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나
김 상 립
근래에 들어 지구는 심한 몸살 중이다. 해일이나 지진도 잦아지고 태풍도 그 규모나 강도가 점자 커져간다. 산불이나 홍수도 너무 달라졌고, 항공기사고나 선박사고, 산 사태나 땅 꺼짐까지 수시로 일어나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새가 없다. 겨울이 마치 봄날 같다가도 하루아침에 동토를 만들고, 비가 오지 않을 시기에도 장대비가 쏟아진다. 극지의 얼음은 빠르게 녹아 내리고, 생태계가 자꾸 파괴되어 동, 식물의 종(種)까지 대폭 줄고 있다.
모두가 사람들의 책임이다. 맘대로 쓰고, 먹고, 마시고, 노는데 더하여, 돈벌이를 핑계로 뻑 하면 지구를 파헤치고, 깊은 구멍을 뚫어대고, 무리하게 구축물을 세우고, 닥치는 대로 나무를 베어내는 한편 바다 밑은 어구 등의 폐기물로 채워지고 있다. 심지어 하늘을 오염시키다 못해 마구 로켓마저 쏘아대니 지구가 단단히 화가 난 게다. 인류의 삶의 터전인 지구가 앓고 있으면 마땅히 치료를 시작해야 할 터인데, 말만 앞세우고 실제 행동은 하는 척에 그친다. 탄소 배출량 규제문제 하나만 봐도 각 나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진지한 논의가 있은 지가 언젠데 아직도 서로 눈치보기 바쁘다.
과학자들은 이대로 가면 언젠가는 지구를 떠나야 할 터인데, 인류가 이주하여 살 새 별을 찾기 위해 우주에 관련된 투자를 대폭 늘여야 한다고 주창한 것이 꽤 오래 전이다. 예하면 1961년에 아폴로11호가 달에 착륙한지 60년이 더 지났어도 아직 의미 있는 진척은 없다. 하기야 달 뒷면도 잘 모르는 수준이니 말이다. 뿐인가? 지구를 대체할 별을 찾아내기는커녕, 비교적 가까운 다른 은하에 가려 해도 몇 천, 몇 만 광년을 날아가야 한단다. 또 은하와 은하 사이에는 암흑 에너지가 엄청 넓고 크게 가로막고 있어 쉽게 건너갈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 해결방안이 없다.
그런데도 세계 각 국은 우주를 먼저 장악하는 것이 지구를 지배할 힘을 가진다 믿고 엄청난 돈을 쏟아 붇는다. 당장 발 붙여 살고 있는 땅 속 깊은 곳도 제대로 모르면서도, 잘하면 우주에서 무언가 큰 이익을 챙길 것이라 믿는지 여러 가지 실험도 병행하고 있다. 도대체 우주가 어떤 곳인가? 인간의 상상을 완전 넘어선 곳이다. 과학자들이 죽을 애를 써도 어디까지나 가상의 이론을 정립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설사 신형 우주탐사선을 보내봐도 아주 작은 부분의 정보만 받을 뿐이다.
자료를 찾아보면 우주의 나이는 138억년이라하고, 그 크기만해도 관측 가능한 거리까지만 계산하여 930억광년이라니 도대체 상상이나 되는가? 빛이 1.3초면 달까지 가고 태양까지는 8분이면 닿지 않는가? 또 우주에는 1,000억개에서 2,000억개의 은하가 있으리라 추정하지만, 이것도 관측 가능한 것만이고 관측 불가한 은하가 90%가 될 것이라 한다. 우주에서 별이나 은하처럼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은 고작 5%수준이고, 나머지는 캄캄한 암흑에너지가 70정도 차지하고 있어서 더 이상은 알 수 없다니 이것 역시 불가해하다. 알려진 바로는 우주는 암흑 에너지에 의해 계속 팽창해 나가고 있지만 인류가 내놓을 어떤 대안도 없다. 결국 우주의 운명은 우주 자신의 손에 달린 것이다.
이런 우주에 비한다면 겨우 손톱만한 크기의 우리은하(Milky way)지만 이마저 속속들이 안다는 것도 불가능하단다. 왜냐하면 우리은하의 크기만해도 직경이 대략 10만광년이라니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우리은하는 소규모 은하 군들로 이루어진 우주의 국부은하군(Local group)에 속하는 것 중 하나로 막대나선형으로 생겼다 한다. 태양계는 우리은하의 두 개의 팔 중 오리온이라 불리는 오른쪽 팔 가 쪽에 붙어있고, 지구에서 우리은하 중심까지의 거리는 대략 26,000광년이란다. 또 우리은하에는 1,000억개에서 4,000억개의 항성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실제 은하의 중심부에는 별과 가스와 먼지로 가득 차 있고 초거대질량의 블랙홀까지 있어 관측을 방해하기 때문에 오차범위가 클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절묘하게도 태양계 속의 지구만이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에 위치해 있다니 하느님의 강한 의지가 반드시 작용했으리라 믿고 싶다. 근래에 알려진 바로는 우리은하는 30개 이상의 위성 은하까지 거느리고 있다니, 단 독으로 떼 내놓고 보더라도 우리은하는 거대 우주의 구조나 기능을 축소한 것과 흡사하다. 나는 우리은하를 작은 ‘우주’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인간들이 아름다운 지구에 살며 이곳을 더 이상 생명이 살 수 없는 행성으로 끌고 가고 있다면, 시급하게 생각을 바꾸고 삶의 양식을 고쳐서라도 지구를 되살려내는 데 온 힘을 쏟아야 마땅할 것이다. 지구를 영원히 인류가 살 수 있는 최상의 별로 그 위상을 유지해주어야 우리 후손들도 대대로 잘 살아갈 수가 있을 터이다. 지구를 정화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깨어있는 인간의 의식이라니,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자연이란 인간이 없으면 더욱 풍성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위기에 처한 것은 지구가 아니라 도리어 인간 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시급한 지구상황을 내버려두고 턱도 없는 우주만 외치다 보면 실패할 것이 뻔하다.
나는 우주라는 말을 더러 쓰는 편인데, 상상 불가한 거대 우주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지구를 포함하고 있는 우리은하를 그냥 우주로 인정하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은하에는 하느님도 있고, 인간들이 믿는 모든 신도 다 모여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우리 인간들로부터 떠나서 승천한 영혼도 함께 있을 것이며, 인류가 필요한 것은 다 구비되어 있다고 본다. 우주관련자들도 괜한 힘 빼지 말고 먼저 지구에 행성들이 충돌하는 위험에 대한 대책을 확실히 세우고, 다음으로 태양계, 우리은하 순으로 연구영역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거대 우주는 아직은 인류에게서 너무나 아득한 존재이다. 그러니 지구를 지키는 것이 곧 인류를 지키는 일임을 명심하고 모두가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