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헤드의 범주들
Ⅰ. 궁극자the Ultimate의 범주(3개) : 일one, 다many, 창조성creativity
Ⅱ. 존재Existence의 범주(8개) : 현실적 존재자actual entity, 파악prehension, 결합체nexus, 주체적 형식subjective form, 영원한 대상eternal object, 명제proposition, 다수성multiplicity, 대비contrast.
Ⅲ. 설명의 범주(The Categories of Explanation)(27개)
Ⅳ. 범주적 제약Categoreal Obligation(9개)
------------------------
Ⅲ. 설명의 범주(The Categories of Explanation) 27개 중 (18), (19).
(18) 생성 과정이 임의의 특정 순간에 순응하고 있는 모든 조건은 그 근거를 그 합생의 현실세계 속에 있는 어떤 현실적 존재자의 성격에 두고 있거나 아니면 합생의 과정에 있는 그 주체의 성격 속에 두고 있다. 이러한 설명의 범주는 <존재론적 원리ontological principle>라 불린다. 그것은 또한 <작용인 및 목적인의 원리priciple of efficient, and final, causation>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존재론적 원리가 의미하는 바는 현실적 존재자만이 근거(reason,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근거를 탐색한다는 것은 하나 내지 그 이상의 현실적 존재자를 탐색하는 것을 말한다. 그 결과, 과정에 있는 하나의 현실적 존재자에 의해서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들은 모두, 다른 현실적 존재자의 <실재적인 내적 구조real internal constitution>에 관한 사실이나, 그 과정을 제약하고 있는 <주체적 지향subjective aim>에 관한 사실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된다.
<실재적인 내적 구조>란 말은 로크의 『인간지성론』(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제3권, 제3장, 제15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사물의 실재적인 내적(그러나 일반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실체 속에 있는) 구조는 그 사물의 발견 가능한 성질들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으로서, 그 사물의 ‘본질’이라 불러도 좋겠다.> 그리고 <파악>과 <느낌>이라는 술어도 로크의 <관념>이라는 술어가 갖는 함축적인 여러 의미significance와 비교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것들은 로크가 사용했던 <관념>보다는 한층 일반적이고도 중립적인 술어로 사용되고 있다. 로크는 관념이라는 술어를 의식적인 정신 상태conscious mentality에 국한시켜 사용하는 것 같다.
또한 <명제>에 대한 통상적인 논리적 설명은 오직 우주에 있어서의 명제의 역할의 제한된 측면, 즉 명제가 느낌의 여건−그 주체적 형식이 판단의 주체적 형식이 되는 느낌의 여건−일 때의 측면만을 표현할 따름이다. 명제의 일차적 기능은 느낌에의 유혹lure for feeling으로서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유기체 철학의 기본 학설이다. 예를 들면, 어떤 명제는 느낌들 자체가 농담을 즐기는 것이 되도록 하는 주체적 형식을 갖는 그런 느낌들의 여건이다. 또 어떤 명제는 공포, 혐오, 분노 같은 주체적 형식을 갖고 있는 느낌들로 느껴지기도 한다. 주체의 생성을 통제하고 있는 <주체적 지향subjective aim>은, 그 주체가 자기 창조의 과정에서 임의의 명제를 실현시키려는 목적의 주체적 형식을 가지고 그 명제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19) 존재자의 기본적인 유형은 현실적 존재자와 영원한 대상이다.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유형의 존재자는 이 두 가지 기본적인 유형의 존재자가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서로 공통체를 이루고 있느냐를 표현할 뿐이다.
-------------------------------
설명범주 (18)에서는 현실적 존재자의 지위와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된 <존재론적 원리>ontological principle가 설명되고 있다. 여기서 존재론적 원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작용인과 목적인’, 로크의 ‘실재적인 내적 구조’가 비교되고 있다. 설명범주 (19)에서는 존재범주의 기본적인 유형이 현실적 존재자(actual entity)와 영원한 대상(eternal object)임을 밝히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은 네 가지 원인으로 인해 존재하게 된다고 하였다. 네 가지 원인은 질료인(質料因, material cause), 형상인(形相因, (formal cause), 작용인(作用因, efficient cause), 목적인(目的因, final cause)이다. 이것을 4원인설(四原因說)이라고 한다. 화이트헤드는 이 네 가지 중에서 작용인과 목적인의 역할을 현실적 존재자가 수행하는 존재론적 원리라고 말한다.
