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의 역사
손택수
동대구역 광장 감시카메라의 삼엄한 불침번 속에 그가 돌아왔다 비상계엄이 돌아오고 태엽인형처럼 눈을 비비고 일어나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노래를 따라하던 아이도 돌아왔다 하굣길엔 동요 대신 병영의 노래들을 불렀지 어김없이 애국가와 함께 오던 저녁은 길을 가도 가도 동작 그만 얼음땡 놀이라도 하듯 얼음왕국 주술이 풀리길 기다렸지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 이불 너머로 훔쳐보던 명화극장과 뉴스와 밤의 쇼들 매혹은 금기 속에서 더 생생해진다는 걸 일찌감치 알게 해준 그가 돌아왔다 비상계엄이 돌아오고 동지 밤에 사발통문이 폭발하는구나 응원봉이 반짝이고 장갑차와 헬기와 탱크 대신 논밭 갈아엎던 트랙터들이 남태령을 넘어오고 우금치에 묶인 전봉준 농민군에 합류하자 오타쿠 축제에 간 여성들과 노숙과 하청노동자와 아무사람아무협회 국적 성별이 묘연한 당신들까지 부르는 노래는 이제 낭만 고양이* 그리고 다시 만난 세계** 낭만 고양이와 다시 만난 세계를 만난 농민가 불로장생의 꿈이라고 해야 할지 진시황 병마용갱의 병사들이 깨어나기라도 한 것인지 동대구역에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까지 진을 친 차벽 너머로
* 체리필터의 노래. ** 소녀시대의 노래. —계간 《창작과비평》 2025 봄호 ----------------------- 손택수 /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붉은 빛이 여전합니까』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등이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