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낙연 등 상대로 '돌직구'
김해영 "생각 다르면 다 친일인가"
추미애 "민주당이 민주당답게 하자"
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선일보DB
4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 ‘국민면접’이 시작한 가운데, 전문면접관 중 한명인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경기지사 등 예비후보들을 상대로 잇따라 ‘돌직구 질문’을 날려 화제다. 조국 전 법무장관과 여배우 김부선씨를 둘러싼 스캔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비롯해 부동산 실정(失政)과 친일·반일 문제 등 여당 지지층이 민감해하는 소재도 짚으며 거침이 없었다. 자신의 면접관 임명을 비판했던 추미애 전 법무장관을 향해서는 “면접 받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 이재명에 형수 욕설, 김부선 스캔들 거론
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행사 '국민면접'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1.7.4/연합뉴스
‘파마 머리’를 하고 등장한 김 전 의원은 이날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상대로 10분간 진행한 3대1 압박 면접에서 형수에 대한 욕설과 여배우 김부선씨를 둘러싼 스캔들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여배우 문제는 이 정도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형수에 대한 욕설과 관련해선 “여러 사정이 있지만 인격 부족이기 때문에 사과드린다”고 했다. 무대에 오른 이 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청중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김 전 의원은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을 두고도 “세출 구조조정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항목을 조정하겠냐”고 두 차례 캐물었다. 이 지사는 “50~60조원 규모로 항목이 아주 다양하다”면서도 “지금 특정 항목에서 얼마를 줄일건가 정하긴 매우 어렵다”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 관련 “1번 공약은 성장 정책”이라며 후순위로 할 것임을 시사했다.
◇ 정세균·이낙연에 부동산 실정 책임론 제기
4일 충북 청주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국민면접에서 김해영 전의원(왼쪽 두번째)이 이낙연 전 대표에게 질문하고있다./뉴시스
김 전 의원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는 이른바 ‘조국 사태’를 언급하며 “나라가 많이 시끄러웠는데 당시 총리로 찬성과 반대 중 어떤 의견을 냈냐”고 물었다. 이 전 대표는 “점심 때 부름을 받았는데 안하셨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이어 ‘대통령에게 직언해 변화를 끌어낸 사안이 있냐’고 물었고, 이 전 대표는 “다 말씀드리지는 않았지만 몇가지는 말을 드렸고 관철되지 않은 적도 있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1~2대 총리를 지낸 이낙연, 정세균 예비후보에게는 부동산 실정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 전 대표는 “책임이 없다 하면 양심이 없는 것”이라며 “1인가구 폭발적 증가를 충분히 예측하지 못해 굉장히 뼈아프다”고 답했다. 답변 중간 이 전 대표가 김 전 의원의 ‘돌직구 질문’에 머뭇거리는듯한 모습도 여러 차례 포착됐다. 정 전 총리는 “책임이 있다”면서도 “집권 초기 주로 수요를 억제했던 정책을 제가 재임하는 동안 공급을 강화하는 쪽으로 말씀드렸다”고 했다.
◇ 추미애 저격 “생각 다르면 다 친일파냐”
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후보들이 '취업준비생' 콘셉트로 국민면접관의 질문에 답하는 대선 예비경선 행사 '국민면접'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의원은 김두관 의원을 향해서는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 유튜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형님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한 것을 언급하며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지적을 수용한다”고 했다. 또 핵심 공약인 지역균형발전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고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했는데 후보님 책임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 위원 등을 지낸 양승조 충남지사에게는 저출산 문제를 지적해 “대통령부터 모든 정치 지도자가 책임이 있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김 전 의원은 이광재 의원에게는 “정세균 전 총리와 단일화를 말하는데 민주 적통 후보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냐” “민주당 후보 중에 민주 적통이 아닌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모두가 적통이지만 더 훌륭한 후배이자 미래의 지도자가 되야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김 전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장관 간 설전이었다. 김 전 의원은 “면접관에 대한 불만은 면접 받는 사람으로서 기본 자세가 아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전부 친일(親日) 세력이라는 말이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추 전 장관은 “재보궐선거 한번 졌다고 해서 성찰하고 더 잘해보자는 것도 좋지만 민주당이 민주당 답게 하자”고 했다. 답변 중간 추 전 장관이 발언을 계속하자 김 전 의원이 “그 정도면 됐다”며 제지하는 듯한 모습도 연출됐다.
◇ 金, 20대 국회 때 ‘미스터 쓴소리’로 이름 알려
당 경선기획단(단장 강훈식 의원)에 의해 전문면접관으로 위촉된 김 전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이른바 ‘조국 사태’ 때 이해찬 전 대표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 ‘미스터 쓴소리’로도 불렸다. 그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민주당 내 친문 세력의 장악력을 지적하며 “민주당이 이래서는 ‘이준석 돌풍’을 못 막는다”고 했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이날 행사에 대한 감상평을 묻는 질문에 “김해영 한 사람만 보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