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피어난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모습으로
2
흰 면사포에 꽃으로 둘러싸인 뚱뚱한 신부
사랑은 모든 것을 용서한다
순결의 꽃말과는 상관없는 첫날밤
불은 이제야 꺼진다
3
키 작은 남자와 예쁜 여자
키 큰 남자와 못생긴 여자 모두 조합이다
조합은 어떤 형태로든 맞다
죽음도 그렇다
4
하나와 하나가 만나 셋이 된다
남자와 여자가 영원을 맹세한다
맹세는 맹세일 뿐
5
제도 이전의 연애가 진짜인지
제도 직후의 감정인지
한참 후의 공허가 사랑인지
흙빛이 된 꽃이 묻는다
6
검은 꽃은 겨울에 핀다
흰 눈과 대조를 이루며
얼어 죽어가는 것을 위로한다
7
검은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생소하고 희귀하니까
아니 빛깔인지 꽃말인지
8
꽃이 피지 않는 정원을 뒤엎는다
목이 잘린 꽃대 속
흑빛이 배어나온다
9
부유하는 이야기처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천년의 사랑
없는 것을 말하기 좋아한다
10
어둠을 타서 마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죽음과도 같은 최면
기억은 잠시다
11
도저히 지상으로 올라오지 않던
지하의 꽃
꽃도 잠시다
12
도시 곳곳 피어나는 검버섯처럼
도처에 번지는 소문들
내 눈에 검은 꽃이 피고 있음을
시력을 잃고서야 안다
13
열두 번의 계절이 가고
열세 번째 달
다리가 하나인 새가 난다
지상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동경하며
태양은 꽃을 피운다
반년의 흑야에 피는 꽃
- 검은 꽃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 문학의전당 시인선 1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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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 (심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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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3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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