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씨 /조선DB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의 뒷이야기가 공개됐다. 그는 탈옥 수개월 전부터 체중 감량에 나서고 도주 경로를 파악하는 등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원이 1997년 당시 머물렀던 부산교도소는 4일 ‘부산교도소 50년사’를 통해 전국을 뒤흔들었던 신창원 도주 사건을 소개했다. 신창원이 어떻게 감옥을 탈출해 907일간이나 경찰을 따돌렸는지 대한 이야기가 모두 담겼다.
신창원은 탈옥 3개월 전부터 체중감량에 돌입했다. 변비가 있다는 이유로 식사량을 조절했는데, 80㎏이던 몸무게를 60~65㎏까지 뺐다. 그 사이 동료 재소자에게 ‘차량 열쇠 없이 승용차를 운전하는 법’을 물어 배우기도 했다.
준비를 마친 신창원이 계획을 실행에 옮긴 건 1997년 1월 20일 새벽 2시쯤. 그는 수용소 화장실 안 환기구를 통해 빠져나갔고 이후 흙을 파내 인근 공사장에 진입했다. 그리고는 교도소 외벽을 타고 도주에 성공했다.
이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울 수 있었던 건 신창원이 환기구에 설치된 쇠창살을 미리 절단했기에 가능했다. 그는 교도소 창고에서 쇠톱 2개를 자신의 속옷과 운동화 등에 넣어 훔쳤고, 그걸 사용해 쇠창살을 조금씩 잘랐다. 들키지 않으려 야간 음악방송 시간에만 움직였다. 또 절단 흔적을 감추기 위해 나무판을 껌으로 고정해 해당 부분을 덮어두기도 했다.
1999년 7월 검거 당시 신창원의 모습. 당시 신창원이 입었던 무지개 티셔츠가 유행하기도 했다. /뉴시스
신창원은 교도소 인근 500m 지점에서 자전거 1대를 훔쳐 타고 근처 농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양복 1벌과 외투, 구두, 칼을 훔친 뒤 달아났다. 탈옥 4시간 뒤에는 택시에 올라 경부고속도로를 탔고 서울 천호동에 잠입했다. 당시 택시 기사를 위협해 차비를 내지 않았고 도리어 1만원을 빼앗았다.
천호동을 찾은 이유는 수감 전 동거하던 여성이 일하던 가게 등을 방문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여성을 만나지 못했고 이후 버스를 타고 충남 천안으로 내려가 몸을 숨겼다.
수많은 제보와 오보, 추적이 이어졌다. 907일간 경찰을 따돌리며 유유자적했던 신창원은 결국 1999년 7월 16일 전남 순천 한 아파트에서 붙잡혔다. 그는 동거녀와 은신해있었고 그들의 주거지를 찾았던 가스관 수리공의 제보로 체포됐다.
그동안 신창원은 전국 각지에서 105회에 걸쳐 약 9억8000여만원을 훔치는 등 강도와 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신창원은 4만㎞ 이상을 이동했고 그를 잡기 위해 동원된 경찰 인력만 연 97만명에 달했다.
부산교도소는 신창원의 탈옥 이유에 대해 “무기징역에 대한 절망감으로 난동을 부리고 흡연 때문에 징벌을 받자 교도소 생활에 염증을 느꼈다”며 “수감 전 만났던 애인을 보고 싶어 했고 자신의 범행을 신고한 사람에 대한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