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 차원의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하지 않고 안전진단 권한을 구청에 모두 넘기기로 하자 안전진단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서울시는 ‘규제’에 무게를 둔 정책을 펴는 반면 구청은 표가 달려 있어 주민들에 우호적일 것이란 생각에서다. 일부 구청은 공개적으로 재건축을 지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청의 안전진단이 호락호락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금물이다. 2003년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실시로 안전진단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특히 예비안전진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으나 도정법 시행으로 엄격한 안전진단 기준이 도입됐다.
건설교통부가 마련한 안전진단 기준에 따르면 재건축 안전진단은 예비 안전진단으로 불리는 ‘예비평가’와 정밀안전진단격인 ‘안전진단’으로 나뉜다.
예비평가의 경우 도정법 시행 이전에는 ▶현장조사 실시 ▶건설안전전문가 등의 의견청취만 규정돼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 없었다. 구청의 ‘호의적인’결정이 작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 예비평가 기준에 따르면 예비평가 신청을 접수한 구청장은 30일 이내에 예비평가위원회를 구성해야한다. 위원회는 ▶구조안전 ▶건축마감 및 설비 노후도 ▶주거환경 등 3개의 평가분야에 대해 평가하는데 평가분야별 전문가로 최소 5명으로 구성된다. 구조안전 2명, 건축시공 1명, 건축설비 1명, 주거환경 1명 이상이다.
위원회는 10개 동 이하일 경우 1∼3개동, 11∼30개동 4∼5개동, 31∼70개동 6∼7개동, 71개동 이상 9개동의 평가 표본을 선정해 한 개 동당 한 가구 이상을 대상으로 육안으로 현장조사를 한다.
평가분야별 평가항목은 구조안전성의 경우 지반ㆍ변형ㆍ균열ㆍ하중ㆍ구조체 노후화 상태이고 건축마감 및 설비 노후도는 지붕ㆍ외벽ㆍ계단실 마감상태와 창호ㆍ기계설비ㆍ전기설비ㆍ소화설비 상태다. 주거환경은 일조ㆍ소음ㆍ주차상태와 재난대비, 도시미관 등을 조사한다.
예비평가는 수치로 결과를 내는 게 아니고 현장조사를 한 뒤 위원들의 지식 등에 의거해 위원별로 각 분야의 등급을 결정한다. 등급은 A∼E로 나눠진다. A는 최상의 상태, B는 경미한 문제가 있으나 양호한 상태, C는 문제점이 있으나 간단한 보수ㆍ보강으로 원상회복이 가능한 보통의 상태, D는 사용제한 여부 판단과 정밀안전진단 필요, E는 사용금지 및 긴급 보강조치 필요를 의미한다. AㆍBㆍE로 판정할 경우엔 판정사유를 명시해야한다.
위원들은 위원회 회의에서 ▶유지보수 ▶안전진단 실시 ▶재건축 실시로 판정한다. 안전진단 실시나 재건축 실시 판정은 전원 합의로 이뤄져야 하고 전원합의가 안 되면 유지보수로 판정된다.
안전진단 실시 판정이 나면 최종적으로 재건축 여부를 확정하는 안전진단을 받게 되는 것이다. 재건축 실시 판정의 경우엔 시설안전기술공단의 검증에서 재건축 실시로 결론나면 안전진단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재건축에 들어갈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예비평가 중단은 조교(구청)의 채점을 교수(서울시)가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한 것”이라며 “객관적인 평가방식이 도입됐기 때문에 구청의 예비안전진단을 쉽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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