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던 워십’이라고 흔히 말하는 예배 음악의 앨범들을 들어 보면 이전처럼 많이 찾아볼 수 없지만, 여전히 예배 가운데 활용되고 있는 노래의 방법으로 ‘메들리’라는 것이 있다. 예배의 흐름을 멈추지 않고 이어지거나 고조되도록 하기 위해 효과적인 방법인데, 실제로 오랜 기간 곡을 골라 사용해 보면 앞뒤로 연결할 만한 것들이 거의 정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을 것이다. 선택의 폭이 생각처럼 넓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이번 호에서는 이런 선택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혀줄 수 있는 곡 연결의 팁을 몇 가지 소개하려고 한다.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사실상 편곡을 어떻게 하는가, 곡 사이에 얼마만큼의 간격을 둘 것인가, 완전히 새로운 phrase를 만들어 삽입할 것인가 등에 따라 수많은 곡 연결 방법이 있다는 점이고, 여기에서 소개하려는 것은 가장 전형적이고 간단한 방식이라는 점이다.
우선 조성이 다른 곡들의 연결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 연결하는 두 곡의 조성이 몇 도 차이인가를 기준으로 설명하기로 한다. 같은 조나 반음, 1도 차이의 경우에는 흔히 특별한 준비 없이 바로 바꿔서 연결하기 때문에 제외하고 그 이외의 경우만을 고려한다.
1. 단3도 간격의 도약
예를 들면 D장조->F장조, E->G, A->C 와 같은 전환이다. 앞 곡의 끝맺는 느낌을 살리면서 다음 곡의 코드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방법으로 두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1) 우선 앞 곡의 조를 기준으로 VIIb (단 7도)에 해당하는 코드를 넣어 줄 수 있다. (오픈 코드 표기법에 대해서는 지난 호의 내용을 참고하자.) 예를 든다면
D -> F 의 변환에는 그 사이에 D장조의 VIIb 코드인 C,
E -> G 의 변환에는 마찬가지로 E장조의 VIIb 에 해당하는 D,
A -> C 의 변환에는 A장조의 VIIb인 G를 넣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이런 코드가 다음 곡에서 ‘딸림’화음(V 코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환이 자연스러워지는 효과를 낳는 것이다. 결과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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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곡의 종지부 코드 |
삽입 코드 |
다음 곡의 첫 코드 (root 코드) |
연주할 코드 |
D |
C |
F |
E |
D |
G |
A |
G |
C |
앞 곡의 조성에 따른 코드 표시 |
I |
VIIb |
IIIb |
뒷 곡의 조성에 따른 코드 표시 |
VI |
V |
I |
이런 형태인데 뒤쪽의 두 코드를 보면 C-F, D-G, G-C와 같이 V-I로 안정적인 진행을 하게 된다. 이론을 거치는 것이 너무 번거롭다면 간단하게 기억해 보자. “두 번째 곡의 5도에 해당하는 코드를 집어넣을 것.” 다시 말하면 뒤에 이어지는 곡이 F 키라면 F 키에서 5번째 코드인 C, 마찬가지로 G 키라면 D를 집어넣으라는 것이다. 이 원칙은 거의 모든 곡 연결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알아두는 것이 편리하다. 좀더 ‘복잡한’ 응용에 욕심이 있다면, 7th 코드와 대리코드를 사용해 보자. 일례로 위에 설명한 (삽입 코드)에 7을 붙이면
D -> C7 -> F
E -> D7 -> G
A -> G7 -> C
가 된다. 물론 우리는 연주하면서 무의식적으로 7th 코드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굳이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 여기서 강조하려는 것은 그 다음 단계이다. 10월호의 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면, 또는 코드에 대한 어느 정도의 사전 지식을 갖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표기법을 기억할 것이다.
Bb/C (C7과 함께 사용할 수 있음)
C/D (D7과 함께 사용할 수 있음)
F/G (G7과 함께 사용할 수 있음)
악보에 종종 등장하는 이런 코드는 원래 7th 코드의 확장이지만 편의상 위와 같이 자주 쓰인다. 대신 집어넣어 보면 다음과 같다.
