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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九 章.
혈사(血邪)의 하늘.
연못(池),
방원 십 오 장(十五丈)에 달하는 연못이었다.
한데, 연못은 여타의그것과는 달리 맑은 물(水)이 채워져있지 않았다
. 화(火)!
태양(太陽)마저도녹여버릴 듯한 지옥(地獄)의 겁화(劫火)가 일렁이고...
수면(水面)으로 올라오는새빨간 불꽃의 거품은
사자(死者)의 호곡성(號哭聲)인양 귀기(鬼氣)마저도 풍긴다.
소름끼치도록 전율을 일으키는 태초(太初)의 밀지(密地).
한데,
“바로 이곳이라네. 태양천화궁의 뿌리는...”
위엄 서린 노인의 목소리가 울리는 것이 아닌가?
이런 천형(天刑)의 오지에도인간(人間)이 올 수 있다니...
이 인(二人), 일노일소(一老一少)는 마치 조금 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화지(火池)의 이십여 장 곁에 서 있었다.
단우비헌과 철천룡이었다.
철천룡은 연못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고,
단우비헌은 묵묵히 화지(火池)를바라보았다.
“노부는 저곳에서 한 구의 백골(白骨)과 함께 태양천급(大陽天 )을 발견했다네.
하나...”
철천룡의 노안(老顔)으로 씁쓸한 고소(苦笑)가 떠올랐다.
“이 나이가 되도록 저 태양겁화멸지(大陽劫火滅池)에는 접근도 못해 왔다네...
태양천화공(太陽天火功)을 십성 익혔으면서도...”
“....”
단우비헌은 그의 말을 들으면서 뚫어져라 한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 그런데,
<태양겁화멸지(太陽劫火滅池).>
천지혼돈(天地混沌)의 시절(時節), 천하(天下)엔 화염(火炎)만이 가득 했으니...
시공(時空)이 흐르며, 음양(陰陽)이 갈라지고 사상(四象)이 나타날 때,
천지의태초에 존재(存在) 했던 화정(火精)이 한 곳으로 모이니
그것이 곧 태양겁화멸지라했다.
천지제일화령(天地第一火靈)이 숨쉬는 곳-
만일, 화공(火功)을 익히는 자 그정령(精靈)을 얻는다면
천추불멸(千秋不滅)의 대화인(大火人)이 될 수 있다는 전설의영지(靈池)가 아닌가?
'으음... 화령자련실(火靈紫蓮實)!'
단우비헌의 시선은 태양겁화멸지의 중앙 복판에서 떠날줄 몰랐다.
화르르르...
일렁이는 화염의 아지랭이 속에 소담스레 피어 있는 한송이의 자련(紫蓮)이있었으니...
철천룡의 시선도 화령자련실에 닿아 있었다.
'화령자련실...
화(火)의 정령(精靈), 태양겁화멸지의 모든 화기(火氣)를 흡수하며자라는 기물(奇物)...'
문득, 그의 눈가로 아쉬움의 빛이 흘렀다.
'후후... 하나, 그림의 떡... 나의 공력으로 도저히...
게다가 채 피지도않았으니..'
일만 년(一萬年)에 한 번씩 핀다는 전설의 영화(靈花)인 화령자련실(火靈紫蓮實),
이열매를 취한 사람은 고금을 통틀어 아무도 없었다.
화령자련실(火靈紫蓮實)은 일만년에한 번씩 꽃을 피우고 열매를 영근다.
하나, 그 시각은 불과 일 각,
그야말로화령자련실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천복(天福)을 타고 난 사람이라야만 했다.
게다가본다고 하더라도 들어갈 수 없었다.
우선 태양겁화멸지의 엄청난 화기(火氣)는인간의 접근을 불허한다.
설혹, 그것을 극복하는 무림고수가 있다 하더라도
화령강막(火靈 莫)의 막강한 반탄력에 의해 도로 퉁겨져 나오고 만다.
한 마디로철옹성(鐵瓮城)과도 같은 태양겁화멸지-!
한데 바로 그때였다.
홀연,
사라라라랑! 화르르르르...
태양겁화멸지의 화염이 더욱 기승을 부리며
열기(熱氣)가 사방으로 폭출(爆出) 되는것이 아닌가?
그와 아울러,
“허억! 저... 저것은...!”
“화령자련실이 열매를 맺다니!”
단우비헌과 철천룡은 경악지성(驚愕之聲)을 발하며 주춤 뒤로 물러섰다.
