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아내의 성화에
하루 전 금식하고
밤새 변기통 껴안고 뱃속 다 비우고
종합검진받으러 가는 날 아침
잠도 못 잔 양반이 운전을 어찌하냐고 택시로 가라는
아내의 말대로 택시 정류장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도로마다 꽉 찬 차들을 보며
택시는 포기하고 되돌아 버스정류장으로 갔습니다
병원 앞을 경유하는 버스가
운이 좋게 5분 후 도착이라는 형광판을 보며
병원에 늦지 않겠다는 생각에
정류장 긴 의자에 앉으려 할 때.
힐끗 바라보며 폰으로 고스톱 치던 마스크를 코 밑에 걸친
엄청 몸이 부유하신 60대 빨간 바지 아주머니.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버스가 왜 이리 더디 오냐며"
신경질적으로 따지듯 말했지만
그분에 말을 무시하고 2m 터쯤 떨어져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피곤해 보이는 40대 아줌마가 "한림 대 성심병원 가려면 어느 버스 타면 되냐고?"
체크 색 투피스에 보라색 구두에 빨간 핸드백 아주머니
제가 상냥하게 "버스로는 15분 정도 가고 내려서 5분 걸어가야 한다며
안내양보다 더 친절히 가르쳐 드릴 때
버스가 도착하여
아무 생각 없이 그 젊은 아줌마 앞세워 버스를 탔는데
그랬는데 버스가 출발하다가 멈춘 것입니다.
나에게도 들렸습니다.
버스 뒤쪽을 사정없이 주먹질하는 꽝/ 꽝/ 꽝/ 소리.
그리고 "이 망할 놈의 차" 소리도~
바로 직감했습니다
내 옆에 앉아 문자질하던 공포스럽던 빨간 바지 아주머니
그리고 성난 황소처럼 차에 오른 아주머니가
보따리 든 손으로 앉아있던 나를 가리키며
여봇? 당신 말이야~그리 살면 안됫"
"딸내미에게 가져가려고 밑반찬 만들어 한참을 기다린 나는 몰라라 하고
반반한 아줌마만 태우고 그냥 가?" "
양심을 밥 말아먹었나?
이 말은 누가 들어도. 화난 아내가 죄지은 남편에게 내뱉는 말투 같았습니다
순간 버스 안은 조용했고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은 내게 와 있으리라 생각하여
난 아닌 척 뒤돌아보지 않고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당장 몸을 일으켜 "이 아줌마가 뭔 소리냐고" 난 성질 없는 줄 아냐며 따지고 싶었지만
얼굴이 서운하게 생기신 아주머니에게 대들면 내가 질 것 같아
조용히 내가 내릴 정류장을 숨죽이며 기다리다
그리고 15분쯤 후 내가 내릴 곳에 빨간 바지 아줌마 모르게 벨을 누르고
버스가 완전히 멈추고 문이 열리자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켜
돌아서서 웅변하듯 소리쳤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문자질이나 하니까 버스 놓치지
딸내미 집에 가서 살아 집에 오지 말고"
그리고 마스크를 턱에 걸치지 말고 코까지 올려 써야
그 못생긴 얼굴 조금이라도 가리지
오늘부터 각방이야 알아?
그리고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뛰어내려 도망치다
휴~하고 숨을 내뱉고 돌아서 보니 버스가 멈춥니다
어~! 어~! 어~?
아~~! 깜짝이야~
버스가 신호에 걸린 것입니다
그 빨간 바지 아줌마 나를 쫓아 내리는 줄 깜박 알고.
에~휴. 순간이었지만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니 말씀이 지는 게 이기는 거라 하셨는데~~~
일주일 후 결과 보러 가는 날엔
절대 버스로는 안 가렵니다~
논픽션. 글 시골바다
첫댓글
어~라
넘 잼있음니다
제 경험으로도
섭섭하게 생긴사람은
행동도 말도
생긴대로 멋대로
섭섭하게 하더라구요 ~
제가 본 빨간 바지의 아줌시는
예의 범절 없이 용감하시고
제가 그분보다 나이가 많은 것 같은데
완젼 개 무시 하여 무척 화가 났었지만
이젠 지난 일이네요
여름에님 고운 댓글 감사드려요
날씨는 봄이지만
조석으론 아직 춥네요
\감기 조심하시고요~
전 건강검진
위 내시경은
수면으로받아봤는데
분변검사 아직 이상이 없어서
안받았는데 분변에
이상있으면
밤새 물 많이먹고
잠 못자고설사하러 다닌다고
해서 겁이많이나는데요
올해 건강검진 받으라고
우편물 올까봐 걱정이 태산임니다~
검사를 하시는 게 좋아요
지금껏 살아오신 세월이 어딘데
그깟 검사 받기를 망설이셔요
위장과 .장 검사를 수면으로 하니 자고 나면 끝나있어요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라 했네요
제말 만 믿고 도전해보세요
마치면 아주 깔끔해요
검사 마친 뒤 글 올려주시고요~~
아셨죠?""
몸이 엄청 부유하시고 서운하게 생기신
빨간바지 아줌마...
말투만 예뻐도 반은 먹고가는데...ㅋ
적절히 가미된 양념에 맛깔스럽게 쓰신 글
재미있어서 두 번 읽었어요.
저도 제가 글을 쓰고
남의 글인 듯 두 번 읽어가며 웃곤 했어요
그렇지만
그때는 무척 화가 났어요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망신은 첨 이거든요~
감사드려요 지이나님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요~~
몆칠후 검진결과도 보여주세요 ㅎㅎ
그 빨간 바지 땜 시 스트레스 받아 혈압이 상승 하지 않았을까요 ㅎ
잼나게 읽고 섭섭하게 생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도 궁금 합니다.
28일 검사 결과 나오지요 ㅎ
그 빨간 바지 아줌시도 깜짝 놀랐을 것 같아요
저도 흥분되어 소리소리 질렀거든요
팔자에 없는 빨간바지 아줌시와 부부연을 맺었었네요
감사드려요 러브 러브님
오늘 알바는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요~~
저의 글 보며 그때 버스에서의 일을 상상하며
마니 마니 웃어주세요~~~
@시골바다 헉!알바 간걸 아시나요?국수파느라 힘들었떠유 ᆢ
어르신인데 ㅎ
하루도 또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