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부지런히 뛰어야 하는 심장에 피와 산소를 공급해주는 관상동맥이 막히면심장은 치명상을 입는다.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치료의 핵심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심근경색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혀서 심장에 혈액이 흐르지 않고 산소가 결핍되며 발생하는 급성 질환이다. 관상동맥이 막히면 혈관이 담당하고 있던 심장근육 일부가 손상(괴사)되어 근육이 기능을 하지 못한다.
가장 흔한 전조증상은 가슴 통증으로, 전조증상을 경험한 환자의 약 70-80%가 이전부터 가슴 통증이 있었다고 호소한다. “가슴을 쥐어짠다” 혹은 “짓누르는 것 같다”는 양상의 통증이 언덕이나 계단을 오르는 등 몸을 움직일 때 주로 나타난다.
▶막힌 혈관, 괴사되는 심장근육
심장의 관상동맥이 막히는 대표적 원인은 죽상 경화다. 죽상 경화란 ‘죽’(먹는 죽처럼 껄쭉한 상태)과 ‘경화’(단단하다)를 결합한 단어로, 혈관 안쪽에 생긴 동맥경화반이 커지면서 혈관 내부를 막고 동맥이 탄성을 잃으면서 딱딱해지는 변화를 말한다.
이러한 죽상 경화가 진행하는 경우 동맥경화반이 파열되면서 혈액에 노출되고, 그 결과 혈관 안쪽으로 혈전이 생기면서 심장혈관을 막아 버린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피딱지가 생기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심근경색은 환자의 증상, 심전도, 피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진단하는데, 심근괴사가 진행하는 경우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돌연사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아진다.
또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심근이 살아날 수 있는 시간을 지나버리면, 제아무리 혈액을 다시 흐르게 하더라도 심근이 재생되지 못하고 후유증이 커진다. 그러므로 심근경색 환자의 좋은 예후를 위해서는 골든타임 내에 신속하게 병변을 치료해주는 것이 최우선이다.
▶전조증상 알아차리면 무조건 병원으로
약 20-30%의 환자들은 전조증상 없이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전조증상을 동반하므로 심근경색의 전조증상을 정확히 알아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가슴 통증은 수 분 이내인 경우가 많으며, 가슴 한가운데와 약간 왼쪽으로 통증이 심하게 느껴진다.
때론 왼쪽 팔이나 목, 턱, 치아 쪽으로 뻗치는 통증(방사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만일 가슴 통증이 20-30분 이상 지속된다면 이미 심근경색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므로 무조건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이 외에 비특이적 전조증상으로 이전과 다른 무력감, 팔 쪽으로의 통증, 숨참, 어지럼증, 현기증, 메스껍고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전조증상이 있으면 미리 병원을 찾아 심근경색에 대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가슴 통증 20-30분 이상 지속되면 심근경색 가능성 높아
주변에서 갑자기 심한 흉통을 호소한다면 지체 없이 구급차를 부르도록 한다. 특히 통증이 20-30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심근경색의 가능성이 더 높아 응급 상태로 간주할 수 있다.
간혹 가슴 통증이 지속되다가 갑자기 심장마비가 발생하거나, 이와 동반되어 의식이 없어지며 혈압이 떨어질 수 있다. 심근경색에서 이러한 위중한 상태는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가슴 통증이 심하면 무조건 빨리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병원을 찾을 시간적 여유 없이 흉통이 나타남과 동시에 혹은 직후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때는 대부분 시간이 지체되면서 저산소성 뇌손상 등 회복 불가능한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따라서 흉통 등 증상 발생부터 환자를 발견할 때까지의 경과 시간, 환자발견 후 신속한 조치, 병원 후송 후의 적절한 조치와 치료 등이 매우 중요하다.
▶심근 괴사 진행되면 응급 관상동맥조영술
심한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먼저 문진 및 진찰로 흉통의 양상과 위험요소, 혈압, 맥박 등을 체크하고, 심전도와 혈액검사를 통해 급성 심근경색 여부와 혈관 위치를 파악한 후 응급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할지 결정한다.
그리고 더 이상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항응고제와 항혈소판제 등의 약물을 곧바로 투여하고, 응급 관상동맥조영술이 필요한 경우 즉시 관상동맥을 촬영한다.
관상동맥조영술은 주로 팔이나 다리 쪽에서 맥박이 뛰어 촉지할 수 있는 동맥혈관에 가는 도관을 넣어 심장의 관상동맥까지 도달한 후 조영제를 주입해 관상동맥을 찍어보는 시술이다.
관상동맥조영술을 통해 관상동맥이 막혀 있는 것이 확인되면 바로 관상동맥성형술을 시행하는데, 이때 혈전을 흡입하고 좁아진 부분에 대해서는 풍선확장술 및 스텐트 삽입을 한다.
심장이 잘 수축하지 않으면서 혈압이 잘 유지되지 않는 경우에는 심장의 순환기능을 체외에서 도와주는 체외 막형 산화기가 필요할 수 있다. 이는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산소화를 시킨 후 다시 체내로 넣어주는 장치로, 주로 정맥혈을 빼내 산소화 시킨 후 동맥을 통해 넣어주거나 다시 정맥 시스템으로 넣어준다.
▶심근경색이 남긴 후유증, 부정맥과 심부전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했을 때 즉각 내원해 재관류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은 경색된 심근이 살아나지 않아 심부전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관상동맥성형술 등의 치료가 이루어져 심근허혈이 개선되었음에도 갑자기 사망하는 환자도 있다.
급성 심근경색 치료를 받고 퇴원한 환자중 5-10% 정도가 퇴원 후 6개월에서 12개월 내에 사망하는데, 이 중 절반은 허혈로 문제가 발생한 심실에서 생긴 부정맥이 원인이다.
따라서 재관류요법 후 퇴원했더라도 지속적인 관찰과 약물치료를 통해 이러한 치명적인 부정맥의 발생을 예측하고 적절한 예방적 치료를 하는 것이 심근경색의 장기적 예후에 매우 중요하다.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약 25%가 사망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의술의 발달로 많은 환자들이 생존하고 있지만 망가진 심장기능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실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심근경색 환자의 25%는 심부전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근경색 환자의 장기 생존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는 심근경색 후 좌우 심실의 기능이다. 심근경색이 발생한 심실은 바로 개통해주었을 경우 혈류가 회복되면서 기능도 회복되지만, 혈관이 막히고 1시간이 지난 후 내원하면 혈관을 개통해줘도 심장기능은 일부만 회복되며 간혹 전혀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심초음파검사, 심장 MRI 검사 등으로 이들 심근 부위의 생존 여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심실의 기능이 망가지면 이후 심장이 점점 더 커지면서 심부전증이 발생해 조금만 운동해도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다리가 붓거나 복수가 차기도 한다.
이 경우 과거에는 더 이상의 치료 없이 부기를 빼주는 정도의 약물치료만 진행했으나, 최근에는 신경호르몬 조절 약물, 줄기세포치료, 심장동기화 박동기 치료, 심장 재활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발달해 수명의 연장뿐 아니라 생활의 질을 크게 개선시켰다. 특히 심장 특화된 맞춤형 재활치료와 운동요법은 환자들의 일상 생활 복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tip) 알아두면 쓸데 있는 심근경색 전조증상 - 언덕이나 계단을 오를 때 가슴을 쥐어짜거나 짓누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 가슴 한가운데 또는 왼쪽에서 시작된 통증이 왼쪽 팔, 턱, 목, 치아 등으로 뻗어나간다. - 자꾸 숨이 차고 어지럽다. - 예전과 달리 무력감이 느껴진다. - 메스껍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