亂離袞道白頭年 난리를 겪다보니 머리만 백발의 나이가 되었구나
幾合捐生却末然 몇 번이고 목숨을 끊으려다 이루지 못했도다
今日眞成無可奈 오늘날 참으로 어찌할 수 없고 보니
輝輝風燭照蒼天 가물거리는 촛불이 푸른 하늘을 비추네
妖氣掩翳帝星移 요망한 기운에 가려서 임금 별자리 옮겨지니
九闕沉沉晝漏遲 구중궁궐은 침침하여 햇살도 더디구나
詔勅從今無復有 이제부터 조칙을 받을 길이 없으니,
琳琅一紙淚千絲 구슬 같은 눈물이 종이 올을 모두 적시네
鳥獸哀鳴海岳嚬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槿花世界已沈淪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구나
秋燈掩卷懷千古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 날 생각하니,
難作人間識字人 인간세상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구나
曾無支厦半椽功 일찍이 나라를 지탱하는데 조그마한 공도 없었으니
只是成仁不是忠 다만 인(仁)을 이룰 뿐이요, 충(忠)은 아닌 것이로다
止竟僅能追尹穀 끝맺음이 겨우 윤곡(尹穀)처럼 자결할 뿐이요
當時愧不躡陳東 당시의 진동(陳東)처럼 의병을 일으키지 못함이 부끄럽구나
ⓐ(주)윤곡운 중국 송나라 사람으로 몽고군이 침입하여 담성이 포위되어 함락지경에 이르자 처자와 작별하고 분신 자살.
ⓑ진동은 중국 송나라 사람으로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 마다 간신을 물리치고 국가의 기강을 세우라는 상소를 목숨을
걸고 하게 되나 결국 황제의 노여움을 사서 시장에서 참수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