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남자
도로 위 자동차 안,
두 번째로 만나는 남자와 여자가 입을 꼭 다물고 앞만 보며 앉아 있습니다.
둘 다 목이 고정된 사람처럼 오직 앞만 바라보고 앉아 있다는 건,
아직 둘이 좀 덜 친하다는 이야기.
차가 달릴 때는 그나마 괜찮습니다.
하지만, 신호에 멈춰 서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대책 없는 그 어색함.
"차가, 많이 마.막히네요. 그죠?"
남자가 슬쩍 여자를 돌아보면,
여자는 이제 아예 핸드폰을 꺼내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 참, 뭔 말을 해야 될 텐데. 차가 막힌다는 말은 이미 했고, 이젠 뭔 말을 하지?'
'아! 라디오, 라디오! 그래, 라디오를 틀자.'
"저, 노.노.노래 듣는 거 좋아해요? 제가 이제 라디오 킬 건데..."
여자의 소리 없는 동의.
남자는 손까지 후루룩 떨며 라디오를 켭니다.
헌데, 때맞춰 좋은 노래 한 곡쯤 나와 주면 얼마나 좋으련만,
타이밍도 절묘하게 라디오에선 음악 대신, 재빠른 목소리의 교통정보만이...
"서울시내 교통 상황입니다. 강변북로 무지 막히고, 올림픽대로도 대따 막히고...
꽥! 이제 집에 다 갔습니다. 어쩌고저쩌고 뿡뿡뿡뿡."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떠오르는 물음표? 느낌표! 말줄임표...
남자가 여자의 얼굴을 한번 쳐다봅니다. 여자도 남자의 얼굴을 한번 쳐다봅니다.
"아이~ 노래가 아니네."
남자가 라디오를 끕니다. 여자가 웃습니다.
그 여자
아까 저녁을 먹을 때,
"집에 일찍 가야 되죠?", 남자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얼결에
"예", 대답을 해버렸지만, 사실 저녁 8시는 헤어지긴 너무 아쉬운 시간입니다.
해서! 여자는 내심 막히는 길이 반갑기도 한데, 그런데 너무 막히네요.
내내 앞만 쳐다보고 있자니 턱도 땡기는 것 같고, 나중엔 뒷목에서 우두둑 소리도 나는 것 같고.
무던히 운전하는 남자 옆에서 여자가 꼼지락 꼼지락거리는 사이,
차 안에는 둥그런 말풍선들이 여기저기 둥둥 떠다닙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말을 하자! 아무 말이라도 하자!'
여자는 급기야 괜히 전화기를 꺼내서 저장된 문자 메시지를 지우기도 하고,
보내지도 않을 문자 메시지를 작성하기도 하죠. '아~ 어색 하여라!' 뭐 이런 말들.
여자의 몸 둘 바 모를 어색함을 눈치 챘는지, 이 남자! 라디오를 켜주는 정도의 센스!
'오, 좋은데?! 그래, 이럴 때 좋은 노래 하나 나오면 좋겠다.'
아니?! 근데, 노래가 아닙니다.
'이게 뭐니? 저런 센스 없는 라디오 같으니!'
남자가 어색하니 웃으며 라디오를 끕니다.
'그래도 웃었네. 아이구, 다행이다.'
여자도 웃습니다.
첫댓글 아유 저런 어색함이란.... ㅠ.ㅠ 그 공간을 떠나버리고 싶을꺼야 아마두~~~ 무슨 말이든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