태양겁화멸지 속에 일만 년 동안이나 긴 잠을 자던 화령자련실이
서서히 용트림을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공을 파열시킬 듯한 자광(紫光)이 무지개처럼 사방으로뻗고,
그와 아울러 사위(四圍)는 알지 못할 청량한 내음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화령자련실의 정화(精華)가 찬란하게 나신(裸身)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아차!”
철천룡은 황급히 정신을 추스르며 단우비헌을 다그쳤다.
“화령자련실은 일 각 후엔 쓸모없는 물건이 되네! 어서 저것을 취하게. 어서!”
다급한 그의 일갈에 단우비헌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공력을 끌어올렸다.
파다다닥!
팟-팍-!
단우비헌은 걸음을 옮김과 아울러 신비의 화령강막(火靈 莫)이
그의 전신을 가공할반탄력으로 내몰기 시작했다.
백의(白衣) 자락은 폭풍을 만난 조각배처럼 흔들리고,
미안(美顔)에서는 구슬 같은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으윽!”
단우비헌은 가공할 반탄지력에 절로 신음성을 토했다.
그것은 그가 무림출도 후 만난그 어느 강적(强敵)보다도 더욱 막강한 힘(力)으로
단우비헌을 거세게 밀어붙였다.
'이... 이럴 수가!'
단우비헌은 놀라운 한편 은은히 오기가 치밀어 올랐다.
급기야,
우우우응!
가공할 강기막( 氣莫)이 단우비헌의 몸 주위로 피어올랐다.
그의최대공력(最大功力)이 끌어을려진 것이다.
한데,
콰콰쾅-! 쿠쿠쿠쿠...
가공할 굉음과 함께,
“우-욱!”
단우비헌은 피화살을 뿜으며 주르륵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 순간, 한 줄기영감(靈感)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혹시...?'
단우비헌은 황망히 신형을 가누며 머리를 굴렸다.
'이것은 반탄강기의 일종이다.
내치는 공력이 세면 셀 수록 되돌아오는 반탄지력도
그에 비례하여 가공해진다!
그렇다면...!'
단우비헌은 입술을 팍 깨물었다.
'공력을 거둔다면 반탄지력은 없어질 것이다!
이것은 모험이다.
목숨(命)을 건도박(賭博)...
내 생각이 틀린다면 나는... 죽는다!'
그는 일대 모험이자 생명(生命)을 건 도박을 감행했다,
스스스스...
그의 전신에서 공력이 풀어져 나가고, 그 순간,
화르르르...
가공할 마화(魔火)가 지옥(地獄)의 불길처럼 그의 전신을 덮어 씌웠다.
“욱! 참...아야 한다!”
단우비헌은 타들어가는 살을 내려다 보며 피가 나도록 입을 꽉 다물었다.
다행이랄까, 화령강막은 단우비헌의 생각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어,
한 발... 두 발...
단우비헌은 힘겹게 태양겁화멸지를 헤쳐나갔다.
그것은 불굴(不屈)의정신력(精神力)이었다.
치치치칙 -!
그의 백의는 이미 한 줌의 가루가 되어 흩날려 갔고,
새하얗던 피부는 담금질한쇳덩어리같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빨리... 시간이 없다!'
단우비헌은 몽롱해져 가는 정신을 붙잡으며 걸음을 옮겼다.
이미 화령자련실은탐스럽게 익어 있었다
. 금방이라도 툭! 떨어져 버릴 듯이...
급기야,
투툭!
화령자련실은 제 무게에 겨워 머리를 떨구고 말았다.
일세의 영물(靈物)이 속절없이사라지는가?
그때, 단우비헌은 기적같이 신형을 날렸다.
아니, 그대로 태양겁화멸지 속에 얼굴을처박았다.
그와 아울러 그가 막 얼굴을 돌리는 찰나, 무엇인가 입 속 가득히 배어물렸다.
그것은 씹을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단우비헌의 입에서 녹아 목구멍 속으로 사라지고말았다.
한데 바로 그 순간,
“으아아악!”
단우비헌의 입에서 처절한 단말마가 터져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미 그는 인간이아니었다.
화염덩어리, 모세혈관을 가닥가닥 끊는 듯한 전율감에 연신 비명을 토하며
몸을 뒤틀고 처절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전신을 태워버릴 것만 같은 가공할열류(熱流)에
그의 온몸은 지옥의 겁화(劫火)에 뒤덮인 것같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크으...!”
단우비헌은 내부를 몽땅 태워버릴 것만 같은 화기(火氣)속에서
점점 의식이 몽롱해져갔다.