D -> Bb/C -> F
E -> C/D -> G
A -> F/G -> C
위와 큰 차이는 없지만 이 코드가 갖는 특징은, 바로 앞 곡의 으뜸음을 포함하면서 다음 곡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베이스만을 놓고 보면 C-F, D-G, G-C 로 앞에서 말한 대로 V-I도의 진행을 하고 있고, 멜로디 측면에서 볼 때에는 앞 곡의 으뜸음인 D, E, A가 각각 그 다음에 나오는 Bb, C, F 코드에 포함되기 때문에 앞뒤에 있는 곡들을 매끄럽게 연결하기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전제로 할 때, 지금 소개한 이 연결 코드는 가장 간단하고도 흔한 것으로, 이후에도 자주 등장하게 될 것이다.
(2) 또 한 가지의 방법은, 앞 곡의 종지부가 I도 화음(root 코드)이라고 할 때, 이것을 VIb (단6도 간격의 코드)로 대신하고, VIIb (위에서 사용한 단7도 코드)를 추가한 뒤에 다음 곡 코드로 넘어가는 방법이다. 위의 세 가지 예를 들어 다시 설명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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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곡의 종지부 코드 |
삽입 코드 |
다음 곡의 첫 코드 (root 코드) |
연주할 코드 |
Bb (원래는 D) |
C (C7, Bb/C) |
F |
C (원래는 E) |
D (D7, C/D) |
G |
F (원래는 A) |
G (G7, F/G) |
C |
앞 곡의 조성에 따른 코드 표시 |
VIb |
VIIb |
IIIb |
뒷 곡의 조성에 따른 코드 표시 |
IV |
V |
I |
이렇게 표시할 수 있다. 실제로 연주해 보면 느낄 수 있지만, VIb 코드를 I 대신 사용하면 곡이 마무리되는 느낌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고, 다음 화성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 같은 불안정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VIIb 코드를 넣고 다음 곡으로 넘어가게 되면, 연결된 다음 곡의 입장에서는 코드 진행이 IV-V-I 순서로 이어지는 셈이 되어 자연스럽다. 물론 삽입하는 코드에는 앞에 설명한 7th 코드라든지 확장 코드를 같이 사용할 수도 있다 (표의 괄호에 함께 적은 대로). 역시 복잡한 이론을 따라가기가 번거롭다면 이 연결법은 이렇게 기억할 수 있다. “두 번째 곡의 4도에 해당하는 코드로 (앞 곡을) 끝내고 5도를 추가한 뒤 넘어갈 것.”
실제 찬양곡의 예를 들어 다시 정리해 보자. D 코드의 곡으로 ‘나 무엇과도 주님을’ 을 사용하고, 이어서 바로 F 코드의 ‘마음이 상한 자를’ 로 찬양을 이어가려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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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곡의 종지부 |
삽입 코드 |
다음 곡의 첫 코드 (root 코드) |
가사 |
(친구 되기 원합니)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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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상한 자를 … |
첫 번째 방식 |
(Em – A) D |
C (또는 C7, Bb/C) |
F |
두 번째 방식 |
(Em – A) Bb |
C (또는 C7, Bb/C) |
F |
이렇게 연결시킬 수 있다. A 코드에서 C 코드로 넘어가는 예를 들어 보면, ‘지금은 엘리야 때처럼’ 과 ‘산과 시내와 붉은 노을과’ 를 연결한다고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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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곡의 종지부 |
삽입 코드 |
다음 곡의 첫 코드 (root 코드) |
가사 |
(구원이 임하)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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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C – G – F … |
첫 번째 방식 |
(A/E – E) A |
G (또는 G7, F/G) |
C |
두 번째 방식 |
(A/E – E) F |
G (또는 G7, F/G) |
C |
이렇게 코드가 연결된다. 두 번째 곡의 특징을 고려해서 바로 노래로 들어가지 않고 C-G-F 두 마디를 반복하는 전주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실제로 기타 또는 건반 연주를 통해 확인해 보면 더 쉽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지면 관계상 일단 단3도 도약에 대해서만 소개했다. 하지만 나머지 경우에도 거의 동일한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호에 계속하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기본적인 원칙 하나를 ‘새삼스럽지만’ 다시 상기하도록 하자. 곡을 매끄럽게 연결하고, 그것이 연주자들이나 노래하는 이들에게 실제로 들리는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멜로디 악기 연주자 전체의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곡과 이 곡의 사이에는 이런 진행을 쓸 것’이라는 몇 가지 약속을 연주팀 사이에서 미리 해 두고 활용하면 편리하다. 그 반대의 경우, 혼자 또는 일부만 자신(들)만의 연결 방식을 사용하고 미리 얘기해 두지 못한다면, 아무리 세련된 코드 진행 및 연결이라도 전체적으로는 효과를 낳기는커녕 불협화음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어야겠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