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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八 章.
사막(砂漠)의 정사(情事)
눈(眼),
누군가의 눈길이 자신의 온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지고 있는 듯한 이 기묘한느낌.
“...!”
화령천화 철미라는 퍼뜩 경각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순간, 그녀의 안색이 일변했다.
“누... 누구냐?”
보라. 연못가의 한 바위 위에 태연히 겉터 앉은 채
싱글싱글 웃고 있는 한 사내가있었다.
“좋은 밤이야. 달도 좋고 별도 좋고 바람도 좋고...
거기에 미녀(美女)가 있어 더욱좋은...
그리고 미녀가 벌거벗고 있어 더더욱 좋은...”
단우비헌이었다.
철미라,
본능적인 동작으로 앞가슴에 손을 가려가던 그녀는
이 순간 힘없이 혼란스런표정이 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도무지 눈앞의 이 사실이 현실로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
우선,
자신의 예민한 이목이 이 사내의 존재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렇고,
여인의 목욕장면을 이렇게 담담하게 구경하는 사내가 있다는 것도 믿어지지않았으며..
. 게다가, 더더욱 비현실적인 건 상대의 용모였다.
너무도 수려한 그용모...
흡사, 선인(仙人)이 하강해 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비롭고 탈속한 그용모는
그녀가 이제껏 보아온 어떠한 사내들과도 아예 차원(次元)부터 달리하는것이었다.
“...!”
철미라는 잠시간 넋을 잃었다.
단우비헌 그는 계속 싱글싱글 웃으며 그녀의 나신을 거침없이 훑어보고 있었다.
“후후. 그대의 가슴은 두 손으로 가리기엔 너무 크군.
차라리 손을 떼는 게 어떨까?
어차피 나는 다 봐 버렸으니까 말이야.”
'다... 봐 버렸어?'
철미라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비로소 생생한 현실감이 피부에 와닿았다.
당연히뒤이어 찾아오는 것은 수치와 분노였다.
“이 파렴치한, 누구냐? 네놈은?”
그녀의 입에서 매서운 교갈이 솟구쳤다.
순간, 단우비헌의 이제까지의 장난기 어린 웃음이 단번에 사라졌다.
그는 그녀보다도 훨씬 더욱 무서운 기세로 검미를 치켜올리며
엄청난 폭갈을토해냈다.
“이런 돼먹지 않은 계집!
감히 누구에게 하는 말버릇이냐?
어디서 그따위 말버릇을배웠느냐?”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었다.
“하찮은 계집 따위가 감히 당당한 대장부한데 이놈 저놈이라니?
매로 다스려할계집이로구나!”
“...?”
철미라는 그만 멍청해졌다.
그녀는 또다시 현실감을 상실해 버렸다.
“지... 지금 나, 나에게 하는 말...?”
“이 자리에 너 말고 또 누가 있느냐? 못된 계집!
계집의 신분으로 아무데서나벌거벗고 목욕을 하고 있는 것도
따끔한 훈계를 받아야 될 일이거늘...”
호통! 그리고 억지였다.
“그래도 몸매가 그런대로 봐 줄만 하여 바쁜 길을 멈추고 잠시 보아 주었더니..
그래, 감사는 못할망정 오히려 파렴치한이라 했겠다?”
단우비헌은 말을 거듭할 수록 더더욱 노화가 치미는 듯
앉아있던 바위에서 벌떡일어섰다.
흡사 따귀라도 갈겨들 기세인지라
철미라는 저도 모르게 물 속에서 한걸음 물러섰다.
압도당한 것이다
. 하나, 당하고만 있을 그녀이겠는가?
창졸간에당하는 너무 황당한 상황에 잠시 머리 속이 혼란해졌을 뿐이다.
“너, 너, 너... 그... 그냥 두지 않겠어!”
맹세코 생후 처음 들어본 지독한 욕설
, 철미라는 자신이 알몸이라는 사실도 잊었다.
촤라락-!
연못을 박차고 뛰어오름과 동시에 그녀는 광란의 기세로 단우비헌을 향해덮쳐들었다.
“죽엇!”
화르르르-!
그녀의 쌍장에서 가공할 화염기류(火炎氣流)가 폭출했다.
이름하여태양천화공(太陽天火功)!
하나, 미칠 듯한 분노가 바탕이 된 그녀의 공력이 무섭도록강렬하긴 했으나
너무도 허점 투성이었다
. 상대에게 자신의 알몸을 구석구석을충분히 감상시켜 줄
시간적 여유가 있을 정도로...
'두 번 다시 보기 어려운 기막힌 구경거리로군.'
구경거리..
그렇다. 어쨌거나 실로 기막힌 광경이 아닌가?
은싸라기와도 같은신비로운 달빛에 휩싸인 채...
야공(夜空) 한가운데 떠오른 하얀 나신(裸身)...
출렁이는 젖가슴과 폭사하듯 사방의 허공으로 뿌려지는 무수한 물방울...
그리고아름다운 두 섬섬옥수에서 뻗어나오는 두 줄기 화염기류...
아까운 일이었다.
한없이감상하고 있을 여유까진 없었다는 것이.
슷...
