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보름달의 밤, 선호산 깊숙히 자리한 침묵만이 있어야 할 비밀스런 장소가 소란스러워 지고 있었다.
-어떻게 하죠?
-그러게 말이예요. 그들이 전부..
-인간의 집에 있다는게-
-혹시 그인간이-
그 소란의 주인공인 저마다의 이야기를 해대는 존재들.
금빛의 찬란한 털을 가진 여우와 우직한 갈색의 털을 가진 곰들, 시릴정도로 푸른 빛의 털을 가진 늑대들.
그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자신들의 아이들이 사라진 것.
곰족의 아이와 여우족의 아이, 늑대족의 아이까지 사라져 버렸다.
존재하는것이 그들만은 아니나 이번 사건이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었기에 아이를 잃어버린 세 종족만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렇게까지 동요하는 이유도 단 하나.
그들의 아이들을 모두 한 인간이 데리고 있다는 것.
자신들이 보일 리 없는 인간이 여우족 아이와 곰족의 아이, 늑대족의 아이까지 데리고 있다?
그들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랬던 그들도 '거울의 호수'에 비친 한 인간소녀와 그들의 아이의 모습을 보고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호수에 비친 한 소녀와 세 아이들의 모습.
필시 그 세 아이들은 각각 곰족의 아이와 여우족의 아이, 늑대족의 아이였다.
그 때, 한 늑대가 나타나 소란을 진중시켰다.
-조용히들 하시오!
-....
모든 시선이 그 늑대에게로 모였다.
늑대는 모두가 자신에게 집중한 것을 확인하더니 이내 자신의 뒤에 있던 누군가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그것은 당당한 자태로 앞에 나와 섰다.
다른 늑대와는 비교도 안 됄 정도의 커다란 몸집에 지배자의 풍모를 내뿜는 그것.
그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는 푸른 털을 가졌고 강함의 흔적을 나타내는 흉터진 왼쪽 눈을 가졌으며, 모든 것을 찢어버릴 듯한 강한 발톱을 가졌다.
그는 오만한 자태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을 한번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외쳤다.
-나는 푸른늑대의 수장으로서 이번일에 대하여 책임을 갖고 있소. 나의 부주의로 인해 3명의 아이가 사라졌소. 이에 대해선 사과하는 바, 허나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생각하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라진 아이를 되찾아 오는 것.
그는 잠시 말을 마치고는 뒤를 돌아 보았다.
자신의 뒤에 그 존재감을 풍기고 있는 이.
자신의 친우이자 종족의 부수장인 데리칸.
그는 그를 보고 잠시 한숨 쉬더니 다시 진지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번 일에 대해서 나의 벗이자 푸른늑대의 부수장인 데리칸이 의견을 하나 내었소. 그는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만큼, 이번일도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들을 데려오는 것은 자신이 할 것이며 그 외의 몇몇의 지원자를 받겠다 하였소. 혹, 지원자가 있다면 앞으로 나와 주시오.
그러자 무리들 속에 있던 한 늑대가 앞으로 나왔다.
-푸른 늑대의 칸. 지원을 신청합니다.
-칸!
그러자 뒤에서 앙칼진 목소리가 나왔다.
-어머니..
-제정신이니?! 인간의 마을로 가는 거야. 위험하다. 아무리 쿤이 널 기다리고 있다지만 그 아이는 금방 돌아올거야. 진정하렴.
어조를 들어보니 먼저 나온 늑대의 어미인 것 같았다.
이에 잠시 수그러 든 듯 하더니 곧,
-어머니, 말씀하셨다 시피 쿤이 절 기다리고 있어요. 가서 데려와야 해요.
-하지만,
강인한 어조로 말한다.
-그만. 그만하시오 도린.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거요. 가는것은 데리칸 만이 아니니. 나 또한 함께 하기로 하였소.
-뭐? 수장께서 직접?
-아무리 본인께 책임이 있으시다지만..
웅성 웅성.
그의 말에 여기저기서 놀라움이 담긴 탄성들을 내뱉는다.
그 때, 한 늑대가 나서서 말했다.
-아무리 당신에게 책임이 있다고는 하나, 당신은 한 무리의 수장이십니다. 이번 일이 직접 움직이실 만한 큰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당신께서 계시지 아니할 때, 어떠한 사고라도 생긴다면..
