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빈다 /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쉼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이외수
https://www.youtube.com/watch?v=ijeKHesSZ08
찡찡했던 하늘
활짝 개니
몸과 마음도 상쾌해지는 듯
언제부터서인지
날씨에 반응하는 몸과 마음 되었다
새벽 세시에 눈을 떴는데 몸이 상쾌하질 않다
이 닦고 물마신 뒤 다시 잠을 청했다
다시 눈을 뜨니 여섯시가 살짝 넘었다
이거 뭐야
무슨 잠을 이리 잤을까?
몸이 넘 묵직해 스트레칭도 하기 싫어 바로 일어나 일기 마무리해 톡을 보내고 나니
여덟시가 다 되간다
몸이 풀리지 않는다
허리와 고관절이 아프다
어제 무리했을까?
헐어 있는 입술 안도 쓰리고
헐어 있는 곳에서 피가 조금씩 흘러나와 이가 빨갛게 변색되어 있다
일주일이 넘어가건만 왜 이리 낫지 않을까?
내 살성은 좋아 다쳐도 성이 잘 나지 않고 약을 바르지 않고 그대로 두어도 2-3일이면 아물어 버리는데 입술 안에 생긴 염증이 쉽게 낫질 않는다
이런 염증은 면역력과 관계있다던데 내 면역력이 크게 떨어졌을까?
집사람은 우리도 나이 먹었으니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잔다
난 아직 건강하다고 생각해서 미루어 왔는데 아무래도 예방접종을 하는게 좋겠다
프로폴리스를 상처난 곳에 발랐다
식은밥 데워 군 고등어와 호박잎 쌈으로 아침 한술
모두다 맛있는데 입술이 헐어 있어 씹을 때 불편스럽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아야할까 보다
동물들을 챙겨 주었다
닭들이 배가 고픈지 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
내가 들어가면 모이를 빨리 달라는 듯 부리로 콕콕 찍는 녀석도 있다
가을엔 살을 좀 찌라고 평소보다 배로 주고 있는데 그래도 배가 많이 고픈가 보다
오늘도 싸래기와 사료 미강을 주었다
닭장안의 물통에 물이 별로 없다
내일은 물통들을 채워 주어야겠다
아홉시 넘어 성심의원으로
입안이 헐어 낫질 않는다고 하니 입술을 까서 소독해주고 3일분 약을 처방해준다
혹 과로하거나 신경 쓸 일 있었냐고
넘 피곤하거나 신경을 많이 쓰면 입안이 헐기도 한단다
평소 하던대로 생활해 왔지만 10여일 전 소나무 밭 예초기 하고 막걸리 한잔 했어으니 일찍 자야하는데 자지 않고 무협유트브 보다 12시 다되어 잠을 잤더니 다음날 꽤 피곤을 느끼긴 했다
그것 때문에 입술 안이 헐었을까?
입술이 튼 정도면 약을 바르면 금방 낫는데 이건 안쪽이 헐어 항상 침으로 촉촉이 젖어 있어 빨리 낫지 않는 것같다
몸을 좀 쉬어주어야할까보다
오늘은 이질녀 딸 결혼식이 광주제이아트 홀에서 있다
박서방이나 상희가 우리에게 잘하니 가보아야겠다
난 70넘으면서는 애사나 경사에 잘 참석하지 않았다
특별한 관계가 아니면 이 나이때는 성의만 표시해도 된다고들 한다
또 시골에 있다보니 선뜻 나서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이번엔 직접 가서 축하해주어야지
우리 애들은 오늘 근무해서 오지 못한다고
뭐 별 수 없지
왔으면 좋겠지만 연가내고 참석하긴 그렇겠지
작은애에게 전화해 퇴근할 때 집에 들러 가라고
고구마를 박스에 담아 베란다 탁자위에 놔둘테니 가져가라고
며느리와 애들이 좋아한다니 어제 캔 걸 우선 좀 주어야겠다
큰애에겐 내일 고구마 캐러 오라고 했다
10시 30분 넘어 광주 제이아트홀로
예식장에 도착하니 주차장이 만차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건너편에 주차하고 예식장에 들어갔다
오늘 혼주인 박서방과 상희에게 축하한다고
딸내미가 벌써 커서 시집보내니 이제 한짐 덜었다고
와 주셔서 감사하단다
처형들은 이미 오셨다
강진에서 일찍 출발했단다
큰처형은 유상이가 모시고 왔다
군동형님은 몸이 불편해 오시지 못하고 영동이네만 왔다
사로들 반갑게 인사하고 예식을 지켜 봤다
요즘은 주례 없는 예식이 주를 이루는 것같다
어쩌다 한번씩 예식장에 가보면 주례선생님이 보이질 않는다
하기사 우리 애들도 주례없이 했지
새로운 가정의 출발
즐겁고 재미나게 열심히 잘 살으라고
힘찬 박수로 응원 했다
오늘 결혼하는 시은이가 성격이 좋고 착하다
남편될 박군도 늠름하니 잘 생겼다
학교 커플로 결혼까지 골인했으니 알뜰하게 잘 살리라
집사람이 결혼하는 사람은 많은데 자녀들이 없다며 일찍 애를 낳으라고
애를 낳아 키운다는게 넘 힘들다며 자녀를 갖지 않는 풍조가 대세를 이루고 또한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내는 게 더 편하다고들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후손이 있어야 대를 이어갈건데...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민족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젊은이들이 애를 갖을 마음이 생겨나도록 할 수 있을까?
