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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휴가가 다가오는 군요.
3~4개월 정도 푹 쉬면서, 다니고 싶었던 학원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봄이니 자전거도 타고 등산도 해야겠어요.
군것질 거리를 좋아해서, 한국에 있을 때는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입에 자주 달고 살고, 치킨을 또 무쟈하게
좋아해서 일주일에 서너번은 치킨을 사 먹었는데,
언제부턴가 이런 소비활동이 줄어들더군요.
콘을 많이 좋아했는데, 콘이 2000원이 되었을 때부터,
다이제스트를 좋아했는데, 1500원이 되었을 때부터,
치킨을 좋아했었는데 15000원이 넘어갔을 때부터,
휴가 나갔을 때부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만 사 먹었던
거 같아요. 물론 대형마트 가면 할인을 해 주지만,
권장소비자 가격에 저 가격에 딱 찍혀 있는 것을
보면, 별로 집고 싶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어느 순간 요리를 하게 되더군요.
요새는 매우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아서, 그대로 따라만
하면 맛은 보장 되거든요. 배에서는 음식재료들을 조금
프리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간간히 야식을 만들어
먹어요. 떡볶이, 스파게티, 피자, 돼지고기 두루치기,
오리주물럭, 제빵 등등등..... 어느 순간 요리 실력이 좋아지면,
집에서도 요리를 스스로 해먹게 되겠죠.
배를 타는 거랑 개인적으로 부업하는 거랑 합치면
월 평균 소득이 1천만원이 넘어가니 돈이 없어서
안 사먹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을 다니다보니 한국의
물가가 상당히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느꼈고, 아마
그 때부터 소비를 점점 줄이기 시작했던 것 같군요.
사람들의 급여는 거의 정체 되어 있는데,
물가만 비정상적으로 올라가고 있어요.
유통업계 및 서비스업계들의 담합으로 생기는 현상인데,
가까운 시일내에 사회적 구조조정이 발생할 듯 싶군요.
한국의 자영업 비율은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세계 1위 수준입니다.
이런 자영업자들의 영업이 가능해지려면 그만한
인구와 소비력이 갖춰져야 하는데, 한국의 경우는
그런 인프라가 전혀 없고, 자영업자들 대부분 은퇴 후
할 것이 없어서 시작한 자영업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인 것이죠.
보통 외국인들은 60세 전후로 생산활동에서 은퇴를
합니다. 보통 외국인이라고 하니까, 다들 선진국을
생각하는데, 조금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필리핀을
이야기 할께요.
필리핀은 한국보다 먼저 민주화되었고, 먼저 자본
주의를 받아들였고, 70년대는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잘 사는 나라였으나, 정치가 부패하면서,
지금의 필리핀이 되었죠.
필리핀의 경우 인구가 1억이 조금 넘고, 니켈등과
같은 자원이 풍부하고, 자연환경이 뛰어나 관광지
들이 많아서 얼마든지 잘 사는 나라가 될 수가
있지만, 정치가 부패해서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필리핀은 모계 사회로 가정의 중심이 여성이고,
친족관계가 매우 잘 발달되어서, 서로 도와주며 사는
문화가 발달되어 있어요.
그래서, 친족 중에 한 명의 벌이가 좋으면 다른
친족들은 그 한 명의 도움을 받아, 교육을 받고, 직업
교육을 받아서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죠.
이런 필리핀의 나이든 노인들 대체로 55세 이후로는
생산활동에서 거의 은퇴를 합니다. 먹을 것 정도는
구하기 위해서 작은 농장을 하고, 대부분은 일하지
않고, 자식들이나 친족들에 의해서 부양을 당하죠.
물론 최근에는 조금 변하는 추세이긴 합니다만,
필리핀 사람들은 대체로 18살 전후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습니다. 그래서 45세 정도가 되면 아이들이
출가하고, 다시 가정을 이루죠. 45세부터 대략 55
세까지 노후 준비를 한 후, 55세에 경제적 은퇴를
합니다. 같이 타는 필리핀 선원들에게 물어 본 내용이죠.
같이 타고 있는 47세 필리핀 선원은 아이들 다 키웠고,
이미 노후 준비가 끝났고, 지금은 배를 타서 여자친구(?)와
같이 세계 여행을 다니기 위한 자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한국의 노인들에 비해서 필리핀의 노인들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수준 높은 행복감을 누립니다.