그를 말리는 말과 우려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이것은 우리의 '계획'와도 관련이 있는 일이오.
모두가 그의 말에 귀를 귀울였다.
-나는 이번 인간세상에 나가면서 여러가지를 배워 올 생각이오. 필시 그것이 우리의 '계획'에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하오.
-허면 이번 일은 다른 종족에게도 알려야 하는 것입니까?
-그렇소. 모든 종족이 이 선호산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 우리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였으니.
더이상 그들은 자신들의 수장을 말리지 않았다.
-당신의 뜻을 이루시기를.. 우리의 수장, 케릴이시여.
***
모두가 돌아가고 케릴과 데리칸만이 남았다.
그들은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 보이는 자그마한 호수.
그들은 그것을 '거울의 호수'라 부르고 있었다.
같은 값의 대가를 지불하여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호수.
그것은 본디 범상한 호수였으나 그들이 임의적으로 그 힘을 불어넣어 지금의 신비로운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은 호수를 바라보았다.
'아악!! 테리, 그건 먹으면 안돼!!'
'-에?..왜요?..'
발악하는 소녀.
이번 문제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존재였다.
데리칸은 소녀를 보더니 살풋 미소지었다.
-이 소녀가.. 네가 말한 '그' 인가? 우리와 대화할 수 있다는?
-..보면 알수 있지 않은가..
-아.. 아무리 봐도 믿겨져야 말이지. 큭큭..정말 세상일은 살고 볼 일이군.
그 말에 케릴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물었다.
-아이들을 데려오는 일에 지원하겠다한 것도 그때문인가?
-아.. 아무래도 한 번 보고 싶어서 말이야.
-아무튼 이 아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라. 이번 일이 끝나는 대로 모두에게서 이 아이에 대한 기억도 지워라.
-어째서?
-..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크큭..
데리칸은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는 자신의 친우를 보며 작게 웃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회의가 끝나자 마자 그들의 기억은 모두 지웠어. 이 아이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는건 너와 나, 그리고 칸이란 아이뿐이다. 그들은 단지 우리가 인간세상에서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으러 가는 것으로만 알고 있지.
케릴은 경악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여우족의 수장과 곰족의 수장의 기억마저 지운거냐?
-당연하지. 한번 맡은 일은 철저히 한다. 그게 내 신조거든.
그 말에 케릴은 당장이라도 큰 소리 칠 것 같더니 이내 마음을 다스렸다.
-..후우.. 이딴 한심한 작자가 우리 종족의 부수장이라니..
그 말에 데리칸은 불만어린 표정을 지었다.
기껏 덤까지(수장들의 기억까지 지운 것) 얹어 주었더니 고맙단 말 하나 없이 불평 일색이라니?
그는 억울했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는 겐가?
그 어리석은 질문에 케릴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지사.
그는 계속해서 다스려왔던 화가 한꺼번에 터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바보같은 작자야!! 수장들의 기억까지 지우면 어쩌자는 겐가! 만약 이 일이 나중에 문제시 된다면 어찌 변명할 생각인가!!
-...!! 아..맞다..
-후우..정말이지..
구석에서 반성하고 있는 데리칸을 다시한번 노려봐 주며 '거울의 호수'로 시선을 돌렸다.
-정말이지.. 문제가 끊임없을 아이군.
'야! 테리, 괘, 괜찮아?'
'-너, 대체 뭘 먹인거야?'
'내, 내가 안먹였어! 본인이 먹은거야!'
'-저, 이, 일단 뱉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 그런가? 아악!! 판, 너 뭐하는거야!!'
'-뱉게 하라며?'
'그건 단순히 뱉게 하는게 아니라-'
그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오늘도.. 아름다운 만월[滿月]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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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소설을 쓰다 밖을 봤는데 초승달이 떳네요.
첫댓글 아.. 멋지다. 초승달... + _+ 감상적이신 분이시네요. 하하, 저는 코코아 먹었답니다★ 소풍다녀오는데 감기로 몸살... 다이엔드씨도 고생하시네요 ㅠ.ㅠ! 수고하세요♡
크흑.. 제 생각을 해주시다니. 감동.. //라 하누님 감기 빨리 쾌차하시길 빌게요^^*
등장인물들이 넘 귀엽네요 ㅋ
헤헷.. 그런게 말씀해 주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