하나,
그는 무의식 중에한 줄기 구결이 머리 속에 떠오름을 느끼며
그것을속삭이기 시작했다.
“화무태일공(火無太日空)... 천혼화령밀(天魂火靈密)...
우주화뢰천(宇宙火雷天)...범화만겁천환(梵火萬劫天幻)..”
....
그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리는 구결,
그것은 바로 화령천결(火靈天訣)인칠대천무(七大天武)의 하나이자
천하만화(天下萬火)를 부릴 수 있는 가공할화공구결이었다.
순간, 단우비헌의 내부를 치달리며 내장을 뒤집어 엎던 열류가
차츰 안정을 찾아가기시작했다.
아울러, 단우비헌은 아늑한 나락으로 떨어지듯 무아지경(無我之境)에돌입한다.
순간,
뽀르르르르...
빨간 거품이 일어나며 그의 신형이 태양겁화멸지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영멸(永滅)하듯이...
* * *
“이... 이럴 수가...!”
철미라는 넋을 잃고 전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혼(魂)이 상실되어 버린사람처럼 그녀의 옥용은 파랗게 질려있었다.
그녀는 항시 이맘 때쯤이면 몰래 태양겁화멸지를 찾았다.
사랑했던 님,
그러나 지금은 한 줌의 불로 화(化)해 있을 님을 그리기 위해
항시찾았던 이 곳.
한데 이럴 수가!
과거 태양겁화멸지라 칭해졌던 곳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간 곳이없었다.
다만, 거대한 그야말로 드넓은 호수가 그곳에 있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며엄청난 화염을 내뿜던 태양겁화멸지는 간곳이 없었고,
그와는 정반대인 차디찬호수물이 있을 뿐이었다.
철미라는 자신이 꿈 속에 있나 하는 착각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아님을 알았을 때 무너지듯 주저앉고 말았다.
왜 저렇게 됐는지는 생각지도 않았다.
다만, 정든 님이기에... 사랑했던 단우비헌이었기에...
그가 죽었던 안식처마저사라졌다는 사실에 모든 기력이 빠져버린 것이었다.
* * *
박기등호(博祈騰湖),
신강(新疆)의 탑리목분지(塔里木盆地) 북동(北東)에 위치해있는 호수(湖水)였다.
과거 백 년전(百年前)까지만 해도 그 시원한 물(水)에이끌리어온 자(者)가
하루 수백에 달했었던 명소(名所)였다.
하나, 백 년 전!
이곳에 하나의 세력이 형성되어 금지(禁地)가 되어 버렸다.
<혈환사령성(血幻邪靈城).>
환우팔성천 중 사(邪)로써 신강을 움켜쥔 혈환사령성,
성주(城主)는혈천사황(血天邪皇) 사우천(邪雨天)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신비(神秘)에 싸여있는 인물이었다.
항시, 일렁이는 핏빛 혈무(血霧) 속에 휩싸여 자신의 본체를내보이지 않는 그이기에
수하들조차 그의 진면목을 몰랐다.
혈(血)! 온통 혈광(血光)에 휩싸여 있다.
호수의 물빛도 핏빛이었고, 대지(大地)도본색(本色)은 간곳 없고 핏물로 뒤덮여 있다.
풀(草) 한 포기, 나무(樹) 한그루마저도 핏빛이 아닌가?
혈광천하(血光天下)! 이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아스라이 혈무(血霧)에 싸여 흐릿하게 보이는 성(城)이 있었다.
휘리리리링!
<혈환사령성(血幻邪靈城).>
뚝! 뚝! 피가 흘러 떨어질 듯한 혈색(血色)의 글씨,
이곳이 혈환사령이란 말인가!
수백 장을 뻗어간 성채, 기와 하나마다 핏빛이었다
. 음습한 기운과 아울러 곧 폭발할듯한 사기(邪氣)가 흐른다.
사자(死者)의 안식처 같은 귀기(鬼氣)와 고요..
.이곳이바로 환우팔성천의 하나인 사(邪)의 금지(禁地)...
* * *
여인(女人),
“휴우...”
여인의 한숨은 듣기 처량하다.
그것도 절세 미모를 간직한 여인의 한숨은 더욱그러하다.
그녀는 핏빛 혈의(血衣)를 입고 있었다.
또한, 혈광이 빛나는 핏빛 당혜(唐鞋)를신고 있었다.
그녀의 눈썹은 혈미(血眉)였으며, 하얀 손가락에 끼인 반지 또한혈환(血環)이었다.
그녀는 호숫가를 걷고 있었다.
