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6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당 대표가 당 최대 리스크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지난 4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교체되던 날의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여권의 금칙어인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친문(親文)의 십자포화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표가 당 최대 리스크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송 대표가) 조국 전 장관을 몇 번 직접 소환한 것으로 모자라 (면접관으로 초청하려 했던)김경율 회계사를 통해 조국 소환의 정점을 찍었다”며 “그런 당원들이면 문 대통령을 못 지킨다는 송 대표 얘기는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송 대표의 전날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송 대표는 오전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2007년 대선 패배를 언급하며 “일부 친노 세력은 정동영을 안 찍었다. 그 결과 철저한 검찰의 보복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대깨문’이라고 떠드는 사람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도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전 수석은 이어 “당 대표가 원팀을 얘기하면서 이미 특정 후보(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지하고 있다고 밝힌 셈이 됐다”며 송 대표를 직격했다. “대표가 당원 탓하고, 전 장관 탓하고, 대통령 탓하고, 특정 후보를 지지할 거라면 대표가 아닌 처지에서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을 자처했던 전직 청와대 정무수석이 여당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문재인의 복심' 슬로건이 붙은 홍보물이 최재성 후보 선거사무실 외벽에 걸려 있다. 이 사진은 2015년 11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친문 진영을 기반으로 삼는 대선 후보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당 대표가 경선이 시작되고 있는데, 마치 특정 후보가 확정된 것처럼 발언했다. 이것은 편파적 발언의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고, 이낙연 전 대표도 “대표는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전 대표 측 설훈 의원은 전날 송 대표를 향해 “지지자들을 향해 해서는 안 될 표현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시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송영길의 말실수? 신주류·구주류 정면충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직자들이 6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현충탑에 참배한 뒤 천안함 46용사묘역을 찾아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뉴스1
이틀째 비난이 쏟아졌지만, 송 대표는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송 대표는 이날 오후 충북도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 참석 직전 기자들과 만나 “페이스북 글 내용 보시면 그 진심이 전달될 것”이라고 피했다. 전날 페이스북엔 “(대깨문 단어는) 우리 지지층들이 스스로 각오를 다지고 주변의 투표 독려를 위해 만든 용어다. 대깨문 플래카드를 들고 선거운동을 했던 것이 엊그제 같다”며 “당 대표로서 어느 후보에 편향되지 않고 공정하게 대표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적었다.
당 중앙선거관리위원인 조응천 의원도 송 대표에 힘을 실었다. 조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지난번 경기지사 선거에서 (이 지사 대신) 남경필 지사를 찍은 우리 당원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며 “하물며 대선에서 ‘상대 후보를 찍으면 그건 큰일’이란 걱정이 대표로서 왜 없겠냐”고 말했다.
경선연기 논란에 이어 ‘대깨문’ 발언을 둘러싸고 송 대표 공격이 반복되자, 당 지도부 일각에선 강도 높은 불만도 터져 나왔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을 보완하고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경선 일정을 확정하는 모든 과정은 ‘대선 승리’에 초점이 맞춰 진행한 것”이라며 “얼마 되지 않는 극소수 강성 당원의 성화에 언제까지 당이 끌려다녀야 하나”라고 성토했다.
여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민주당 안에서 '비주류'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친노·친문 진영 일각에선 "이 지사가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사실상 당의 주류가 교체되는 것"이란 말도 나온다. 사진은 이 지사가 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법 제정’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뉴스1
이런 기류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단순한 설화 사건이 아닌, ‘송영길 지도부’로 대표되는 민주당 신(新)주류와 친문 구주류의 정면충돌로 바라보는 시각도 나온다. “비주류 송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친문 후보(홍영표)를 꺾은 마당에 대선 후보까지 이재명 지사로 확정되면, 결과적으로 친노·친문이 20년간 이어온 민주당 주류 세력이 교체되는 것 아니겠냐”(민주당 재선 의원)는 분석이다.
다만 이날 이 지사는 송 대표의 ‘대깨문’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그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지사는 당내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선 불공정’ 논란에 대해서도 “저는 당에서 정하는 대로 토론을 하루에 한 번씩 하면서, 그냥 열심히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