단우비헌의 신형이 화염기류 사이를 헤집고 기묘하게 움직였다.
순간,
짜짝!
“아악!”
쿠쿵...
몇 가지 소음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어찌된 상황인가?
보라!
엉덩방아를 찧은 채지면에 앉아있는 철미라,
단우비헌은 어느 새 그녀의 양쪽 완맥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아연히. 단우비헌을 올려다보는 철미라의 양뺨에
는 두 개의 손바닥 자국!
그렇다.
단우비헌은 그 찰나의 순간 사정없이 양쪽의 뺨을 갈긴 후
그녀의 완맥을제압하여 지면에 내동댕이 쳐버린 것이었다
. 당한 철미라조차 어떻게 당했는가를전혀 기억해 내지 못할 정도의
환상적인 한 수였다.
“마... 말도 안돼!”
철미라는 파르르 전신을 경련하며 벌떡 일어섰다.
하나, 곧 그녀는 비명과 함께 다시주저앉고 만다.
“악!”
자신의 완맥이 이미 제압당해 있다는 사실을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단우비헌은 무시무시하리만큼 엄격한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보며 낮게 일갈했다.
“움직이면 죽여버리겠다!”
'헉!'
철미라의 나신이 다시 한 차례 파르르 경련했다.
그것은 공포였다.
단우비헌의기세는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계집이로다.
초면인 것을 참작하여 훈계 정도로 끝내려했더니...
알량한 재간 몇 수를 믿고 감히 장부 앞에서 벌거벗은 채 날뛰다니!”
'버... 벌거벗고 날뛰어?'
철미라의 내부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그녀의 전신이 새하얗게 탈색되었다.
미쳐버릴것만 같은 너무도 극심한 분노에 말도 나오지 않는 그녀,
“이... 이... 익...”
“무슨 해괴한 소리를 내고 있느냐?
옳아, 아직도 반성을 못하고 있는 것이렷다?”
단우비헌은 더욱 무섭게 두 눈을 부릅뜨더니,
“좋아. 내 아무리 바쁜 몸이긴 하나 너 같은 계집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순 없다.
아주따끔한 징계를 내려 먼저 인간이 되게 해주리라!”
순간, 그녀의 완맥을 쥐고 있던 단우비헌의 십지(十指)가 빗살처럼 움직였다.
파파파파팟!
'악...'
철미라의 나신이 삣뻣이 굳어졌다.
그렇다. 혈도를 점한것이다.
그것도 자그마치삼십육개대혈을 한꺼번에...
이어, 단우비헌은 굳어진 그녀의 알몸을 번쩍 안아들었다.
'무... 무슨 짓을? 놔라! 놔!'
철미라는 미친 듯이 소리쳤으나 그것은 입 안에서만 맴돌뿐
소리되어 나오지는않았다.
아혈(啞穴)까지 점해진 까닭이다.
단우비헌은 안아든 그녀를 어깨 위로 턱 걸머지더니
사방을 둘러보며 이렇게중얼거렸다.
“어디 으슥한 곳이 없을까?”
'으... 으슥한 곳?'
으슥한 곳은 있었다.
무려 일장(一丈)여의 높이로 무성하게 자라오른 연못 한켠의갈대숲...
단우비헌은 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철미라의 안색에 심각하고도 구체적인 공포가 떠오른 것은
바로 그때부터였다.
'어, 어떻게 하려고? 서, 설마!'
당연히 그 어떤 무서운 일이 영상되었으리라.
따끔한 징계를 내려주겠다면서 으슥한곳은 왜 찾는가?
갈대숲, 보리밭과 더불어 남녀의 밀회장소로써 고금 이래동서를 막론하고 애용되어
온 곳... 과연, 단우비헌은 어떠한 징계를 그녀에게 내릴 것인가?
설마... 그녀가연상하는 설마가 혹시 실현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 밤... 일은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었다.
* * *
무슨 일인가 벌어졌을 밤은 마침내 지났다.
....
태양천화궁의 사만(四萬)여 군세가 완벽한 출도태세를 갖추고 도열해 있는 이 시각.
광풍마제 흑천웅,
그는 안절부절 못하며 철미라의 천막앞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벌써 한 시진째였다.
하나, 아무리 기다리고,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천막 안에서는전혀 대답이 없었다.
마침내,
“빌어먹을... 욕을 먹어도 할 수 없다.”
광풍마제 흑천웅의 급한 성질이 폭발했다.
그는 거칠게 휘장을 젖히고 천막 안으로들어섰다.
한데... 없었다.
철미라는 간데 없고 비어있는 침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진 한 장의 쪽지가 보였다.
“...!”
흑천응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급히 쪽지를 집어들었다.
<그대들의 소궁주(少宮主)는 본인이 데려간다.
경고하건대, 중원에 발을 들여놓지마라! 파멸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니...
흑룡왕(黑龍王).>
“이... 이런!”
광풍마제 흑천응은 낭패한 실성을 흘려내며 침상을 내리쳤다.
쾅-! 파파팟-!
침상이 아예 가루로 화해 흩날리고...
“흑룡왕! 이 죽일 놈!”
* * *
사막(沙漠)-!
열사(熱沙)의 대황지(大荒地)!