그녀의 발 밑에 밟히는 흙들도피빛이었고,
쏴아아아...
불어오는 미풍에 일렁거리는 호수물 또한 혈광에 휩싸여있다.
인간(人間)과자연(自然), 그 모두가 일색(一色)일 수가 있으리오.
혈의소녀(血衣少女), 그녀는 누구인가?
적봉미희(赤鳳美姬) 예설란(芮雪蘭).
적운(赤雲)에 휩싸여 있는 한 떨기의 청초한 눈(雪) 속에 피어 있는 난초(蘭草).
이 음침한 사기(邪氣)에 뒤덮여 있는 혈환사령성 안에 있으면
아무리 선(善)한 자라해도 피를 원하는 사인(邪人)이 되고 마는
악마(惡魔)의 소굴이었다.
한데... 이 여인(女人) 적봉미희 예설란만은 달랐다.
도저히 지상최고의사인(邪人)을 아버지(父)로 두고 사악(邪惡)의 극(極)을 치달리는
혈환사령성에서자란 여인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백한 소녀였다.
나이는 십 칠 세(十七歲),
사(邪)가 싫다하여 어머니(母)의 성(姓)을 따른 여인,
그녀의 이름은예설란(芮雪蘭)이었다.
적봉미희 예설란...
핏빛 노을이 빨갛게 달아올라 온누리에 혈광(血光)을 수놓는다.
그 노을을 받으며지는 해(日)를 바라보는 여인,
신비롭게 빛나는 그녀의 혈미(血眉)가 파르르 떨렸다.
“후우... 불쌍하신 분...”
여인의 눈에 이슬이 맺히며 방울째 흘러내렸다.
“부성주... 혈광마제(血光魔帝) 때문에 헤어날 수 없는 악(惡)의 구렁텅이로떨어지신 분.
한데, 그 자가 감히 핍박을 가하다니...!”
예설란의 눈가로 안타까움의 빛이 스친다.
“게다가... 요즘 그 자가 나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으니...”
부르르!
여인의 교구가 떨렸다.
문득, 예설란의 서늘한 눈이 허공으로 향했다.
석양(夕陽), 저 멀리 지평선에 걸쳐홍예(虹霓)를 내뻗는 석양은
여인의 전신에도 빛을 뿌린다.
석양을 바라보는예설란의 두 봉목엔 암울한 어두움이 잠겨 있었다.
“요즘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아... 못 보던 사람들도 찾아오고...
대체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녀는 침잠하게 가라앉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 한데 그 순간,
“...!”
예설란은 흠칫하며 시선을 모았다.
쏴아아아....
잘게 부서지는 호숫가, 한데,
부글... 부글...
호수의 붉은 물이 시뻘건 거품을 뿜어올리고 있었다.
예설란은 의아로움을 느꼈다.
'전엔 이런 일이 없었는데...!'
그녀가 생각을 굴리고 있을 때였다. 돌연,
촤-아!
호수의 홍광이 갈라지며 하얀 물체가 솟구쳐 오르는 것이 아닌가?
“어맛!”
돌연한 사태에 예설란은 비명을 내지르며 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렇지만 그녀는 마음약한 여인이 아니었다.
사(邪)의 제왕(帝王), 혈천사황(血天邪皇)을 아버지로 둔
혈환사령성의 소성주(少城主)의 신분이었다.
그녀는 곧 정신을 추스르며 나타난 물체를 바라보았다.
한데,
“어맛!”
예설란은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다시금 기겁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옥용을 빨갛게물들이며...
도대체 무엇이기에...?
사람(人間)이었다.
핏빛 호숫물과는 대조적으로 설백(雪白)의 매끄러운 피부를 지닌사람.
“...?”
예설란은 다시금 호기심을 일으키며 곁눈질로 호숫가를 보았다.
호수 위로 위태하게떠 있는 인간,
울퉁불퉁한 근육질로 보아 남자(男子)임이 분명했다.
그것도나신(裸身)으로 떠 있는...
현숙한 여인이 남자, 그것도 알몸의 남자를 보았으니놀라운 것이 당연하리라.
한데 묘한 것이 여심(女心)이다...
평소, 돌멩이 취급을하며 거들떠 보지도 않던 징그러운 남자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호기심이 고개를드는것은 왠일인지... 시선도 따라가고...
'어머! 내가 무슨 생각을...!'
앙큼한 여심은 이렇듯 진짜 앙큼을.떤다.
과연 그것이 본심(本心)일까?
예설란은짙은 홍운(紅雲)을 일으키며 한 걸음씩 발을 옮겼다.
