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와 함께 '카사 디 엘레나'에서 점심

[경산]

새벽 홀로 한강변 산책을 마치고 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우리 점심에 내가 몇번 가본 '카사 디 엘레나'에서 먹을까?'

'350번 버스를 타고 내려서 전번에 봐 놓은 연구실 할 자리를 보고 가지 뭐'

'8월에 정년을 마친 후에 무엇을 할까? 하는 것이 최근 나의 고민거리이다.'

흔히들 가는 요양병원은 나중에 입원은 하여도 근무는 하지 않을 작정이다.

왜냐하면 늘 젊은 사람들, 학생이나 전공의, 또는 교수들이나 직원들 사이에 근무를 하다

보는 환자도 노인, 일하는 의사도 노인인 곳에서 근무는 하기 싫으니까.

후배가 큰 병원 원장으로 있는 곳에서 있어 달라.

이 제안도 탐탁치가 않다.

일하는 순간부터 내가 늘 '갑'에서 '을'의 입장으로 바뀌게 되니까.

그냥 빈둥빈둥 놀면서 책이나 보고 글이나 쓰고 한번씩 회의나 자문에 응하고

하던 법학 공부하면서, 또 운동도 시작을 하고, 가만히 생각하니 할 일도 많다.

그럴려면 나의 연구실을 그대로 옮겨 가 조용한 곳에 지날까? 하고

흑석동 부근에 여러 곳을 알아보았으나 마땅한 데가 없다.

학생들 용으로 스튜디오나 원룸, 고시텔은 있어도.

하필이면 흑석동이냐? 하면

이동네가 나의 나와바리, 밥먹고 술마시고 머리깎고 구두 닦고 시장보고 약국가고 모두 다 할 수 있는 곳이고

나를 찾은 사람들 보러 한번씩 병원에 들릴 수도 있고

주차 편의 등 편리한 곳이며 내가 자주 산책하는 한강변과 국립현충원이 지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은 곳이 아파트 상가 일층의 문닫은 약국하던 터.

이 상가는 장사가 잘되지 않아 권리금도 없으니

한쪽은 아파트를 보고 난 창이 있고 한쪽은 복도를 면하나 다니는 사람도 적다.

하여튼 대충 훑어보고 육교를 건너 점심을 먹으러 간다.

아래의 사진은 지난번 후배와 갔을 때 사진이나 오늘 점심은 주방이 특별히 신경을 써서 푸짐하다.

실속있게 점심 세트메뉴를 시키고 처는 주요리를 토마토 소스의 해물 파스타와 나는 해물 리조토를.

이건 숟가락으로 퍼먹기 편하니까.

아래 층이 유명한 제과점 'Wien' 이라 그런지 빵도 맛있고 오늘은 한가지가 더 나왔다.

와인을 시키려니 이번에 새로 구매한 하우스 화이트 와인을 한번 드실래요?해서

하우스와인으로 화이트와 레드 각각 한잔씩 시킨다.

화이트는 약간의 산미가 도는 뉴질랜드 말보로의 쇼비뇽 블랑이다.

오늘은 브로커리 스프가 아니라 콘 스프이다.

샐러드도 더 많이 담겨 나왔고.

처가 시킨 해물 파스타와

내가 시킨 리조토.

마지막으로 나오는 커피도 향기로웠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어느 여자가 식당을 들어오며 아는 척을 한다.

누군가? 하고 엉기다가 생각이 난다.

며칠전에도 외래에서 인사를 하는 부부를 안면이 많은데 하고

고개를 갸웃뚱하는 모습을 보고 '장소가 바뀌니 기억이 안나는 모양이지요'

바로 전날 머리를 깎은 병원 앞 이발소 부부이었다.

내가 애용하는 우리 병원 지하식당의 '평양 순대집'의 여주인이다.

이 집을 가면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자리로 안내를 하고

순대정식 1만원짜리를 시키지 않고 7천원짜리 순대국, 고기반, 순대반, 을 시켜도

술한잔 할 수 있게 서비스 안주를 따로 챙겨준다.

나오다 그 자리를 지나니 일어서서 인사를 하며 캐나다 밴쿠버에서 온 동생부부를 소개하고

나 역시 처를 인사시킨다.

에어컨 잘되어 있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까 딱 세시간이 걸렸다.

[철산]

간단하게 식사하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과 영양 상태도 안되고....
새로운 연구실의 월세는 계속 나갈텐데, 수입이 뒷 바침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