가도가도 보이는 건 오직 모래 뿐...
중천에서 작열하는 태양은 가히 악마(惡魔)의기세로 타오르고 있었다.
....
두 사람, 남자와 여자, 그들은 사막을 걷고 있었다.
실로 기괴한 동행(同行)...
사내는 사막의 가공할 열기도 별 아랑곳 없이
태연하고유유한 자세로 앞장서 걷고 있다
. 여인은 그야말로 처참한 몰골, 엎어지고, 뒹굴고,기고, 뛰고...
온갖 작태를 다 보이며 끌려가는 것이었다.
누구인가? 물을 필요도 없다.
바로 호되게 임자를 만난 화령천화 철미라,
그리고단우비헌이었다.
“헉헉... 이것봐요. 가... 같이...”
철미라는 마침내 애원을 토해냈다.
하나,
단우비헌은 대꾸조차 없이 일장(一丈) 정도의 간격을 유지한 채
유유히 걸음을옮겨간다.
그래도 철미라는 필사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분하고억울하고 원통하더라도...
사막 한복판에서 혼자 남겨진다는 건 그대로 죽음을의미하기에
죽을 힘을 다해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무공을 제압당한 그녀는어느 여인네와 조금도 다름없는 몸이므로...
“허헉...”
철미라는 차라리 죽고만 싶었다.
지금 미쳐버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정도였다.
이 수모... 이 고통...
대초원의 금지옥엽으로 모든 것을 제멋대로 자라온그녀에겐
어젯밤에 이어 악몽의 날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었다.
'꿈일 거야... 잠시 꾸는 악몽일 거야... 내가 왜 이런 수모를...'
어젯밤...으슥한 갈대숲,
그녀는 무슨 일이 벌어지기도 전에 두려움과 분노에못이겨 그만 혼절해 버렸다.
한데, 깨어나 보니 이 사막이었다.
아혈(啞穴)은 풀려져있고 옷도 그런대로 단정하게입혀져 있었으나...
무공이 완전히 제압된 몸으로 사막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여진것이었다.
저 사내,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어 졌는지 알 수 없는 저 괴상한 사내는
깨어난 자신을 보고 이렇게 말했었다.
-지금부터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가르쳐 주겠다.
여자가 왜 남자에게 순종하는지...
남자의 그늘 아래 살아가는 여자의 행복이 어떤 것이지
그것을 사막을 통해보여주겠다.
-무공을 사용하지 않는 순수한 육체의 능력과 정신력으로만 이 사막을 횡단한다.
물론 나 역시 무공을 사용하지 않는다.
언제든... 못 견디게 되었을 때 살려달라고소리쳐라.
그때 그대의 무공을 회복시켜 주겠다.
그리고, 지금까지 네 시진...
정오(正午)를 지나면서부터 철미라는 더욱 지독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 * *
태양(太陽)-
철미라는 어릴 때부터 태양을 좋아했다
. 언제 어느 때나 그녀는태양빛 아래 몸을 눕히기를 좋아했고,
태양의 그 강렬한 광채를 가늘게 뜬 눈으로한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도 있었다.
태양의 종류도 여러가지였다.
어떤 때는 힘없는노인의 눈동자처럼 희미할 때도 있고,
또 어떤 때는 어린애의 숨결처럼 부드러울때도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자상한 미소처럼 온화할 때도 있는가 하면...
도저히 마주 응시하지 못할만큼 엄청나게 강렬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철미라는 맹세코 이런 태양은 처음이었다.
태양은 똑같은 태양인데 사막의 이 태양은 왜이리 독하고 무시무시한가 말이다.
악마(惡魔)...
악마란 게 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일 것 같았다.
천지간 모든 것을아예 녹여버릴 듯이 발광하는 태양
그리고 그 아래, 용광로의 끓는 쇳물만큼이나뜨거운 모래바다...
그러나, 태양과 열사(熱沙)를 합친 것보다 더 지독한 건 앞서 가는 저 사내였다.
도대체 인간이 아니다.
무공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자신이 받고 있는 이고통을 그 역시 그대로 느끼고 있을 터인데
그럼에도 그에게는 조금도 괴로운 빛이없었다.
아니, 괴로운 빛은 커녕 이제까지 반 나절동안 보폭 한 점 변화가 없다.
단한 마디 말도 건네지 않는다.
다만 거리가 너무 떨어졌을 때는 잠시 기다려 주기는했다.
그때 힐끗 돌아보며 엷게 피어올리는 미소...
아아... 어쩌면 그렇게 밝고눈부신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건지...
-밉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철미라의 가슴에는 그런 감정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이면 화들짝 놀라기 시작했다.
그것은 영혼의 전율이었다.
열여섯 방심(芳心)에 최초로 깨어나는 이성(異性)의 눈뜸이었다.
* * *
사흘..사흘을 버틴 후, 철미라는 마침내 논바닥처럼 갈라진 입술로 이렇게소리쳤다.
-살려... 주세요!
그리고는... 그대로 쓰러져 혼절해 버리고 말았다.
녹원(綠園)-
이른바 사막의 오아시스라 불리우는 곳-
숲이 있고, 그늘이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반가운 풍부한 물(水)이 있는 곳이었다.
