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29. (수)
어느날 문득 나는 누구일까, 라는 의문이 들면 갑자기 내 자신이 낯설다.
그때 마다 나는 삶의 자양분 같은 시집을 꺼내서 단 몇 줄이라도 읽곤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너를 모른다' 지리산 시인 이원규의 창작 시론이다.
마침 영동에서 시인 강의가 있어서 다녀왔다. 그를 말하는 글 중에서 몇 줄 발췌해왔다.
'인생은 바라보는 방향으로 달리게 되어 있어. 도랑을 바라보면 도랑으로 빠지고 꽃밭을 보면 꽃밭으로 달리고.
지리산에 구름이 끼면 어김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산을 오른다. 시인의 배낭에 든 것은 연필과 노트가 아니라
디지털 사진기! 몸이 아플 때 알게 된 지리산 야생화, 시인은 야생화 사진작가로 이미 전시회를 여러 번 열었다.
그가 찍은 사진은 안개와 비속에 피어난 야생화. 매일 야생화를 찾아 산을 헤매는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잘 놀려면 자기 자신과 놀 줄 알아야한다. 인생이 안개 속에 있을 때 어딘가 피어 있는 야생화처럼,
자신만의 빛깔을 찾아 외로움과 당당히 맞설 줄 알아야 한다.'
(출처 : 국제신문)

이원규 시인 - 행복한 글쓰기- 누구나 시인이다

시인이며 사진작가인 이원규 작 - 섬진강 밤에 찍은 거래요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월류봉" 설경

맹인의 아침 / 이원규 시
산촌 하내리의 겨울밤
자정 넘어 함박눈 내리면
먼저 아는 이 누구일까
제아무리 도둑발로 와도
먼저 듣고 아는 이 누구일까
온 마을 길들이 덮여
문득 봉당 아래 까무러치면
맹인 김씨 홀로 깨어 싸리비를 챙긴다
폭설의 삶일지라도 살아온 만큼은 길 아니던가
밤새 쓸고 또 쓸다보면
맹인 김씨 하얀 입김 따라 열리는 동구 밖
비록 먼눈일지언정
깜박이는 눈썹 사이 하내리의 아침이 깃들면
맨 먼저 그 길을 따라
막일 나가는 천씨의 콧노래
등교하는 아이들의 자전거 페달 밟는 소리
비로소 맹인 김씨 잠을 청한다
- <맹인의 아침>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