로크는 대상이 주체에 진입하여 ‘실재적인 내적 구조’를 이루는데, 이러한 내적 구조가 주체의 본질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화이트헤드는 주체에게 진입하여 실재적인 내적 구조로서 자신의 본질을 형성시키는 작용도 대상적 불멸성을 획득한 현실적 존재자가 하기 때문에 존재론적 원리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때 주체는 주체적 지향(목적)을 갖고 있는데, 이것을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인에 해당한다고 화이트헤드는 보았다.
로크의 관념은 화이트헤드에게 있어서 파악과 느낌으로 대체된다. 로크의 관념은 의식적인 정신상태인데 비해 화이트헤드의 파악과 느낌은 일반적이고 중립적이다. 이때 일반적이라는 말은 의식을 갖지 않는 무생물까지 확대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립적이라는 말은 화이트헤드의 파악과 느낌은 주체와 대상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 않고 어느 정도 상호간에 조절되고 있다는 것이다.
화이트헤드의 명제는 일반적인 명제보다 폭이 넓다. 일반적인 명제는 의식이 있는 고등동물만이 지닐 수 있는 판단의 주체적 형식의 여건이다. 화이트헤드의 명제는 논리적 의식이 없는 존재까지도 지닐 수 있는 느낌의 유혹이다. 그래서 농담, 공포, 혐오, 분노 같은 느낌의 여건이다. 주체의 생성을 통제하고 있는 <주체적 지향subjective aim>도 임의의 명제를 실현시키려는 목적의 주체적 형식을 가지고 있다.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에서 ‘존재론적 원리’는 ‘과정의 원리’, ‘주관주의 원리’, ‘상대성 원리’와 함께 설명범주를 통해 설명되는 주요 원리 중 하나이다. 이 네 가지 원리는 동일한 것을 다른 각도에서 풀이한 것으로, 화이트헤드 유기체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다. 이것에 대해서 필자가 한국 화이트헤드 학회에 발표한 내용을 아래에 인용한다.
과정의 원리에 따라 현실세계는 생성과정이고, 주관주의 원리에 따라 모든 것은 주체 속에 있다는 것이고, 상대성 원리에 따라 생성과정에 속하는 것은 모두 존재자이며, 존재론적 원리에 따라 현실적 존재자만이 근거가 된다. 현실적 존재자가 근거가 된다는 것은 현실적 존재자 이외의 다른 존재자나 집합(다수성)은 현실적 존재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장소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 관계를 떠나서는 존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원리를 작용인 및 목적인의 원리라고도 한다. 이 때의 작용인은 대상이 되는 존재자들이 주체에게 작용함으로써 그 존재의 근거를 가지게 하는 원인이며, 그것은 대상이 되는 현실적 존재자의 내적구조를 분석하면 알 수 있다. 그리고 목적인은 주체가 대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서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주체적 목적으로서의 원인을 말한다.
생성과정의 주체인 현실적 존재자는 목적인을 갖고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생성과정의 대상인 현실적 존재자는 작용인을 갖고서 영향력을 발휘해 간다. 이 이외의 존재자는 그것이 단일체이든 집합체이든 혹은 현실적이든 비현실적이든 모두 이 현실적 존재자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장소를 확보한다. 그래서 결국 현실세계는 새로운 현실적 존재자의 생성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은 이렇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실적 존재자가 모든 조건의 근거이다. 화이트헤드가 이것을 하나의 원리(존재론적 원리)로 정하여 굳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철학적 사고의 기초를 우리의 경험에 들어 있는 가장 구체적인 요소 위에 올려놓고자 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것은 철학적 사고의 기초가 추상적이어서는 안되며(이것을 경계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어지는 강의 예고〉
▪ 557회(2023.10.19.) : 화이트헤드의 유기체철학(20회), 이태호(통청원장/철학박사) ▪ 558회(2023.10.26.) : 복식구조로 본 기업과 시장, 이대환(경영학박사/토지시장연구가) ▪ 559회(2023.11. 7.) : 복식구조로 본 땅과 상품, 이대환(경영학박사/토지시장연구가) ▪ 560회(2023.11.14.) : 장자 해설 (12회), 이태호(통청원장/『노자가 묻는다』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