철미라, 혼절했던 그녀는 거기에서 깨어났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에요?”
깨어나자마자 그녀가 단우비헌을 향해 제일 먼저 던진 물음은 그러했다.
“나?”
단우비헌은 빙그레 웃었다.
“벌레 중의 한 마리... 잘해야 토룡(土龍) 정도나 될까?”
“...!”
철미라의 전신이 섬뜩 굳어졌다.
“그럼 당신이 바로 흑룡왕?”
“후후..남들은 그렇게 부르기도 하지. 그보다...”
단우비헌은 온화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목이 마를 텐데? 어서 목부터 축이고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그... 그래요.”
철미라는 그제야 혼절하기 직전의 그 죽음의 고통과도 같았던 갈증을 기억해 냈다.
그녀는 정신없이 물을 찾았다. 물은 바로 곁에 있었다.
연못(池),
철미라는처박다시피 연못에 얼굴을 담근 채 물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얼마나 마신 것일까?
배가 불러 도저히 못 마실 지경에 이르러서야 그녀는 얼굴을들었다.
혼들리는 수면 위로 예의 그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단우비헌의휜칠한 신형이 투영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
흑룡왕, 당신이 바로 흑룡왕이었단 말인가요?
이 철미라를 결국은 굴복시켜 버린멋진 사내.
문득, 흡사 환청처럼 단우비헌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하루는 여기에서 쉬어가는 것이 좋을 것같다.
그대의 체력도 회복시킬 겸,
사실 나도 좀 지쳤어.”
철미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면을 거울삼아 그의 그 수려한 윤곽을 망막에새기듯 응시하면서...
* * *
어제까지의 그녀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변해 있었다.
단우비헌과시선이 마주치자 사르르 얼굴을 붉히며 눈길을 내리깔기도 했고,
무슨 일이나순종하고또 보호받으며 거기에서 기쁨을 느끼는 듯했다.
그것은 바로 여인의 모습이었다.
“후후... 불(火)은 불로, 강(强)은 더큰 강함으로써 제압한다는 것이지.”
단우비헌은 한 나무에 기대어 앉아 담담한 미소로 철미라를 내려다 보았다.
황혼녘이었다.
철미라는 나무의 그늘 아래 잠들어 있었다.
그지없이 평화로운모습...
그녀의 모습은 단우비헌으로 하여금 너무 심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들게도 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 정도가 아니면 절대 굴복하지 않을 강골을 지닌 그대의기(氣)가 너무 드센 탓이다.”
단우비헌은 조금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그렇다.
여자라는 동물은 그에게 있어 호각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여자는 항상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연약한 대상이었고,
몹시도아름다운 한 송이 꽃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야망(野望)이라는 굴레를 뒤집어쓴 이 철혈(鐵血)의 여전사는 달랐다.
단순히, 무공이 강하다든가 하는 따위의 것으로
이 여인의 마음까지는 굴복시킬 수없었던 것이다.
그만큼 철미라라는 이 대사막의 소왕녀(少王女)의 기질은 강인하기그지 없었다.
더웠을까? 잠든 철미라의 앞섶이 살짝 벌려져 있었다.
그안엔 성정만큼이나 강인한피부가 엿보이고 있었다.
구리빛과도 같은 피부는 야성의 아름다움을 그대로보어주었다.
“으..음...!”
철미라는 가볍게 몸을 뒤척였다. 그 바람에 그녀의 앞섶이 더욱 벌어졌다.
거의절반에 달하는 유방의 동산이 삐죽 튀어나왔다.
“저런, 저런. 처녀가 잠버릇이 정숙지 못하군.”
단우비헌은 혀를 차며 철미라의 옷고름을 매어주려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철미라의옷고름에 막 닿았을 무렵이었다.
반짝...!
철미라의 봉목이 뗘졌다.
“무슨 짓을 하시는 거죠?”
“옷을 여며주려고...”
철미라는 단우비헌의 말을 잘랐다.
“흥! 전에 이미 다 봤다고 함부로 제 몸을 맘대로 주무르는 건가요?”
그녀는 교구를 일으켜 세우며 코방귀를 날렸다.
전일(前曰), 그녀는 목욕을 하는 중에
단우비헌을 공격하여 자신의 알몸을 그대로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말았었다.
그때, 그녀를 제압한 단우비헌은 얼른 사람의 눈에 띄지않는 으슥한 곳으로숨어버렸다.
알몸인 그녀를 안고 으슥한 곳을 찾아들어가자 철미라는 겁이 덜컥 나고말았다.
저항할 수 없는 여인을 알몸인 채로 안고 가는 사내가 무엇을 하려는지는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당시, 철미라는 자신의 정절을 포기해버렸다.
대신, 그녀는 처절한 복수의 의지만을불태웠다.
그런데, 뜻밖에도 상대는 그녀에게 옷을 입혀주고는
무조건 북쪽의사막으로 행군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단우비헌은 그녀와 싸우민서 소란을 눈치채고
철미라의 수하들이 혹여라도몰려들까 봐 얼른 자리를 피한 것이었다.
웬 망상이었을까?
철미라는 오히려 무언가 안타깝고 분한 기분이 들었었다.
