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홈쇼핑 콜센터 남자 직원이 출연해 고민을 털어놓았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전화를 받는다는 그는 전 세계 콜센터 직원들의 애환을 대변했다.
사실 고객들의 질문, 불만, 불편함을 들어주고 이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하는 콜센터(고객서비스센터)는 회사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고객서비스가 없는 사업은 상상하기 힘들다. 모순되게도 이렇게 ‘사업의 꽃’인 고객서비스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받는 대우는 약소하다. 그래서 이직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브리엘 브리스톨(Gabriel Bristol)은 수십 년 동안 콜센터에서 일하며 무기력한 콜센터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이 더 좋은 보상을 받는 데 힘써왔다. 현재 미국 콜센터 기업인 인텔리케어 디렉트(Intelicare Direct)의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그는 최근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고객들의 불만이 쇄도하는 콜센터 업무의 본질은 바꿀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콜센터에서 일하는 자체가 재미있도록 업무환경을 개선해 다른 콜센터보다 이직률을 현저히 낮췄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인텔리케어 디렉트는 설립된 지 2년 만에 직원이 40명에서 300명으로 크게 늘며 성장했다. 비결이 무엇인가.
▶회사는 고객서비스에 최소한으로 투자를 하려 한다. 이는 결국 고객서비스의 퀄리티를 ‘희생’하는 것과 같다. 나는 이런 콜센터의 모습을 뛰어넘으려 많은 노력을 했다. 최고의 고객응대 실력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해야지만 고객들이 떠나지 않고 결국 회사 순이익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는 우선적으로 인재 영입에 신경을 썼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고객서비스에 맞는 인재를 확실하게 채용하는 데 힘을 다했다. 이런 인재들은 고객서비스에 대해 진심으로 마음이 있고, 똑 부러지게 말을 하며,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들을 채용해 해당 산업 기준보다 훨씬 더 높은 급여를 지급할 뿐만 아니라 직원 복지도 제공한다.
―콜센터는 회사에서 빠질 수 없는 사업부문이지만 열악한 환경 때문에 기피하는 분야다. 콜센터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오해(misconception)가 있나.
▶콜센터 업무를 간과하거나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콜센터 성공 기준이 ‘흑과 백’처럼 명확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콜센터 서비스를) 받고 기뻐하거나 기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콜센터 업무의 성공 여부 기준이 복잡하지 않다고 해서 일 자체가 단순하고 쉽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는 분명한 오해다.
―한국에서는 고객들로부터 듣는 언어폭력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이직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
▶미국에서 아웃소싱 콜센터(3rd party call center)의 평균 이직률은 45%를 넘는다. 그렇지만 우리의 이직률은 이 수치의 3분의 1이다. 비결은 콜센터 업무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있다. 콜센터 업무의 본질(nature)은 절대로 바꿀 수 없다. (제품이나 서비스)만족도가 높은 고객들이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제품이 좋다고 말하진 않는다. 물론 간혹 이런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이는 극히 드물다. 콜센터에 전화를 하는 고객들은 불만이나 분노를 토로하려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타사와 다른 점 중 하나는 직원 교육에 있다. 고객들을 진정시키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이를 훈련시키는 콜센터는 아주 드물다. 우리 직원들은 고객 전화를 받으면 일단 그들을 진정시키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준다. 고객들의 얘기를 들어주면서 끼어들지 않는다.
―콜센터 업무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 외에 전국 평균보다 낮은 이직률을 기록하는 또 다른 비결이 있나.
▶콜센터에서 일하는 것 자체를 재미있고 편리하게 만든다. 우리 회사에는 ‘즐거움 위원회(Fun Committee)’가 있다. 이들의 유일한 업무는 직원들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구상하는 것이다. ‘파격적인 머리를 하고 출근해’ 등과 같은 재미있는 이벤트를 만드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즐거운 방(Fun Room)’이라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2대의 텔레비전이 있는 이곳에서 직원들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하거나 넥플릭스를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의 학교가 방학 기간이거나 육아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을 회사에 데려올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직원의 스트레스를 완화해주고 직원들이 업무에 몰두할 수 있게 만들어 이직률을 크게 감소시킨다.
―한국에서는 콜센터 QA(Quality Assurance) 자격증이라는 것이 있다. 한국콜센터아카데미가 이를 실시하고 교육과정을 마련한다. 이런 전문적이고 심화된 콜센터 교육 및 평가과정에 대한 의견은.
▶어떤 업무든지 그에 대한 훈련을 받는 것은 중요하다. 외부에서 훈련을 받는 것도 훈련과정의 일부다. 그렇지만 심화된 훈련과정은 본인의 직무에 맞춰 받아야 한다.
누군가를 훈련시키려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 해당 인물이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진짜로 적합한 사람이 맞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고객서비스 업무와는 적합하지 않는 사람이면, 훈련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문제가)고쳐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