대가족제가 많아서, 노인들이 외로움을 전혀 느끼지도
못하고요.
세계에서 한국 노인의 빈곤율이 세계 2위 수준이고,
노인의 행복지수는 세계 꼴찌라는 것은 이미 통계가
알려주고 있지요.
한국 사람의 경우는 모든 것을 자녀에게 투자합니다.
그런데, 그 자녀가 잘 되어서 부모를 공양하느냐?
그것도 아니죠. 자녀들이 출가하면 부모는 친구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신기하게도 저런 꼬라지가 되어 버립니다.
한국 사람들의 평균 결혼 연령은 28세. 아이를 낳아서
대학까지 보내면 55세 정도. 그런데 55세면 기력이
있고 없고, 능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정리해고되는
시점이죠. 아이들 대학보내고, 결혼할 때 집 장만하라고
자금까지 주고 나니, 정작 자신들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거니와 앞으로 살아갈 날도 막막해지는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공을 들여 키워놓은 자식놈은 부모들에게
무관심하고, 코빼기도 안 보이고, 찾아가면 오지말라고
눈치주고....... 놀러오라고 말 한마디 하기 어려워지죠.
그래도 그 놈의 자식이 뭐라고, "지도 살기 어려우니
저러겠지" 하고 자조를 합니다.
하지만 당장 현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죠.
아파트 경비라도, 청소부라도 해서 입에 풀칠을 합니다.
노후 자금을 모두 자식 농사에 사용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자식 농사가 성공했던 실패했던 자식들은 부모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부모가 자식의 일자리 농사는 잘 시켰을 지 모르지만,
기본적인 인성과 사회적 소양에 대한 농사는 거진 100%
실패하니까요. 이기주의와 지독한 개인주의를 자녀들에게
심어준 결과가 결국 자신들에게 돌아오게 되는 겁니다.
여튼, 정부에서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준비는
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어요.
소비력이 낮아지니, 자영업자들도 최소한의 유지를
위해서 서비스 가격을 올리게 되죠.
10000원이 어느 가계가 하루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비용이라고 가정해 보죠.
100원짜리를 100명에게 팔아야 10000이 나옵니다.
근데, 사람들이 소비력이 떨어져 손님이 50명으로
줄었죠. 이 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200원으로 가격 인상을 해야 하죠.
지금 한국의 음식점 물가가 올라가는 꼬라지가 이것
때문에 그렇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최저임금이 올라가서가 아니라, 가계 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최소 비용조차 벌어들이지를 못해서죠.
이유는? 비싼 임대료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손님들은 음식값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지불하고 음식을 먹고 있는 셈이죠.
이걸 안 이후부터는 음식점도 거의 가질 않습니다.
음식점에 간다면 지방에 임대료가 매우 싼 음식점들에 가죠.
전남 화순에 시골에 빵집이 하나 있는데, 모든 재료를
유기농으로 쓰고, 막걸리 빚는 누룩을 이용하여 빵을
만듭니다. 화학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죠. 근데 이곳의
빵이 도심에 있는 빵집보다 훨씬 쌉니다. 이유는? 임대료가
없기 때문이죠. 음식값에.
청주에 찐빵 집이 있습니다. 상가가 거의 없는 도로변에
있는 이 찐빵집은 주 메뉴가 찐빵과 만두입니다.
이 집 역시 자신의 밭에서 키운 유기농 제품을 이용하여
만두와 찐빵을 만듭니다. 맛도 아주 일품인데, 도심에
있는 그 어느 만두와 찐빵집보다 저렴합니다. 이유는?
찐빵과 만두값에 임대료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자영업자들이 망해서 구조조정 되면, 다음은 건물주들이
구조조정을 당하게 될 것이고, 다음은 부동산이 구조조정
당하게 되겠죠. 이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고, 사회가 매우
불안해지는 과정이지만, 아마도 한국은 근 시일내에 이런
과정을 겪게 될 거로 보입니다.
전쟁을 하자는 극우파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질 겁니다.
살아가기 어려우니까요.
수고하세요.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1358859
첫댓글 감사합니다.
공감합니다~
자꾸 화가 납니다
공감합니다 좋은글감사합니다
나두 공감이 갑니다.
저도 공감이 갑니다. 자영업자들이 망하면 결국은 국가적으로 위기가 오네요.
잘봤습니다 내공이 좋네요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