북방제일미녀(北方第一美女)!
자신의 미모와 몸매에 대해 그렇게 불리울 정도로철미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한데, 상대는 자신의 알몸을 보고서도 나무토막대하듯 하지 않은가?
이율배반적인 것이지만 정절을 지킨 것이 그녀로선 참을 수없는 모욕이 아닐 수 없었다.
잠자는 미녀(美女)..
. 이미 그녀의 알몸을 보고 만지기까지 했던 저 사내였다.
무방비 상태의 여인을 보고서도 꺾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은 두 가지 경우였다.
여자가 못생겼다거나,
아니면 사내가 내시의 사촌쯤 되는 불능자이거나 하는것이리라.
그런데, 그 두 가지의 경우가 이번만은 맞지 않았다
. 철미라가 추녀일까?
결단코아니었다.
그녀는 아름다왔다. 그리고 젊었다.
거기에 더하여 그녀만이 지닌야성(野性)의 미감은 절륜하기 이를데 없었다.
단우비헌은 어떤가?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을 결코 거부하지 않는 초인적인정력을 지닌 사내였다.
그런 사내가 자신을 인형(人形)을 보듯 한다는 것이
그녀의자존심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날 갖고 싶지 않나요?
이곳은 사막(砂漠)... 아무도 없는 무생물(無生物)의대지이고,
그대는 나 같은 것은 비교도 되지 않는 강자에요.
더구나, 당신 나이엔끓어오르는 열정을 주체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말이에요.”
빙긋...
문득, 단우비헌은 웃음을 머금어보였다.
“남자로서 가장 사랑해 줄만한 여자가 어떤 여자일 것 같은가?”
“그야...”
“자신만을 사랑하는 여자를 볼 때 가장 행복한 것이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앞에서만 옷고름을 풀고, 내 손이 닿아야만 환희의 노래를 부르고,
오로지 내가기뻐하는 것을 보기 위해 열락의 춤을 추는 그런 여자만이
나의 사랑을 받을 가치가있는 것이지.
내 손으로... 여자의 옷을 벗긴다는 것은 내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야.
물론, 여자가 먼저 옷을 벗고 사랑을 애원한다면
나도 목석은 아니니까 충분히사랑을 해줄 수 있지.”
단우비헌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스스로 옷을 벗고 달려들어라! 그러면 사랑을 해주마!
그런 뜻이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 그럴 여인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더욱이, 남자의손길조차 잡아보지 않은 숫처녀의 입장에서라면
실로 난감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철미라의 물음에 단우비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은 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지
. 당사자인 여자스스로가 선택한 남자를 최고라고 생각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비교조차 하지 말란 말인가요?”
“무조건적인 사랑이 가장 무난하다고나 할까?”
“그런 여자가 있나요?”
“있지!”
“혹시 백치(白痴)는 아니고요?”
“머리가 좋고 나쁘고는 문제가 안돼지.
여자가 제아무리 예쁘고 존귀하며 재지가넘쳐흐르는 뛰어난 여자라 할지라도
그 여자가 아는 열 명의 남자 중 하나가 된다는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야.
그보다 못하더라도 오직 그 여자가 알고 있는 유일한남자가 된다면
그것이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지 않겠는가?”
사막은 어느덧 여명의 싹이 터오고 있었다.
그 가운데 앉아 느닷없이 사랑론(愛論)과행복론(幸福論)을 논(論)하는 두 남녀였다.
문득, 철미라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제 몸을 본 최초의 남자에요.”
“의미가 틀리지. 그건 내가 훔쳐본 것이니까. 자책할 필요는 없어.”
일순, 철미라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건 당신 생각일 뿐이고... 제 생각은 달라요.”
스르르...
그녀는 말을 하면서 저고리를 벗었다.
구리빛으로 빛나는 탄력적인 피부가 드러났다.
유난히 탐스런 유방의 사이...
뭉클!
그녀는 두 손으로 자신의 유방을 잡아 좌우로 벌렸다.
유방 사이의 깊은 계곡 사이엔한 마리 붉은 뱀의 흔적이 보였다.
처녀임을 증명하는 수궁사(守宮蛇)라는 것이었다.
“제가 처녀의 몸이 아니라면 당신을 죽여야만 순결함을 찾을 수 있겠지만
이유야어쨌든 간에 당신은 나의 첫남자에요.”
문득, 그녀의 손이 치마끈을 잡아 풀었다.
스르르...
툭!
치마는 힘없이 내려와 모래 위에 떨구어졌다.
미끈한 하체의 곡선은 풍염하기 이를데없는 엉덩이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툭...!
철미라는 마지막 보루를 가리고 있던 고의 끈을 끊어버렸다.
검고 무성한 수풀이바람에 살랑거렸다.
“이제... 당신의 앞에 내 스스로 옷을 벗었어요.”
“내 사랑을 원하는가?”
“아니요.”
철미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의미만이 있을 뿐이죠.
당신이 대단한 사람이고 어떤 여자든지 감동을 줄 정도로 큰사람이라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저의 유일한 사랑이고,
당신만을 애타게 기다린다거나하는 정도는 아니에요.
하지만...”
