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딸의 자전거를 가지고 강가로 나갔다. 친할아버지가 사주셨다는 자전거는 매우 튼튼하였다.
할아버지의 마음이 가득 담긴 그 자전거가 내가 탈 수 있다니, 아이가 많이 컷다.
노란 현호색이 풍성하게 피고, 애기똥풀들도 모두 꽃을 달았다. 아직은 말라있는 풀 들 사이로
그 들은 자신들의 자태를 뽐내고, 나는 빛나는 강물과 언덕에 일렁이는 연두색 나뭇잎들의 사열을
받으며 강을 따라 자전거를 힘껏 몰아 보았다. 아직도 피어있는 벚꽃들도 반겨주었다.
그 날들도 나는 냇가를 걸으며 작은 딸 생각으로 늘 가득했다.
부모로써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할지를.....
인천에 혼자 남겨둔 딸아이는 우울증에 걸렸고, 학교를 잘 가지못해 학점미달로
졸업을 하지 못한체 앞으로 전진하지 못한체 정체되고 말았다.
집을 세를 주고 아이를 데려와 정착하는데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는데 과정은 힘들었지만 딸은 그나마 해냈다.
그런데 우울증 휴유증은 이상한쪽으로 발전 되었다.
쇼핑중독으로 힘들게 번돈을 순간에 써 버렸다.
나는 그런 날이면 냇가에 가서 물을 바라보며 마음을 삭이곤 했다.
희망은 점점 사라져가고 병마의 질긴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
결혼 상대가 나타났다. 남편은 망설였지만 나는 부르도저가 되어 밀어 부쳤다.
사위될 녀석이 완전 딸에게 빠져있다는 핑계를 대며,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쓰레기를 치우둣 그렇게 결혼 시켜 버렸다.
시간은 우리에게 항상 숙제를 준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풀어야한다.
최소 50점은 맞아야한다.
드디어 사위에게서 전화가 왔다. 월급의 절반을 쇼핑에 써버렸다고.....
조금치도 망설임 없이 현란한 말솜씨로 사위가 나의 말꼬임에 빠지도록
미사여구를 늘어 놓았다.
그리고 냇가를 걸었다. 물에게 말했다. 답이 무엇이냐?!! .
물은 유유히 흘러가는것이라고 한다. 그랬다. 흘러가니 이번에는 아이를
가졌단다. 1년이 지난후에 둘째아이까지 가지게 되었다.
이것이 무슨 조짐인가?! . 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이제는 생활비에 쪼들린단다. 두아이를 키우기에 혼자 번 돈으로는 감내하기가
어렵지. 그래! 나는 돈이 되는데로 보내 주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던가! .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 주고 아이들도 가끔 데려와
돌봐 주었다. 아이들도 본능적으로 살려고 아주 바둥되는데 왜! 그다지도 예쁜 말들을
잘 하는지 하하 . 아주 살려고 애를 쓰는구나! .
그리고 감사했다. 그렇게 해 줄수 있는 나에게. 남편에게. 딸에게. 사위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딸에게는 보약을 계속 먹게 해서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도왔다.
선생님께서 도와 주셨고 다행히도 딸도 노력했다.
허긴 돈이 없어서 쇼핑도 못했으리라. 돈이 없는것은 또 얼마나 다행인가?!! .
둘째날 손자녀석이 학교에서 돌아오기 바쁘게 내손을 잡는다.
강으로 갔다. 돌다리가 따뜻하다.
" 할머니가 쑥국을 하려고 조금 캣어. 다슬기 20마리만 잡아가자! "
" 종아요! "
돌에 앉아 타고 올라오는 다슬기와 우렁이를 잡았다.
20마리가 넘어가면 아이는 작은것들은 물에 놓아주며 잘 살아라 한다.
두어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긴 돌다리를 더 건너가려는데 오리 두마리가 햇볕을 받고 앉아 있어 다시
돌아와 제 자리로 돌아오는데 저 멀리 앉아있는 검은 새 두마리...
" 야! 저거 가마우지 같애 " 아이는 재 빨리 검색을 하더니 " 맞아요 . 가마우지 맞아요! "
그러자 가마우지 한마리가 날기 시작했는데 가끔은 물에 찰나의 시간에 내려앉고 했는데
먹이를 잡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 야! 날았다! . 와우! 멋지다." 소리소리 지르며
할머니와 손자는 똑같이 감격했다. 그런데 더욱 감격할일이 있으니 " 할머니! 다른 가마우지가
털을 말리느라 날개를 펴고 있어요! " 젖은 날개를 맘껏 편 것을 보니 그 모습이 장관이다.
다슬기를 챙겨 마주보고 발을 말렸다.
" 야! 저기 플랭카드에 적어 있는 글씨 좀 봐라. '홍천강 다슬기 채취 금지' 라고 했네 " .
벌금을 낼지도 모른다고 아이는 말했다.
다슬기를 살려주고 밥 때가 되어서야 그곳에서 돌아왔다.
저녁을 먹은후에 처음으로 딸과 강가 수양버들이 늘어진 길을 걸었다.
" 강이 가까워 참 좋구나! "
" 응 엄마 너무 좋아! "
" 엄마! 난 애들만 할때 말 잘 들었지? "
" 아니! 말 안 들었어. 네 아이들은 말 잘 듣는구나! .
그런데 엄마는 그 나이에 정말 외할머니 말 안 들었어. 할머니 마음이 까맣게
타 들어가도록... ! "
딸이 해 맑게 웃는다.
할머니와 짬짬이 공부 할까? 순전히 내가 만들어낸 아이들을 공부의 길로 꼬이는
나의 현란한 말솜씨에 아이는 공책을 가져와 받아쓰기를 한다.
다음날 집에 도착즈음 아이가 '100점 맞았어요' 하고 인증샷을 보내왔다.
' 그래 머리 좋은 사람이 열심한 사람을 따라오지 못한단다. 한국사람이 한글은
알아야지. 잘하네 ' 다른 공부는 전혀 안해도 된단다. 이제 친구랑 놀아라~~!! .
' 네 감사합니다! " 의젖한 한마디에 마음을 내려놓고 밭에 갔다.
그 때 나의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가마우지가 찰나에 먹이를 잡듯 나도
본능적으로 살려고 버둥거렸다는 생각이 든다.
최선이였고 나머지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내 주신 숙제를 조금씩 풀어가면서
오늘도 가는 봄 날을 붙잡지 않고 즐거이 살고 있다네^^
이제야 겨우 알았네 아주 조금
그 때는 늘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