“창피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이곳으로 왔을까?
죽었다면 매장을 해 주고,살아 있다면 저곳에서 죽게 할 수는 없으니...”
이윽고, 예설란은 치마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도 개의치 않고 호숫가로 뛰어들었다.
첨벙... 첨벙...!
풍만한 가슴이 물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까지 들어가던 예설란은
해초(海草)처럼하늘거리는 머리칼을 잡았다.
경황중이라 하지만 어찌 장성한 여인이 남자의 맨살을잡을 수있으랴!
쏴아아아...
물살을 가르며 예설란이 다시 뭍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물 속에서 고개를 쳐드는그녀의 가슴은 헐떡이는 숨결을 따라 출렁거려
여인의 가슴은 한껏 드러나 있지않은가?
물을 빨아들인 옷은 살결에 아교처럼 붙어 있고...
우뚝 솟아있는 포도송이만한돌출부마저 선명하게 보인다.
뿐이랴? 차츰 가슴을 지나 배와 잘록한 허리마저 원형을 드러낸다.
쭉 뻗어내린옥주,
붉게 타오르는 석양의 노을빛속에 혈호(血湖)에서 막 건져올린
싱싱한인어(人魚)와 같이 붉은 홍의(紅衣)는 신체에 착 달라붙어
여인을 완전히 드러냈다.
뉘라서 그 폭발적인 유혹의 물결을 거부하리오.
예설란은 머리칼을 뒤로 젖히며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이렇게 힘들 줄이야. 파파(婆婆) 말대로 무공을 배워둘 걸 그랬어.”
그녀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끌어올린 남자를 바라보았다.
밑으로 시선이 안가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그녀가 막 남자의 얼굴을 일별하는 순간,
“어머! 어쩜...!”
감탄사가 그녀의 입술을 비집고 절로 흘러나왔다.
누워 있는 남자...
눈처럼 하얀 피부에 탄탄한 근육질,
그의 신체는 정말 남자 중에고르고 골라도 없으리만콤 아름다왔다.
눈썹은 검미처럼 쭉 그어 내려 있고,
우뚝솟은 코는 태산의 장중함이 그대로 어려 있는 듯하지 않은가?
한 일자(一字)로 굳게닫혀 있는 입술에는 은은한 고집이 어려있다.
눈은 감겨 있었다.
한데, 이럴 수가!
바로 단우비헌이 아닌가?
대초원의 태양겁화멸지에서 사라졌던그가 어찌 이곳에 있단 말인가?
태양겁화멸지-
천지간 모든 화(火)의 정령이 모어 있는 영지(靈池)의 그 수십 장밑에는
거대한 지하수맥(地下水脈)이 자리잡고 있었다.
화(火)와 수(水)는상극(相剋),
서로의 힘이 상충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단우비헌의체내로 화기(火氣)가 사라지자
지하수맥과 이루고 있는 균형이 깨지면서 독이 터지듯밀려 올라온 것이었다.
그 와중에서 소용돌이에 휩쓸려 수맥으로 빨려들어간단우비헌은
지하수를 타고 그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으로 이르는 수천 리 길,
무려 삼 개월여에 걸친 대장정끝에 다다른 곳이 혈환사령성일 줄이야!
게다가적봉미희 예설란이라는 순결하며 마음씨가 고운 그녀의 눈에 띄었슴은 운명의장난인가?
예설란은 넋을 잃은 사람처럼 단우비헌의 얼굴에서 시선을 메지 못하고 있었다.
“어쩜...!”
그녀의 가슴은 두방망이질 치고 있었다.
꿈 속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백마(白馬)의기사의 얼굴,
그것이 묘하게 단우비헌의 얼굴과 일치되었기 때문일까....?
문득, 예설란은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추스렸다.
“어맛!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사르륵 붉어지는 옥용, 예설란은 신형을 숙이며 가만히 단우비헌의 가슴에 손을앉었다.
단우비헌의 심장은 미약하게나마 뛰고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야!”
무엇이 기쁜지 예설란은 미소를 머금으며 환성을 질렀다.
태어나서부터 십 칠 년동안 혈환사령성을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던 그녀이기에
외부의 사람, 그것도 절세의미남(美男)을 보았으니... 여인의 가슴에 봄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단우비헌, 풍운(風雲)을 일으키는 기린아가 혈환사령성으로 온 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혈환사령성!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침잠하게 깔려 있었다.
첫댓글 잘봅니다..^^
즐감~1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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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고갑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해요~~~~^~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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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