그녀는 일순 차분한 눈길로 단우비헌을 바라보았다.
“한 가지만은 확실해요. 당신은 제 첫남자이지만... 마지막 남자라는 것!”
그녀의 눈길에 뜨거운 열류가 피어올랐다.
“당신 이외의 어떤 사내 앞에서도 결단코 옷을 벗는 일은 없을 거예요.
강제로당하게 된다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끊는 한이 있다 해도 말이에요.”
“사랑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나 이외엔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도 않겠다는 것인가?
복잡하군.”
단우비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요. 오직 당신만이 나 철미라의 옷을 벗기고 내 몸을 탐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당신이 거부한다 해도 원망은 하지 않겠어요. 그냥... 이대로 살아가면 되니까요.”
언뜻, 철미라의 봉목으로 서글픈 미소가 잔잔하게 깔렸다.
“그럴 수야 없는 일이지.”
단우비헌은 손을 내밀었다.
“이리 와 봐.”
그의 손짓에 여인은 멈칫거리며 다가갔다.
“그대같이 아름다운 여인을 처녀로 그냥 놔둔다는 것은 죄악이지.
더구나 나만이사용할 수 있는 물건인데 그냥 둔다는 것은 심각한 손해지.”
그는 빙긋 웃었다
. 단우비헌은 여전히 앉아 있는 자세였다
. 다가든 여체는 그의 얼굴앞에 있었다.
긴 하체와 탄력넘치는 허벅지가 바로 그의 눈에 보이고 있었다.
그는 허벅지를 두 손으로 쓰다듬었다.
손은 뒤로 돌아가 여인의 탐스런 엉덩이 살을움켜쥐었다.
“벌려 봐.”
여인은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코끝으로 까칠한 여인의 털이 간질러졌다.
살집두툼한 둔덕을 코로 문지르며 그 밑의 달콤한 옹달샘으로 그의 혀가 찾아들어간다.
꽃잎을 헤집고... 보드라운 동굴의 벽을 훑어가는 혀(舌)는
한 마리뱀과도 같이영활하게 움직였다.
“흐윽!”
일순, 여인은 신음을 터뜨리며 두 손으로 사내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선 채로 앉아있는 사내에게 자신의 은밀한 곳을 개방시킨 여인..
. 내밀한 곳으로 이물질이들어오자 그녀는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다리의 힘이 썰물 빠지듯 유실되어몸이 흔들거렸다.
사내는 앉은 다리를 쭉 폈다.
그리고, 바지춤을 풀고는 앞을 밑으로 내렸다.
우람하게 치솟은 거대한 육물(肉物)이 드러났다.
사내는 여인의 늘어지는 몸을 두손으로 둔부를 잡은 채 조절해 내렸다
. 사내의 머리를 잡은 채 여인의 몸은 밑으로내려왔다.
다리가 꺾여 주저앉혀지며 사내의 타액으로 범벅이 된 은밀한 동굴이
저거대한 철기둥으로 향했다.
힘껏 여인의 엉덩이를 잡아 끌어내린 것은 그순간이었다.
삽시간에... 사내의 물건은 뿌리끝까지 여인의 몸 속으로 파고들었다.
“흐윽!”
봉목을 하얗게 흡뜨며 여인은 입을 벌렸다.
불에 달군 화도(火刀)로 지지는 듯한아픔은 상상 이상이었다.
사내는 그런 여인의 엉덩이에서 손을 떼고는 두 손으로유방을 움켜쥐었다.
“이젠... 그대가 해 봐.”
그리고, 그는 두 개의 탐스런 유방을 잡아 애무하기 시작했다.
빨고, 물어뜯고...
강하게 움켜쥐었다가는 이내 부드럽게 문지르고...
여인은 사내의 목을 휘어감았다.
'이미... 미라의 모든 것을 가진 사내...'
그녀는 아픔을 참으며 천천히 엉덩이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 열기는 점차 고조되고...
사막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 * *
군막(軍幕),
수도 없이 진(陣)을 치고 있는 크고 작은 파오(包;천막)의 숲-
대초원(大草原)을 가득 메운 군막은
바로 초원의 패자 태양천화궁(大陽天火宮)의상징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한 채의 넓이가 이십 장에 달하는 대형파오가눈길을 끈다.
파오 안(內), 위맹하게 생긴 노인이 백호피(白虎皮) 의자에 깊숙이 묻혀 있다
. 두눈은 이글거리는 태양과 같은...
누군가? 이 노인은?
-태양천자(太陽天子) 철천룡.
바로 그였다.
대초원의 태양신(太陽神)이라 불리우는 그는 명상에 잠겨 있다.
한데문득, 그는 눈을 번쩍 뜨며 입을 여는 것이 아닌가?
“누구신가? 야밤에 본좌를 찾아온 그대는?”
그의 담담한 중얼거림에,
스스슷...!
두 가닥 인영이 유령처럼 나타났다.
그들을 일별한 순간 철천룡은 문득 안광을번쩍이며 파안대소를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으핫핫핫! 용을 잡으러 가더니 오히려 포로가 되어 왔구나. 핫하하... !”
나타난 사람, 한 쌍의 남녀였다. 바로 단우비헌과 철미라였다.
