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속 깊이 스며든다는 뜻의 순수 우리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뼛속 깊이 사무치다’라고도 표현하는데
오늘의 우리들에게는 이 사무침이 없어서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그리움도 사무쳐야 사랑이 익을 테고 삶도 사무침이 있어야 길이 열릴 터인데...
최근 나는 그야말로 가슴에 사무쳐 오는 한 통의 편지들을 읽었습니다.
일본의 한 여인이 일찍이 이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띄운 사연을 옮겨 봅니다.
서른두 살에 천국에 가신 당신께.
딸아이를 업고서 전장으로 가시는 당신을 배웅 나갔을 때
포옹해 주시던 당신의 팔 힘을 지금도 두 어깨에 느끼고 있는데
어느덧 세월이 이렇게 흘렀습니다.
내 나이가 벌써 여든여덟,
그러나 당신은 그때의 서른두 살 그 나이 그대로이겠지요.
제가 천국으로 당신을 찾아가면 못 알아보고 누구냐고 물을까봐 겁이 납니다.
부디 반가워해 주시고 출정하실 때 안아 주시던 것처럼 저를 껴안아 주세요.
만나면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딸네 부부 이야기,
지난날 나 혼자서 힘들고 외롭게 살아왔던 이야기,
끝이 없는 이 세상의 밤낮 이야기를 다 털어놓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군요.
내가 그러면 당신은 예전처럼 듬직히
“그래, 그래”하면서 등을 토닥거리며
“힘들게 살아왔군”하고 위로해 주시리라 믿어요.
다시 한 번 당신 가슴에 저를 꼭 껴안아 주세요.
그리고 이번에는 영원히 놓지 말아 주세요.
-당신의 사랑하는 아내 올림.
-정채봉의 <눈을 감고 보는 길>중에서
첫댓글 좋은글 감사히 봅니다
행복한 꿈나라 여행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