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2:0으로 앞서갑니다. 이젠 어느 정도 불안하지 않게 경기를 진행하는 한국팀입니다. 그렇지만 두 골을 내준 이라크도 공격의 고삐를 잡아당기고 있죠? ]
[ 그러네요. 미드필드 진영에서의 알 에인카와 알리 메인베 선수가 활발하게 공을 배급하면서 이라크 공격을 계속 시도해 봅니다만, 글쎄요. 아직까진 별 효과가 없어 보이네요. ]
[ 그렇습니다. 워낙에 김두현, 김정우 선수가 중앙에서 타이트한 마크를 해주고 있어요. 그리고 또 우리 한국팀의 젊은 쓰리백이 알리 세르웨와 알 하리를 잘 따라붙어 주고 있습니다. 아주 몸놀림이 좋아요, 우리 선수들. ]
“세르웨!! 뭐하는 거야! 따돌리고 뒷공간을 노리란 말이야!”
“조용히 해!! 너나 사람 비는 쪽으로 빨리빨리 볼 돌려!”
“뭐야!!”
이라크의 알 에인카와 알리 세르웨를 비롯하여 모든 선수들이 조금씩 짜증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 선수들도 알고 있었다,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을. 상대팀이 내분을 일으킨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는 것을.
“하하핫, 이 자식들, 왜 이렇게 시끄러워!!”
중간에서 볼을 뺏은 임유환이 크게 외쳤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피식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임유환은 볼을 뺏자마자 최성국 쪽으로 길게 내질렀다. 최성국은 가슴으로 볼을 받아놓았다.
‘아...?’
최성국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곤 심한 고통이 엄습했다.
“야, 이 새끼야!!”
“뭐야, 뭐야 저 새끼는!!”
최성국은 멀리서 동료들이 소리 지르며 달려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힘껏 몸을 일으켜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발목에 가해지는 고통은 심해지는 것 같았다.
[ 아~ 이라크 선수들, 저게 뭡니까!! 알 레이레, 가슴으로 볼을 트래핑 하는 최성국의 발목을 뒤에서 걷어 차 버렸죠!! ]
[ 최성국 선수, 큰 부상이 아니어야 할텐데 말이죠. 지금 리플레이를 한번 보시죠. 여기, 여기 보십시오. 지금 완전히 가슴으로 떨궈 놓았는데 그제서야 뒤에서 발로 발목을 차지 않습니까? 이런 비신사적인 플레이는, 글쎄요, 심판. 퇴장을 줘도 충분한데 말이죠. ]
“야, 이 새끼야!! 이런 비겁한 새끼야!!!”
“야, 병국아. 참아. 심판이 퇴장 줄거야.”
“지성 선배, 저런 새끼를 어떻게 그냥 둬요!!”
“그러다 너까지 퇴장당해. 가만히 있어. 그래, 성국이는 괜찮냐?”
“모르겠어요, 발목이 너무 아픈데…….”
한편 심판은 심한 태클을 한 레이레를 불렀다. 조병국은 이미 심판에게도 고래고래 악을 쓰고 있었다.
“레프리!! 퇴장 안 주기만 해봐!! 해 보라구!!”
“레이레, 이리로 와! Come here, come here!!”
“레프리, 뭘, 내가 어쨌다고 이래요!”
“뭐야? 분명히 걷어찼잖아!”
“아니에요!!”
알 레이레는 심판에게 심한 파울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지만, 심판의 손에는 이미 레드카드가 들려 있었다. 이라크 선수들은 심판에게 달려들어 극구 말리려 했지만, 심판은 단호하게 레드카드를 공중으로 치켜들어 레이레를 향했다. 퇴장-. 안 그래도 두 골이나 뒤진 채 끌려가는 상황에, 상대는 월드컵 4강에 진출한 아시아의 맹주 대한민국. 더구나 관중석은 이미 태극기로 뒤덮여 너풀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 하나의 퇴장은 이라크 선수들의 신경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 한국팀, 이라크는 이미 두 골을 뒤지고 있는데다가 한 명이 퇴장당하면서 최악의 분위기로 흐르고 있거든요. 이 틈을 타서 재빨리 이라크를 녹다운 시키는 것도 좋겠죠? ]
[ 그렇죠. 전반전 내에 승부를 결정지어 줄 한 골이 더 터진다면 한국은 2승이 확실시 될 겁니다. ]
[ 아, 그러나 이라크 선수들의 몸놀림이 거칠어질 것은 확실해 보이는군요. 몸싸움이 좋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한국 선수들, 파이팅 넘치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도발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
[ 일단 최성국 선수는 들것에 실려 나갔는데요. 심각한가요. 한국 벤치, 일단 선수 교체를 하는군요. 최성국 선수가 나오고, 조재진 선수가 들어갑니다. 키가 큰 조재진 선수. 기대됩니다. ]
[ 그렇죠. 조재진 선수, 두 경기 연속골을 기대해 볼 만한, 그런 스트라이커죠. 그나저나 한국 선수들, 조금 흥분했나요. 오래간만에 허리 진영에서 패스 미스가 나옵니다. 볼 잡은 알 에인카, 급하게 몰고 나갑니다. 이 선수, 경기 중반에 아주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 때리지 않았습니까? 이라크 선수들 중에는 유일하게 유럽 클럽인 M.Haifa에서 뛰고 있는 선수입니다. ]
[ 그렇죠. 사실상 이라크의 에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와일드카드 조건으로 출장했고, 양 발을 모두 능수능란하게 쓴다는 장점이 있죠. 말씀드리는 순간, 에인카 김정우를 돌파합니다!! ]
[ 알 에인카, 공 몰고 계속 나가죠! 오른쪽에 알 하리, 왼쪽에 알리 세르웨! 한국팀, 조금 흥분했나요!! 조병국의 거친 태클!! ]
삑-! 주심의 긴 호각소리가 울렸다. 주심은 조병국을 향해 주머니에서 옐로카드를 꺼낸다. 방금 전 레이레의 퇴장에 대한 보복성 태클이라고 생각한 듯 했다.
“뭐야~. 별로 심하지도 않은데! 경고까지 주고!”
“병국아, 많이 흥분했다. 가라앉혀!”
임유환이 어느 새 와서 조병국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조병국은 화가 나 씩씩거렸지만, 더 이상의 진도는 나가지 않고 눌러 참는 듯 했다. 알 에인카는 조병국을 향해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 자식이!!”
“조병국!! 참으라고 했지!!”
“하지만 지성 선배.”
“그냥 참고 넘어가라. 도발에 넘어가서 니가 퇴장당하면, 수비진은 붕괴되고 말아.”
“저 새끼, 아주 경기 내내 쌩쇼를 하더니. 으유, 열받아.”
“너 오늘 퇴장당하면, 나한테 제일 먼저 기합받는 줄 알아.”
“네…….”
첫댓글 연참은 힘들다죠.
재밌어요. 다이나믹 그리고 이걸 즐겨 보는 편입니다. 계속 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