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안 쓰는 시인들 /김해자
무의도 섬마을에서 문학교실을 하는데, 갯벌에서 박하지 잡다 오고 산밭에서 도라지 캐다 오고 당산에서 벌초하다 오고 연필 대신 약통 메고 긴 지팡이 짚고 왔습니다
저 고개 너머, 자월도 살던 대님이라고 있어
키가 작달막하고 얼굴 모냥 갸름한 게 여자는 여자여
내가 죽으면 어느 누가 우나
산신령 까마구 드시게 울지요
일본말루다 그렇게 슬픈 노랠 했어
첩으로 살다 아이 하나 낳구는
덕적도로 시집가 죽었어
공중에 펼쳐진 넓디넓은 종이에 한 자 한자 새겨지는 까막눈이 시 속으로 대님이가까악까악 날아왔습니다
이 땅에 시 안 쓰는 시인 참 많습니다 명녀 아지 은심이 숙희 승분이 경애 춘자 상월이 이쁜이,
시보다 더 시 같은 생애 지천입니다
- 김해자, 집에 가자(도서출판 삶창, 2015)
*김해자(1961~) : 목포 출생.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를 통해 등단. 시집 『무화과는 없다』,『축제』
제8회 '전태일문학상'과 2008년 '백석문학상' 수상.
현재 진보생활문예지 「삶이 보이는 창」발행인.
민중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깊은 시선'을 지닌 시인으로 소개되고 있고 시인이 "시는 누군가를 향한 울음에서 태어납니다"라고 말했다 한다.
"시는 누군가를 향한 울음에서 태어납니다"라는 것 같다.
시는 민중인지 개인인지를 의식하며 삶의 애환을 전달하는 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