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 '로렐라이'에서 보는 문학의 역할

[민병식]

[문학칼럼]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 '로렐라이'에서 보는 문학의 역할

민병식

“가장 깊은 진리는 사랑에서 나오고 사랑은 안개 속의 별과 같다.”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1797-1856)의 말이다.

1797년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 났는데, 1831년에 독일을 떠나 프랑스에 정착하였으나 오랜 병마와 가난에 시달리다 1856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연애시들은 씁쓸하지만 한편으로는 달콤하기도한 자조적이며 풍자적인 작품들이 많다. 하이네는 낭만주의적 서정시인이자 혁명적 이상주의의비판적 시각을 지닌 시인으로 한때 조국 독일로 부터 버림받았지만 지금은 독일의 세계적 시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독일 시인 하이네의 수많은 시 중에서도 특히나 잊혀지지 않는 명시가 있으니 바로 로렐라이다. 

로렐라이(Loreley)-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나는 알지 못하네

너무 슬픈 것이 무슨 의미인지

내 마음에서 떠나질 않네

태고적부터 내려오는 동화 하나가

바람은 서늘하고 날은 어두운데

라인강은 고요히 흐르고

석양에 산꼭대기가 붉게 찬란히 빛나고 있네

세상에서 가장 아리따운 처녀가

저 언덕 위에 황홀하게 앉아서

황금빛 장신구를 번득이며

황금빛 머리를 빗어 내렸다지

황금 빗으로 머리 빗으며

그녀는 노래했다네

그것은 이상하고 놀라운 가락이었네.

조각배의 사공 걷잡을 수 없이 사로잡혀

암초는 바라보지 않고 언덕 위 만 바라볼 적에

물결이 마침내 사공과 조각배를 삼켰다네

그것은 로렐라이가 노래로 하였던 것이라네.

Ich weiß nicht, was soll es bedeuten

Daß ich so traurig bin;

Ein Mährchen aus alten Zeiten

Das kommt mir nicht aus dem Sinn.

Die Luft ist kühl und es dunkelt,

Und ruhig fließt der Rhein;

Der Gipfel des Berges funkelt

Im Abendsonnenschein.

Die schönste Jungfrau sitzet

Dort oben wunderbar,

Ihr gold'nes Geschmeide blitzet

Sie kämmt ihr gold'nes Haar.

Sie kämmt es mit gold'nem Kamme

Und singt ein Lied dabei;

Das hat eine wundersame,

Gewaltige Melodei.

Den Schiffer im kleinen Schiffe

ergreift es mit wildem Weh,

Er schaut nicht die Felsenriffe,

Er schaut nur hinauf in die Höh.

Ich glaube, die Wellen verschlingen

Am Ende Schiffer und Kahn;

Und das hat mit ihrem Singen

Die Loreley gethan.

로렐라이는 `요정의 바위'라는 뜻으로 라인강 중류의 강기슭에 있는 큰 바위의 이름인데  물의 요정 로렐라이가 강에서 올라와 노래를 부르면 라인강을 항해하는 뱃사람들이 요정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도취되어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배가 물결에 휩쓸려서 암초에 부딪쳐 난파한다는 전설이다.

그리이스 신화의 한 장면과 비슷하다. 오디세우스  이야기,키르케의 섬에서 1년을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갈 때 그가 조심해야 할 것이 두 가지가 있었다. 바로 사이렌의 노랫 소리와 무시무시한 칼립디스의 해협,  사이렌의 노래는 한 번 들어서면 홀려서 이성을 잃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마력이 있다. 오디세우스의 일행들은 모두 귀를 막고 떠났으나 호기심 많은 오디세우스는 자신을 돛대에 묵으라 지시하고 귀를 막지 않고 길을 떠난다. 사이렌의 노래는 너무 유혹적이어서 오디세우스는 자신을 풀라고 소리치고 난동을 부렸으나 다행이 일행들은 듣지 못하여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로렐라이의  전설을 통해 하이네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나. 평설은 로렐라이 전설을 설명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 생각되지만 필자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하이네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그녀 부모의 반대로 사랑했던 여인과 헤어져야 했다. 그 헤어짐을  나폴레옹 몰락 이후 왕정복고 시대로 민족적, 자유주 움직임이 지배세력에 의해 억압되고 있었던 것을 의미하고 본다. 근대성이 유입되던 1820-40년 독일도 낭만주의의 영향을 놓이게 된다. 초기 낭만주의자들은 인간의 어두운 심연, 알 수 없는 비밀스러움, 현실이 아닌 꿈과 같은 무의식적인 것, 중세의 마력적인 것, 환상과 신비의 세계 등에 대해 추구하고 있었으나 왕정복고시대 억압된 정치적 현실, 파열된 사회적 현실, 고통 속에 살고 있는 민중들의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사회적 압박에서의 인간 해방과 자유의 문제를 갈망하게 된 것이다.

글은  생각하기,  공감, 공유성 이 세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의 위기를 문학적 도구를 원용하여 극복하려는 것이다. 즉 글은 멋진 글귀를 찾아내 서술이나 묘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이 주는 울림이 있어야 하고 즉 무엇인가 생각하게끔 하는 제시, 그리고 나아가야할 방향과 시대정신이 있어야한다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삶에 대한 대안제시 및 실천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들어있어야한다고 본다.  순간 이목을 끄는  '나는 그래'로 그치는 글은 글을 씀에 있어서 피해야할 요소이다. 

시를 통해서  하이네는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파도가 몰아치고 암초가 곳곳에 널려있고 그곳을 지나가는 사공과 같은 우리들, 그리고 사이렌의 노래에 홀리듯 유혹하는 것들은 많은 혼탁한 세상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고 어떤 영혼으로 살아갈 것인지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사진 네이버

[황득 김한규]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마음에는 늘 유혹이 따라다니나 봅니다.
'로렐라이 언덕'이라는 노래를 그 의미도 모른채 불렀던 어린시절이 생각납니다.
'요정의 바위' 에 올라온 '물의 요정'의 노래에 뱃사공들은 그 노래에 취해
암초에 부딪히고....... 어쩌면 인간은 스스로 유혹에 빠지기를 희망하는지도 모릅니다.
언제나 우리 주변에는 유혹이 도사리고 있지요.....
로렐라이 잘 감상하고 갑니다.

[민병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