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읽은 그대로를 올립니다. 그게 더 나을것같아서요
어떤 분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글을 읽으면서 지금 생활을 반성해 봅니다.
안일한 생각...나약한 모습...
보다 나은 생활을 일구어야겠죠
열심히 투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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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5기한총련 의장님이셨던 강위원의장님...
작년 송년한마당 올라가기전에 경주교도소에 들러서
의장님 뵈었을때가 많이 생각납니다. 출범식은 꼭 함께 할수 있을꺼라고... 하지만 8.15가 지났지만 의장님은 이렇게 서신으로 만나뵐 수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의장님은 오히려 저희에게 힘을줍니다
면회온 한사람한사람의 이름을기억해두고 주소나 연락처까지 기록해두어 편지보내주시고...
의장님이 많이 보고싶습니다.
- 뽀르미 -
이번 8.15특사에서 출소가 예상되었던 5기 한총련 의장이
결국 잔형 2분의 1 감형이라는 예상밖의 결과를 접하고, 15
일 어머님께 쓴 편지를 입수했습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민가협 목요집회에 매주 참석하시며 눈
물겨운 싸움을 하고 계시는 어머님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
제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정진의 시간을 계획하고 있는 그
의 단상이 잘 드러나 있는 글이기에 여기 싣습니다. 많이
읽어주시고, 격려의 서신 부탁드립니다.
많이 우셨지요? 혹시라도 막내아들 탓할까봐 형과 형수 눈
을 피해 이불에 머리를 묻고 서럽게 소리없는 울음을 토해
내셨을 안쓰러운 내 어머니!
너무도 죄송합니다.
무슨말로, 도대체 어떤 설명으로 어머니를 이해시키고 위로
할 수 있겠습니까.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도무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남북의 수뇌가 만나고 50년 이산의 철벽이 무너지기 시작하
고 막혔던 철길이 뚫리는 세계사적 격변과 전민족적 대화해
가 진행되는 이 경사로운 시절에 도대체 누가, 왜 내 어머
니를 이토록 지치고 아프게 하는 겁니까?
혹여 식사조차 못하시고 계시진 않으신지, 끝내 자리에 누
우시진 않으셨는지...
저도 잠시 황당하긴 했지만 충격이나 허탈함 보다도 더 급
한 건 노령의 어머님 걱정이었지요.
솔직히 나가고 싶었습니다.
이 철옹성의 감옥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사객과 명상의 시간으로 위안삼기엔 3년 넘는 옥살이는 지
나친 한가였습니다.
열혈청춘, 청년운동가에게 한 평 독방은 가혹한 밀실이고
동굴이었습니다.
칠십중반 넘겨가는 노구의 어머님 삶을 제가 더이상 이런
모양으로 압류해서는 안된다는 아픈 생각도 들었습니다.
국보법이 사문화되고 민족통일의 시간표가 제시되고 있는
본격 화해의 시대에 자랑스런 현장복귀를 갈망했습니다. 한
총련 이적단체 규정의 핵심 주장인 주한미군 철수·국가보
안법 철폐·연방제 통일이 일반대중의 요구가 되고 민족적
합의가 돼가는 마당에 황폐한 감옥에 수인으로 갇혀있을 이
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총련·범민련 통일 대회가 10여년만에 합법화된 그 축전
의 장에 감동의 발길로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광복 55주년 오늘
세계가 주목하는 한반도의 이산상봉 민족경사 속에서도
저는 여전히 좁디좁은 동굴 안에 남겨졌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오늘 다시 어머니와 저는 지난 3년 1130일 옥살이 이상으
로 의연해야 합니다.
김대중 정부들어 단행된 여러번의 사면마다 어머니는 젊은
엄마들 누구보다 거뜬하고 당당하게 견뎌내셨습니다.
"애국하다 거리에서 죽은 학생들도 있고, 3-40년을 무기수
로 살아온 할아버지들도 계신데 어찌 5년짜리 징역갖고 눈
물·한숨 보이겠냐"며 오히려 저를 위로하고 격려하셨던 어
머님, 이번에야말로 더 꼿꼿한 태도로 미석방 양심수 부모
님들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셔야 합니다.
어디 우리가 목을 내밀고 김대중 정권의 처분만 바라고 살
아왔던 운동가였고 양심수들이었나요?
오늘 이산가족 상봉장면을 TV로 보면서 저는 '감격'과 '울
분'과 '위로'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50년만의 혈육상봉이 주는 극적인 첫장면에 '감격'했고,
평범해야할 혈육의 만남을 이토록 극적이게 만드는 분단 반
세기, 그 분단을 만들어낸 외세와 이에 동맹해온 분단 기득
권세력이 떠올라 '울분'이 났고,
생사도 모르다 50년만에 상봉하는 부모 자식을 보며 면회
서신 다하고 사는 제 5년 옥살이는 한낱 잠시에 불과하다
고 느껴져 '위로'받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분단역사를 끝장내야 하는데 어이쿠, 이놈의 분단이… 이
놈의 분단이…"
혼잣말하며 거칠게 울컥거렸답니다.
이곳 수인들도 예외없이 눈물 쏟아냈답니다.
어머니.
