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꿈
- 여강 최재효
모두 헛수고가 되고 말았습니다
동장군과 피눈물나는 싸움의 결과가
겨우 이거란 말입니까
나는 승복할 수 없습니다
누가 나의 꿈을 가져갔습니까
종달새가 집을 짓기도 전에
제비가 오기도 전에
벚꽃 잎이 아직도 싱싱한데
매미가 벌써 찾아왔습니다
누구의 입김인지요
누구의 언어인지요
결국 이렇게 되고 마는 건가요
임이시여 !
달(月)의 공전속도를 늦춰 주시고
성급한 계절의 고삐를 꽉 쥐소서
종달새가 가을에 다시 찾아와
기러기와 다투는 일이 없도록 하여주시고
제비가 박씨를 두고 와
흥부의 자식들 가슴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자비를 베푸소서
도대체 누가 봄을 훔쳐갔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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