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소방서 예방안전과 직원 다리 골절 등 중상 입고 병원서 치료 중
대구 중부소방서 전경. 대구 중부소방서 제공
대구 중부소방서 소속 소방관이 상급자의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옥상에서 뛰어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장 노동조합 측은 상급자의 파면을 요구했다.
1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대구지부 준비모임(이하 전공노)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중구 남산동 중부소방서 4층 옥상에서 예방안전과 직원 A씨가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는 건물 아래 햇빛 가림막 위로 떨어져 목숨을 건졌으나 다리 골절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7년차 베테랑 소방대원인 A씨는 부서 상급자인 소방경 B씨의 과도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사, 고압적인 자세 등으로 평소 다른 동료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실제로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사고 당시에도 울분을 토해내다 우발적으로 뛰어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노 측은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근 경기 이천과 울산 등 순직사고와 대전에서 훈련 중 사고로 사기가 움츠러든 소방관들에게 직장 상사의 갑질로 인한 투신사고는 충격과 분노를 자아낸다”며 “지난해 대구시에 익명으로 제보했지만 대구소방안전본부가 제대로 된 조사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공노는 아울러 제보 접수 당시 A씨와 B씨를 분리 조치하지 않아 사고 원인을 제공한 중부소방서장이 최근 인사에서 사고 조사와 처리를 맡는 대구소방본부 감사담당관으로 자리를 최근 옮긴 데 대해 공정한 조사와 처벌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소방서장과 B씨가 고교 동문 사이라는 이유에서다.
전공노는 “B씨의 파면 조치와 해당 소방서장의 감사관 발령을 취소하고 지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들의 징계와 더불어 소방본부 측의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현재 본부 감찰팀을 통해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본부 관계자는 뉴시스에 “사고 후 대상자들을 불러 조사했고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감사 관계자도 “감사담당관은 당시 중부소방서장으로 근무한 탓에 이 조사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돼 보고를 받지도 않는다”고 뉴스1에 알렸다.
전공노 측은 또 “몰지각한 간부의 갑질로 소방의 신뢰는 퇴색했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뛰어야 할 17년차 베테랑 소방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고로 이어져 충격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며 “해당 소방서 갑질에 대한 투서에 대해 제대로 된 대구소방본부의 조사와 조치가 있었으면 이번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