철미라는 많이 변해있었다.
광폭하던 그녀의 기질은어디로 가고
그녀는 매우 다소곳 해진 채 단우비헌의곁에 얌전히 서 있었다.
그때, 단우비헌은 문득 낭랑하게 웃으며 포권을 취했다.
“하하! 할아버님, 소손의 예를 받으십시오.”
“응?”
느닷없는 예에 철천룡은 어리둥절했다.
“소손이라니?”
“후훗. 소손이 미라를 아내로 맞이했으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단우비헌의 능청에 철천룡은 기가 막혔다.
하나, 철미라는 고개를 푹 숙일 뿐,
수궁도 부인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허허... 그렇군. 그만 용에게 잡아먹히고 말았군!'
철천룡은 비로소 짐작이 갔다.
그는 미소를 띄며 단우비헌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자네가 바로 흑룡왕이겠군?”
“그렇습니다.”
단우비헌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철천룡의 얼굴에 감탄의 기색이 드러났다.
-중원(中原)에 적수가 없다면 중원을 가질 것이요...
나를 꺾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 천하를 주리라!
그렇게 다짐하던 그였다.
철천룡은 문득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자네가 이곳에 온 것은... 노부를 꺾기 위해서인가?”
단우비헌은 씨익 웃었다.
“단지, 중원에서 물러나길 바랄 뿐입니다.”
그 말에 철천룡은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핫! 좋아, 좋아, 어쨌든 좋네. 노부도 오래 전부터 태양신에 대고 맹세했네.
나를 꺾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 모든 것을 주기로 말일세!”
단우비헌은 오히려 그의 말에 기쁨을 금치 못했다.
'잘 되었군. 의외로 화령천결(火靈天訣)을 빨리 완성할 수가 있겠구나?'
그렇다. 실상 그의 목적은 바로 그것이었다.
철천룡은 성질이 몹시 급했다.
“자! 기왕 말이 난 김에 즉시 해결하세! 하하핫...!
자네가 이긴다면 노부의 모든것을 주겠네!”
철천룡은 말을 끝내며 벌떡 노구를 일으켰다
. 구 척이 넘는 거구였다.
단우비헌은낭랑하게 웃었다,
“하하하! 정말 호쾌하십니다.”
휘-이- 이-잉!
사풍(沙風)! 초원 특유의 모래바람이 불자, 천지는 온통 누런 모래가루가 휘날렸다.
그 사풍의 중앙엔 두 사람이 마주보고 서 있었다.
일노일소(一老一少), 단우비헌과태양천자 철천룡!
이들은 대초원과 중원의 명예를 걸고 일대 격돌을 벌이게 된것이다.
이 들의 백 장 밖 주위, 초원육패를 비롯한 대초원의 이십만에 달하는 병사들이
빽빽이 밀집되어 천추의 대결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철미라가 두 손으로가슴을 끌어 안으며 초조한 기색으로 서 있었다.
이윽고...
“시작하게.”
철천룡이 선공(先攻)을 양보한다.
“예, 그럼...”
단우비헌은 사양치 않고 공수하며 공력을 끌어올렸다.
급기야.
“조심하십시오! 마라천파무(磨羅天破舞)!”
순간,
좌르르르...
짙푸른 청기류(靑氣流)가 일며 날아들었다.
철천룡은 예상외인 듯 흠칫했으나 이내신형을 팽그르르 돌리며
쌍장(雙掌)을 비쾌하게 쳐냈다.
“화령(火靈)- 대천세(大天勢)!”
아울러,
화르르르르...
화염의 폭풍(爆風)이 일었다. 청기와 화기(火氣)가 부딪히는 순간,
펑! 화르르르르...
엄청난 불꽃더미가 사방으로 비산되어 천지는 온통 청(靑), 적운(赤雲)으로뒤덮였다.
“마라천붕무(磨羅天崩舞)! 마라대천무(磨羅大天舞)!”
억겁의 화기를 일시에 뿜어 올리는 듯한 가공할 열기가 천지에 가득 찼다.
우르르르... 쾅- 쾅-!
천붕지열의 굉음과 아울러,
휘- 이- 이-잉!
엄청난 모래의 소용돌이와 아울러 사위는 자욱한 먼지 속에 잠기운다.
인간(人間)의싸움이 아니었다.
초인(超人) 대 천인(天人)! 청룡(靑龍)과 화룡(火龍)의대격돌이었다.
태양천화궁의 이십만 제자들, 그들의 두 눈에는 경악의 빛이 역력했다.
“아아... 어찌 인간으로서...!”
“대체 저 소년은 누구이기에 대성자님과 비등한 무공을 지닐 수 있단 말인가!”
태양천화궁도들도 저마다 한 마디씩 탄성을 발하며 감탄했다.
하나, 그들의 눈에는추호의 걱정도 없었다.
태양천자 철천룡! 그를 믿고 있었기에,
그들에게 철천룡은 곧유일신(唯一神)이나 마찬가지였다.
“크크! 건방진 애송이 놈이 잿가루가 되겠군.”
전장을 바라보며 흥분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거한(巨漢)이 있었다.
광풍마제흑천웅이었다.
