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구리 료헤이'의 소설 '우동 한 그릇'의 힘
민병식
일본의 홋카이도 출신의 구리 료헤이(1954~ ), 본명은 이토 미츠구로 는 고등학생 시절에 안데르센의 동화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일을 시작으로 구연동화 창작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1989년에 발표한 단편 소설인 '우동 한 그릇' 공전의 대 히트를 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가로 들어섰다. 그러나, 홋카이도 대학 의학부를 졸업했다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러한 사실이 없고 그 이외에도 자기 작품을 영화화한다며 여러가지 사기를 저질러 구속 수감된 사실이 있다.
구리 료헤이의 1988년작품 우동 한그릇, 이 소설의 배경은 일본 홋카이도(북해도)의 도시 삿포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머니와 어린 두 아들이 초라한 행색으로, 섣달 그믐날(12월 마지막날)에 북해정이라는 한 우동집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저 ······ 우동 ······ 일인분만입니다만 ····· 괜찮을까요?
네엣!, 우동 일인분.
돈이 조금밖에 없어, 1인분만 시켜도 되냐는 질문에 주인이 힘차게 주문을 받는다. 주인 내외는 부담스럽지 않도록 세 사람이 나눠먹을 수 있게 우동 한 덩어리에 반 덩어리를 더 넣어 우동 한 그릇 반을 내온다. 식사를 마친 손님들을 일상과 똑같이 맞이하고 전송한다.
고맙습니다.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한해를 보내고 또 다시 새해를 맞는 12월 31일, 두 번 째 방문이다.
“저 ······ 우동 ······ 일인분만입니다만 ····· 괜찮을까요? ”
“물론 이지요,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여주인은 작년과 같이 2번 테이블로 안내하고 주인 여자는 주인 남자에게 3인분을 이야기 하지만, 남자는 손님이 거북할 수 있다며 지난 번과 같은 우동 하나 반을 준비한다.
이 가족의 사연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배상금을 지불하느라 세식구가 힘들게 살고 있었던 거였다.
세 번째 방문을 기다리는 주인내외는 이 손님들에게는 오른 가격이 아닌 예전 가격 그대로를 올려 놓는다.
“저 ······ 우동 ······ 2인분인데 ····· 괜찮겠죠? ”
“네, 어서어서. 자. 이쪽으로.”
주인은 이번에는 세 덩어리의 우동을 삶아 내온다
그날은 아버지 사고에 대한 배상금을 다 갚은 날이라 2그릇의 우동을 시킨 날이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북해정은 번창하고 내부를 새로 단장하였지만 그 손님을 위해 2번 테이블은 그대로 놓아둔다. 이제 가족의 방문은 뜸해지고 세월은 또 흐른다.
세월이 지난후
“저 ······ 우동 ······ 3인분입니다만 ····· 괜찮겠죠? ”
14년전 우동 1인분을 주문한 사람이라며 소개하는 3명의 가족, 아들은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고 은행에 다니는 동생과 함께 우동 3인분의 사치를 누리려 방문했다는 것이다.
셋이서 우동 한 그릇, 우리나라의 식당에서도 가능한 일일 것이다. 신문기사에서 종종 본적이 있는 듯한 이야기, 세명이서 한 그릇을 주문한 그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자식을 조금이라도 먹이고픈 그 사랑의 마음을 주인이 헤아리지 못했다면 어쩌면 그들에게 큰 상처를 줄수도 있었으리라. 세상은 이런 작은 알맹이 하나가 중심축이 되어 따스함을 만드는 거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글이라고는 믿을 수 없이 따뜻하다.
사진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