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생은 수업이 일찍 끝나자 계절탓인지 그냥 집으로 향하기 싫어
서점에 들렀다.
이것 저것 들춰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책이 없자 음악이나 들어보자 싶어
레코드코너에 샘플CD 헤드폰을 끼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 이젠 이제는 그대를 놓아주려고 해요
있는듯 없는듯 그대는 나의노래속에서 살아왔죠
이젠 처음 입맞추던 그날도 흐릿해 졌겠죠...]
한선생은 노래를 들으면서 이동준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떠올라서
갑자기 울컥하고 눈물이 나올것 같아 얼른 헤드폰을 벗었다.
'당신 놓아주기로 했어'
그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녀는 결국 그 CD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CD를 틀어 놓고 할일을 시작했다.
헤드폰으로 들었을때보다 감동이 적었지만 꽤 괜찮은 CD를 건졌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가사들이 다 그녀의 마음을 옮겨 놓은듯한지 그녀와 윤혁에 대한 마음도 이동준에
대한 마음도 그 가사들에 담겨있어서 누구나 다 이런사랑을 하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커피한잔을 타 놓고 내일 수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커피 한모금 물었을쯤 그녀는 커피를 삼킬 수 없었다.
가슴속 밑바닥부터 올라오는 뭔가가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첫 눈에 난 내사람인걸 알았죠
ㅡ ㅡ ㅡ
사랑이 오려나봐요
그대에게 늘 좋은것만 줄께요
내가 그대를 사랑해도 될까요]
그녀의 흐느낌은 멈출 줄 몰랐다.
이동준이 그녀에게 처음으로 불러준 노래였다.
늘 곁에서 노래를 불러 주겠다고 그랬는데...
요즘 한선생은 새로 구입한 CD때문인지 혼자 있을땐 이동준생각에 자주
빠져있었다.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이CD를 갖다 버리든지 해야지 원!"
그녀는 버릇처럼 집에 들어오자마자 오디오를 틀면서 중얼 거렸다.
겉옷을 벗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알지 못하는 전화번호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예... 알겠습니다"
이동준의 매니저란 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를 잠깐 보잔다.
"지난번 병원에서 봤는데 기억나십니까?"
"예... 그런것 같네요"
사실 그날 뒤돌아 누워 있어서 잘 보진 못했었다.
꽤 건장한 체격을 가진 매니저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대했다.
"저... 이동준과 어떤일이 있었는지는 알 순 없지만 이동준씨좀
만나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예?!"
"좀 그러시겠지만 이동준좀 설득해 주셨으면 해서요.
한동안 일도 안하고 여행 가길래 그래도 여행갔다오면 나지겠지 싶었는데
돌아온지 한달이 지나도록 통 일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다 그나마 들어오는
일도 다 끊어지게 생겼단 말입니다!
어떻게 올라왔는데..."
"제가 도울일이 아닌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이동준 참 자기관리 잘하는 스타로 이바닥에서 알 사람 다 압니다.
한은진씨 만날때도 스캔들 안난건 기자들이 손 놓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이동준이 기자들에게 얼마나 잘 했는지 아십니까?
사무실에서 말 나올까봐 한은진씨를 위해 일도 전보다 더 열심히 했구요...
사실 전 오래가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한은진씨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한은진씨를 위해준 이동준을 생각해서라도 결과는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만나 설득좀 해 주십시요. 부탁합니다."
"... 생각해 볼께요..."
한선생은 매니저의 말에 이동준의 마음씀씀이가 느껴져 눈물이 나올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그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그가 이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게 잠자코 모르는체하고 있어야 하는지
아님 매니저말대로 결과가 어떻든 찾아가 제자리를 찾으라고 설득해야할지...
한선생은 작은 로즈마리 화분을 들고 그의 오피스텔앞에 서 있었다.
찬바람이 그녀의 긴 머리칼을 흔들고 지나갔다.
'딩동 딩동..."
아무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기며 한번만 더 눌러본 뒤 그래도 아무대답 없으면
그냥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손을 벨에 얹으려는 순간 문이 덜컥하고 열렸다.
눈에 띄게 야윈 이동준의 놀란 얼굴이 들어왔다.
한선생도 무척 많이 놀라 들고 있던 로즈마리화분을 떨어뜨릴뻔 했다.
아무말 없이 서 있는 이동준에게 한선생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로즈마리화분을 내밀었다.
"선물!..."
그는 선물은 받을생각하지 않고 그녀를 들어오라는듯 문옆으로 비켜섰다.
한선생은 안으로 들어섰다.
예전과 변함없이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다.
그녀가 선물한 아로마 방향제의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그녀는 로즈마리화분을 창가에 놓아 두었다.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왜 왔어?!"
"저... 커피좀 주세요"
한선생은 그가 차갑게 묻자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몰라 엉뚱한 말을 하고는 스스로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주방으로 가더니 커피메이커에서 금방 커피를 잔에 따라 내왔다.
"빨리 마시고 가!"
그녀는 그와 쇼파에 마주 앉아 커피잔만 보고 있었고 이동준은 그런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요..."
"........"
"저기... 매니저분 만났어요"
"허! 매니저가 가보라고 해서 왔군! 후후... 그럼 그렇지!"
"그러지 말아요! 걱정되서 그런거잖아요"
"그럼 당신은?"
"예?!"
"내가 걱정되서 온거냐고?! 윤혁은 당신 여기온거 알아?"
"윤혁씬 상관없어요! 어쨌든 주변사람들 걱정시키지 말고 얼른 제자리 찾으세요!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더 스스로를 힘들게 할 뿐이예요... 그럼... 가볼께요"
한선생은 일어섰지만 이동준의 화가난 목소리에 놀라 잠시 머뭇 거렸다.