어느 새 등격리사막을 건너와 철미라의 뒤에 시립해 있는 그는
단우비헌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철미라는 긴장감과 초조한 눈빛을 발했다.
“걱정돼요. 제발... 심하게 하지는 말아야 할 텐데...”
그녀의 말을 들은 흑천웅은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소궁주님도, 저런 놈은 육시를 내야 정신이 들 것입니다.”
그러나, 철미라의 다음 말은 그를 아연실색케 했으니.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걱정에 되어서에요.”
“예에?”
그것은 흑천웅 뿐만 아니라
그 주위의 모든 사람들도 어리둥절케 하기에 충분한말이었다.
철미라는 알고 있었다.
대등격리사막을 물 한 모금도 안마시며
자신을 안고 하루만에 주파한 단우비헌의 가공할 무위를,
게다가 사막의 공포! 그것은 용권풍이아니던가?
수백 장 높이의 용권풍이 밀어 닥쳤을 때 보여줬던 한 일수(一手)-
파황마라천붕결(破荒磨羅天崩訣)!
그 일장에 용권풍은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다.
그끔찍한 위용을 어찌 인간의 힘으로 펼쳐 낼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의 조부인 태양천자 철천룡,
대초원의 신이라는 철천룡도 그 정도는 못된다는사실을 잘 알고 있는 철미라였기에
더욱 걱정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철천룡, 그는 시간이 지날 수록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청기류는 어느덧 사라지고, 그대신 묵기류(墨氣流)!
섬뜩한 마기(魔氣)가 흐르는 묵기류가 점차 자신을 압박해오고 있지않은가?
철천룡은 숨쉬기조차 곤란할 지경이었다.
급기야, 그는 필생최대의 공력을 끌어올렸다.
단 한 번도 펼치지 않았던 절학-!
일순,
“우우!”
쩌렁한 창룡음이 발해지며,
“조심해라. 우주멸멸(宇宙滅滅)-천화기(天火氣)!”
순간,
츠파파파팟-! 화르르르...
악마(惡魔)의 불꽃처럼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는 화염덩어리,
순식간에 초지(草地)는누렇게 타들어 갔고 모래마저 녹아내리는 가공할 열기.
“웃!”
단우비헌은 이 뜻밖의 최후공세에 헛바람을 삼켰다.
아울러, 진한 오기가 머리를쳐든다.
'나라고 질 수야 없지!'
그는 내심 결단을 내리고는 천천히 두 손을 끌어올렸다.
순간,
뭉클... 뭉클...
짙은 묵기류가 그의 몸을 감싸기 시작하더니,
“천(天)-파(破)- 마(魔)-령(靈)- 천(天)-심(心)-결(訣)!”
지옥의 구렁텅이에서 들려 나오는 듯한 음산한 마음(魔音)이 터지며,
고오오오... 오우우웅...!
대기는 순식간에 암흑 속에 잠기우고, 천지를 몽땅 태워버릴 듯한 화기도 묵기류에닿자,
푸시식! 푸시시시...
뭉그려뜨려 버린다.
묵기가 지나간 곳은 그야말로 초토화(焦土化) 되었다.
쩍쩍갈라지는 지면(地面), 부숴져 내리는바위들..
. 암흑의 마황(魔皇)이 현신했슴인가?
칠대천무! 그 중 마령친결(魔靈天訣)이 펼쳐진 것이었다.
급기야,
“우욱!”
한 마디 피 토하는 단말마가 터져나오자, 묵기류는 삽시간에 사라졌다.
아울러,가공할 화염덩어리들도...
태양천자 철천룡, 그의 안색은 밀납처럼 창백해져 있었다.
입가로는 선혈이 흐르고...
“졌... 네...!”
힘겹게 내뱉는 한 소리...
단우비헌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 있었다.
그의 안색도 붉게 달아 올라 있었다.
그는담담히 미소를 머금으며 포권을취 했다.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말에나 얼굴에는 추호도 승자(勝者)의 자만감이나 비웃음은 없었다.
공손하면서도 당당한 어투, 철천룡은 씁쓸한 고소를 머금었다.
“헛허... 천룡(天龍)을 몰라 보았으니...”
이십만 태양천화궁의 제자들은 멍하니 넋을 잃었다.
“믿... 을 수 없다! 어찌... 대성자께서...”
그들의 눈에는 한결같이 회의감이 일고 있었다.
태양천자 철천룡!
대초원의 태양신과같은 존재,
지난 백 년 간 적수없이 살아온 그였기에 그들의 놀라움은 더욱 심했다.
그러나... 철천룡은 졌다. 그것도 이십도 안된 중원의 신진에게...
대초원의 폭풍!
그것은 이렇듯 한 사람의 손으로 사그라들고 말았다.
-흑룡왕 단우비헌!
그는 더이상 어린 용이 아니었다.
힘차게 운무(雲霧)를 뚫고 등천(騰天)하는천룡(天龍)-!
첫댓글 잘봅니다..^^
즐감~!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요!!!!
ㅎㅎㅎ
ㅈㄷㄱ~~~~~~```````````````````
ㅈㄷㄳ
잘 읽고 갑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잘읽었습니다
잘보고갑니다
즐독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