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의 아침편지 561
살다보면
엉뚱한 데서 암초를 만나기도 하지만 전혀 생각치도 않던 곳에서 행운을 건지기도 한다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지하철계단을 낑낑거리며 올라가는데 무게가 갑자기 가벼워진다 이상해 뒤를 돌아봤더니 젊은 총각이 가방을 받쳐들고 올라온다 괜찮다고 해도 끝까지 들어주고는 돌아간다
세상에나~
내가 대만을 좋아하는 이유를 또다시 확인하고야 만다
이런 작은일들이 반복해서 나에게만 주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것으로 감동받는 마음은 그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정도로 행복하다
아침에 짐을 챙겨 타이중으로 향한다
기차표를 사고 프래트홈에서 넋놓고 앉았다가 사고를 치고만다
기차가 안와 물었더니 이미 떠났다고 한다
다시 표사는 곳으로 갔더니 다음기차에 서서가야만 한단다
기차에 올라 화장실옆에 자리를 잡고 섰는데 젊은총각이 앞에 있다
나는 기차를 놓쳐 서서가는거라 했더니 자기도 그렇다고하며 빨간도장이 찍힌 자기표를 보여준다
나는 타이중까지 2시간 걸린댔더니 자기는 타이난까지 4시간을 서서가야 한다며 웃는다
타이중에 도착하니 아는이가 기차역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다
고맙고...
미안하고...
부탁하지도 않은 호텔도 잡아놓고 내일은 카오승까지 데려다 준다하니 황송하기가 그지없다
정말로 왕부담이다
산으로
공원으로
공자묘로
절간으로
손님 대접한답시고 나를 사정없이 끌고디닌다
혼자서는 이틀에도 다 못갈곳을 한나절에 몰아 돌면서 커피에 콜라에 아이스크림을 사먹여가며 이건 정말 왕왕부담이다
간단히 먹자했더니
점심에는 대만식 돼지갈비찜과 저녁에는 거위고기를 맛집이라며 끌고가 기어코 먹이고야 만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삶은 거위고기와 거위의 간 그리고 뭔가를 섞어서 응고시킨 거위의 선지라고 한다
맛이야 둘째치고라도 뭐든지 잘해주려는 노력에 나는 그냥 몸둘바를 모르고 있다
이렇듯 오늘 전혀 하나의 기대도 없이 찾아온 타이중에서 나는 또 한점 내 인생의 의미있는 이정표를 찍고야 말았다
첫댓글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