외세로부터 온전히 독립된 완벽한 자주정권이 아닌 이상 민
족자주와 민중해방을 위해 투쟁하다 감옥으로 향하는 양심
수들의 행진은 끊길 수가 없습니다.
김대중 정권은 민족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선행독재정권
과 구별되는 분명한 진보성이 있긴 합니다만, 여전히 권력
의 내부역학구조와 철학적 바탕은 친미예속적 보수라 할
수 있답니다.
통일 후에도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거나 반미운동은 국익을
해친다고 국민을 훈계까지 하는 대통령의 발언만 봐도 이
를 쉽게 짐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양민학살 진상조사나 매향리 문제, 소파협정에서 보여준 비
굴하고 소극적인 정부태도는 하나의 구체적 반증에 불과합
니다.
호텔롯데, 사회보험 노동자들에 대한 야수적 진압에서 보여
지듯
현정권의 노동·농민 정책의 방향을 좋합적으로 평가해보
면 우리는 김대중 정권이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면만 두고 평가할 때도
권력형 비리와 부패선거사범엔 대단히 과감무쌍한 특혜를
베풀고
양심수 석방과 정치수배해제 문제엔 일반 국민여론과 대중
적 상식조차 완전 기만해 졸렬의 극치를 달려버렸습니다.
특히 기형적인 양심수 사면은 국보법 개폐가 예고된 냉전대
결의 종착역에서 공안기관내 강경매파들의 구겨진 자존심
을 보호하고 국보법 체제를 붙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냉
전주의자들의 초라한 생존전략이 낳은 마지막 조바심의 결
과라고 보여졌습니다.
'역사와의 화해'라는 몰역사적 독단을 가지고, 국민 주머니
돈을 들여 유신개발독재의 상징인 독재자 박정희 기념관을
짓겠다고 할 때부터 이미 알아봤습니다. 역사마저 정략의
도구로 삼으려는 퇴행앞에서 사면인들 어찌 정략에 이용하
지 않겠습니까.
이번엔 12·12관련자와 한보·청구비리 등 5·6공 문민정권
의 찌꺼기들을 모두 다 되살려 놓았지 뭡니까.
징역 11년을 선고받고 내라는 추징금도 내지 않았으며 이
제 고작 2년 9개월밖에 복역하지 않은 김영삼의 수족 홍인
길과 복권해줄 필요없다고 국민상대로 대놓고 배짱부리던
김영삼의 아들 김현철이를 사면하고 복권하는데는 왜 그리
도 국민여론 관계않고 저급한 만용을 부렸는지…….
이것이 도대체 남북화해와 민족단합, 8·15광복정신에 무
슨 연관이 있단 말일가요.
어머니
이제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금「역사」를 생각합니
다.
「역사」는 속도가 느려서 좀 답답할 뿐 다 제자리를 찾아
가게 돼 있다고 하지요. 그게「역사」의 성격이라네요.
일부 강경냉전주의자들이 곧 끊어질 삭은 새끼줄을 붙잡고
민족화해와 통일의 대세를 거스르려 하지만 분단시대를 사
는 정도가 무엇이었고 누가 정의였는지 머지않아 가름될 것
입니다.
통일조국은
분단시대의 최고악법, 국가보안법에 저항한 오늘의 양심을
성대히 기릴 것이며
준법서약서와 타협하지 않고 감옥살이를 버텨내는 분단시대
의 기개있는 청년들을 분명히 기억할 것입니다.
6·15공동선언으로 50년 적대에 구멍이 나긴 했지만 여전
히 우리는 분단시대의 끝에 살고 있습니다. 분단시대를 사
는 양심들에게 감옥은 결코 낯선 곳일 수 없고 옥문을 나서
는 순간, 다시 들어올 수 있다는 각오를 다져야 하는게 참
된 운동가의 자세일 것입니다.
어머니와 저는
이제부터 사면을 애걸하지도 징역살이를 슬퍼하지도 말아
야 해요.
겨레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대의에 우리가족이 작게나마
함께할 수 있다는 뿌듯한 자긍심으로 살아가기로 해요.
어머니와 형님이 민가협 활동에 애정을 갖고 계신다는 낭보
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맑아집니다. 민족사의 진보를 위한
투쟁에 동참하면 할수록 우리의 가족사 또한 진보적 방향으
로 계승되고 후대 자손에게 당당해질 수 있는 것이겠지요.
여하튼 오늘 사면이 우리 가족에게 준 아픔을 얼른 털어버
리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 6·15공동선언과 민족자주·대단
결에 보다 과감하게 기여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가족 전체
가 고민하고 찾아가는 긍정적 전환의 계기로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저는 새로운 각오로 멋지게 품위있게 폼나게 맑고 푸르게
그리고 지독하게 열심히 살아갈 것입니다.
어머님만 건강하시면
어머님만 견디고 버텨주시면
어머님만 변함없이 아들의 지지자·후원자가 돼 주시면
저는 감옥일망정 몸과 맘 모두 쑥쑥 커갈 것입니다.
어머님의 투혼을 믿습니다.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하며
형제이자 정치적 동지가 된 정원형의 맹목에 가까운 후원
에 늘 감사드립니다.
면회때까지 밝게 사세요, 예쁘게 사세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