"그래 언제나 그랬어! 당신은 순진한 얼굴로 자기 생각만 했지!
내마음은 어떻든 무시하고 말이야! 어쨌든 그 충고 눈물나게 고맙군. 잘가!"
그는 매몰차게 말하곤 돌아서서 그녀가 나가는것을 보지도 않았다.
한선생은 그의 오피스텔을 나오면서 흐르는 눈물을 애써 닦았지만
고장난 수도꼭지 마냥 멈추지 않았다.
이동준은 창문에 서서 눈물을 닦으며 나가는 한선생을 보곤 그녀에게 차갑게 군
자신이 미치도록 후회가 되어 자신을 치듯 주먹으로 벽을 쳤다.
그동안 눈을 감아도 보이는 그녀의 모습때문에
윤혁과 다정하게 있을 그녀의 모습을 떨쳐 버리려고 얼마나 애를 썼던가!
그녀의 미소를 얼마나 그리워 했었는데...
꿈에서라도 그녀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잠든날이 얼마나 많았던가...
정작 그리워하던 그녀를 만났는데 아픈말만 하고 말았다.
오랫만에 본 그녀의 모습은 야위어 있었지만 그래도 편안해 보였었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한선생은 비가오면 늘 그렇듯 수업하러 다니기가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수업이 끝났을땐 지쳐있기 일쑤여서 집에 빨리 들어가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녀의 집앞에 이동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보자 성큼성큼 비를 맞으며 그녀에게 걸어왔다.
그녀는 얼른 우산을 그에게 씌웠다.
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끌어 안으며 소리쳤다.
"당신이 날 안 찾아왔어야 했어! 이건 다 당신 책임이야!"
그는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갈급하면서도 열정적인 그의 입맞춤에 그녀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아니 피하고 싶지 않았다.
우산이 떨어졌다.
마침 비가 와서인지 지나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아 세상에 둘만
존재하는것 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그가 먼저 그녀를 밀쳐냈다.
그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차에 타는가 싶더니 떠나 버리는 거였다.
혼자 남겨진 한선생은 그자리에 서서 그저 그가 떠난자리만 쳐다 보고 있었다.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물도...
이동준은 그녀가 자신의 오피스텔을 찾아온 이후부터 그녀의 모습이 아른거려
단 몇초라도 보지 않으면 미칠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먹어도 먹는것 같지 않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마침 비가 내리자 감수성을 자극해서인지 못 견디고 그녀의 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잠깐 그녀의 뒷모습이라도 보고 갈 마음이었으나 우산을 쓰고 걸어오는
그녀를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간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또 상처를 주고 말았다.
어이없이 모든것을 그녀의 잘못으로 돌려 대며 말이다.
다음날 한선생은 비를 맞아서인지 감기 기운이 있었지만 책임감때문인지 약기운때문인지
하루자고나니 금방 떨어졌다.
하지만 이동준 매니저에게 전화가 왔는데
이동준이 많이 아픈것 같으니 와 달란 전화를 받았다.
아마 그도 감기에 걸린 모양이었다.
그의 오피스텔에 도착했을때 박우진과 매니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박우진은 그녀를 보자 짧게 인사하며 잠깐 얘기좀 하자고 했다.
매니저가 자리를 피해 이동준의 오피스텔을 나가며 한은진에게 부탁했다.
"전 내일 다시 들를 겁니다. 이동준좀 부탁합니다!"
박우진은 매니저가 나간뒤 한선생을 쳐다보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 영화촬영때문에 해외로케중이었어요. 지난번에 동준이가 파리로
잠깐 들렀더군요. 그때도 힘들어 하긴 했지만 이정도 일줄은 몰랐어요.
전 사실 한은진씨가 그래도 동준이를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을
저렇게 만들어 놓다니 너무한거 아닙니까?... 뭐 그렇다고 한은진씨를
탓할 생각은 아닙니다만 동준이를 보니까 속상하군요"
"전... 윤세영씨랑 잘 되고 있는줄 알았어요... 저랑은 다른세계 사람이니까
동준씨 소식 아는게 쉽지 않구요"
"윤혁사장이 얘기 안해 줍디까?"
"그사람... 안 만나니까요"
"안 만난다니요? 동준이가 분명히 윤혁사장한테 갔을거라고...
어쨌든 제가 오해한거 같군요. 미안합니다!"
"아니예요..."
"동준이가 한은진씨 찾으며 헛소리를 하길래 불렀어요.
며칠을 별로 먹은거 없이 잠도 잘 못잔대다 비까지 맞은 모양입니다.
우선 어제 오늘 의사가 다녀갔으니까 간호좀 부탁해요.
난 어제 겨우 서울에 도착해서 집에 들어가봐야 될 것 같네요"
"걱정마시고 들어가세요"
박우진이 돌아가고 그녀는 이동준이 누워있는 침실로 다가갔다.
그는 지친모습으로 안쓰럽게 잠들어 있었다.
"미안해요... 이렇게 힘들게 해서..."
그녀의 눈물이 그의 손등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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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쓸 무렵에 유리상자에 좀 빠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ㅋㅋㅋ..
가사들이 어쩜 그렇게 사랑의 감정을 잘 보여주는지...
특히나 한샘과 이동준의 이야기를 옮겨놓은듯해 더욱 애착이 갔더랬습니다.ㅎㅎㅎ...
시간이 나심 한번 들어보심이 어떨런지요?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2.
[ 중편 ]
나에겐 평범하고 남에겐 특별한 남자친구 [29]
파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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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0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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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꺄~~~악~~ 제가 얼마나 기달렸눈데요ㅋㅋ그래두 방금 올리신거 바로 읽은거네용ㅋㅋ 넘 기분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