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돌샘 작은 음악회, 서현이의 지상명령
사흘 전인 2017년 1월 18일 수요일의 일이다.
딩동!
오후 4시쯤 해서 내 핸드폰으로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이 수신되고 있었다.
내 사랑하는 손녀 서현이가 띄워 보낸 메시지였다.
다음은 그 주고받은 대화 전문이다.
‘할아버지, 나 음악회 하는 거 알아?’
‘몰라.’
‘모르면 어떡해? 알아야지.’
‘누가 알려줘야 알지.’
‘아무도 말 안했어? 그래도 됐어. 이제 내가 말하잖아.’
‘그래 알았다. 언제 하니?’
‘오는 토요일이야. 1월 21일 오후 1시야. 우리 돌샘 유치원에서 하니까, 꼭 와야 해. 이번에는 나 많이 해.’
‘알았다. 꼭 갈게.’
‘근데, 선물 갖고 와.’
‘말밥이지.’
‘말밥이라니, 무슨 뜻이야?’
‘말이 먹는 밥이 말밥이지, 뭐긴 뭐야.’
‘그러니까 뭔 말이냐고?’
‘말이 당근을 먹잖니. 그러니까 말밥은 당근이라는 거고, 당근은 당연하다는 말을 그렇게 비유하는 거야.’
‘아, 그러니까 선물을 갖고 온단 말이구나.’
‘말밥이지.’
‘알았어. 기다릴게.’
‘역시 말밥이야.’
거기까지였다.
음악회에의 발걸음과 선물, 그것은 절대로 거역할 수 없는 서현이의 지상명령이었다.
사실은 서현이가 두 해동안 다닌 개포동 돌샘유치원에서 ‘돌샘 작은 음악회’라는 이름으로 원생들의 재롱잔치가 있음을 내 모르지 않는다.
아내한테도 들었고, 서현이 아비인 맏이도 내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로 이미 알려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빤히 알면서도 서현이와의 카카오톡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 일부러 모르고 있는 척 했을 뿐이다.
이젠 서현이에게 그 음악회에 가겠다고 했고, 또 선물을 가지고 가겠다고 했으니, 그 약속을 그대로 이행해야 했다.
뭘 선물할까, 이 생각 저 생각 고심 끝에, 내 마음 작정을 했다.
내 그 작정을, 내가 다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우리 서울시민교회 장애교인들의 일터인 ‘희망을 심는 나무’를 운영하는 하태광 집사님에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로 띄워 보냈다.
그 메시지, 곧 이랬다.
「꽃다발 두 개를 만들어 주세요. 하나는 크고 다른 하나는 좀 작은 것으로 해주세요. 꽃다발 받을 곳은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28길 56-6(서초동) 동환빌딩 3층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전화 010-9208-2723)이고요, 배달 일시는 2017년 1월 21일 토요일 오전 11시입니다. 오전 10시 30분 이전에는 사무실이 비어있고, 오전 11시 30분에는 사무실에서 나가야 하기 때문에, 꼭 오전 11시 전후여야 합니다. 큰 꽃다발 리본에는 ‘그동안 애써주신 돌샘 선생님들, 너무 고마웠습니다.’ ‘착한 서현이 마음입니다.’라고 써주시고, 작은 꽃다발 리본에는 ‘우리 서현이, 참 예쁘고 지혜롭게 자랐구나. 고맙다.’ ‘할머니 할아버지 마음이다.’라고 써주세요. 그 꽃다발은 사무실에서 제가 직접 받습니다. 예쁜 꽃으로 잘 부탁합니다.」
착하고 예쁘고 지혜롭게 자란 손녀 서현이를 위하는 내 진정한 마음을, 그 두 개의 꽃다발에 그리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