지하 1층 뷔페식당에서 식사
음식이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우리가 쉽게 접하지 않는 음식들을 고루 맛보았더니 배가 만땅
욕심 많게도 먹어 댔다
친구 전화
벌초하러 장성 내려 왔다며 점심 먹고 차라도 한잔 하잔다
장성가면 전화하겠다고
처형들에게 다다음주에 휴양림 가자며 헤어졌다
장성에서 형중일 만나 차한잔
형량이 친구랑 같이 내려와 벌초했단다
아이구 우리 나이에 쉽지 않은 일이라 했더니
아직은 벌초 할만한 힘은 있다기에 웃었다
형중인 건강 관리를 잘하고 있는 편
항상 긍정적이고 즐겁게 생활하니 나이들어가도 그 건강을 그대로 지키는 것같다
두석이 형이 찻집보다는 서예실로 오란다
두석이 형 서실에 가서 홍연이도 불렀다
두석이형은 퇴임 하고 나서 서예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각종 서예대전에 나가 다수 입상하기도
참 대단한 집념이다
저런 진취적인 성격이라 지자체장 하면서 많은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거겠지
이런저런 지난 이야기들 나누었다
10월 말에 서울에 있는 친구들이 모두 내려 온다고
홍연이가 황룡 증암에 있는 펜션 두 개를 예약하기로
난 용봉탕을 준비 하겠다고
좋은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시간
우리 나이에 그게 행복이지 않을까?
다섯시 다되어 형중인 예매한 기차로 올라간다기에 그때 보자며 헤어졌다
오늘 바둑휴게실로 광주여성기우회회원 몇분이 수담 나누자며 오기로 했다
임총무에게 전화해보니 휴게실에서 바둑두고 수성 닭집으로 옮겨 식사한뒤 한판 더 둔단다
그럼 늦었지만 나도 수성으로 가보겠다고
차를 가지고 수성 닭집에 가보니 이미들 와 있다
광주여성기우회에서 다섯분이 두시에 왔었단다
재미있게 바둑 두고 식사한다고
두세분은 작년에 우리 기우회에 놀러 와 수담을 나눈 적이 있어 반갑게 인사했다
난 낮에 넘 잘 먹어 식사는 생략하고 대신 막걸리 한잔
식사 끝나고 바둑 한수 더 두고 가라니 7시라 늦었단다
다음 기회를 만들어 오겠다며 모두 일어선다
여성분들이라 일찍 가는게 좋겠지
다음에 시간 나면 수담나누러 오라하고 우린 바둑 휴게실로
편바둑 한판만 두고 헤어지잔다
난 장사장과 두었다
장사장은 나에게 두점 바둑
요즘 내 승률이 더 좋다
장사장이 4귀를 굳힐 때 난 변을 크게 벌렸다
장사장이 내가 벌린 변으로 깊숙이 뛰어든다
장사장 확정가가 40여집 되니 깊숙이 뛰어들지 않고 삭감만 하면 될 것을 완전히 집을 깨버리려고 무리수를 두었다
형세 판단이 안되기 때문이겠지
난 이때만을 노리고 있었다
뛰어들어 온 흑돌을 내가 쳐 놓은 벽쪽으로 몰아 가두어 버렸더니 두집을 낼 수 없다
이리저리 비틀어 보지만 내가 한수 더 위라 나에게 먹히질 않아 결국 잡혀 버렸다
이럼 승부 끝인데 끝까지 두어간다
내가 실수하길 바라면서 두어가지만 내가 한 수 위라 그게 먹히질 않는다
결국 계가까지
50여집을 이겼는데도 아쉬운지 집을 다 메꾸며 쩝쩝 하고 있다
이런 매너는 좀 그렇다
모처럼 우리편이 이겼다
다시 한판 더 두자는 것을 여덟시가 다 되가길래 난 안되겠다며 일어 섰다
오랫동안 앉아서 바둑 두는 것도 피곤할 일이다
하루 일과 대충 정리한 뒤
유트브 한편 보고 나니 11시가 다 되간다
아이구 왜 쓸데없이 시간 죽이지
창문을 여니 서늘한 바람이 밀려든다
새벽안개는 가로등 불빛을 삼키고
님이여!모처럼 화창한 주일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꽃길 걸으며 흥얼거림도 행복이리라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움 가득한 날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