 모르는 주제에 네가 내게 뭘 말해줄 수 있는데?
지금 내 현실을 네가 이해해 줄 수 있단 말이야?
하… 그만하자. 너랑 말해봤자, 너는 절대 나 이해 못해.
그리고 이해하려고도 들지 마.”
뒤돌아서는 아이의 눈빛이, 애절하게 닿아왔다.
‘ 자신이 뭘 잘못했느냐는… 자신이 알아내야 할 주어진 문제.
그리고 네가 누군지는, 차차 알 수 있겠지. 또 보자, 내 동생아.’
끙- 짧은 듯 해서 계속 썼더니 자그마치 8kb.... ㄷㄷㄷㄷ
첫댓글 일빠 찍었군요..으후훗.-_-...재미있게 잘 읽고 가염.ㅎ..
꺄륵- 일빠님께 제 키스를 드릴래욤! ' 3' ((쮸웃- )) 유후- 이제 만족스럽제? 꺄아~ 사랑아찌 말 놓아욤 'ㅁ'? 안대? 안대? 꺄아- 그럼 미워할껴 -_-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보내 ㅋㅋ 어우, 표현 웃긴다. 언니 너무너무 잘읽었어>_< 재밌자너! 사람들이 많이 보는 이유가 따로 있던거야 ㅡ,.ㅡ? 앞으로 자주자주 보러올께에>_<
고래고래많이와-_-시험치는기간동안공부안하고소설쓴보람이있잖니호호호<낼시험인데6시간컴퓨터랑씨름했던형님<내가좀코믹에서놀아 ㅋㅋㅋㅋ★
ㅇ_ㅇ...아...나쁜마왕 내가 퇴치해주마 음하하!!마왕이 사람들을 갖고 인형극이나 펼쳤다니...-_-그걸 또 후세에 계속하는거아냐?우씨...우리불쌍한 비아만 희생되는고 아냐?ㅠㅠ으헝헝 나를 등장시켜주셈> ㅅ<내가 마왕퇴치하고 비아를 구해낼게!!
꺄아.. 도덕하고 영어 백점맞았어염★ 축하해줘, 향화누님6'ㅁ'
컁ㅇ컁 하누 재밋어.나지금 컴퓨터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올- 난 셤치고 방금 왔어 노래방갈까봐요★
형아...형아완죠니잘쓴다*=_=*이깔끔한문체....부...부러우어어어어!!ㅋㅋㅋ이거이러다가팬카페제의들어오는거아냠?흥흥- 부럽다규
... 왜 나는 니 칭찬이 듣기 좋아야 할텐데 껄끄럽냐 쿡쿡'; 'ㅁ' 패..팬카페라니 -_-* 그..그래도 니가 더 잘쓰는걸 ///?
캬캬컄 ㅋㅋ 진짜 재밌네 ㅋㅋㅋㅋㅋ 다음편 빨리 올려줘!!
... 왜 나는 니 칭찬이 듣기 좋아야 할텐데 껄끄럽냐 쿡쿡'; 'ㅁ' .. 너도 달이랑 똑같은 가식같은 존재였떤거야. 그런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