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아니라 예술입니다.
서선초등학교 ∥ 김진호교장선생님
(출처 : 2005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좋은 교육, 좋은 선생님// 선생님들의 작은 이야기)
우리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 중에 학습지도를 아주 잘하시는 최태규 선생님(수업이 아니라 예술입니다)을 소개합니다.
수업이 아니라 예술입니다
어느 급의 학교든 마찬가지지만 초등학교에서도 과학과 수업은 과학자가 탐구하는 방법 그대로 탐구해야 한다. 그 사실을 모르는 교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수업하는 교사 역시 그리 흔하지 않다.
풍향 풍향을 지도하면서 아이들을 교재원으로 데리고 가서 세워져 있는 간이 풍향계와 풍속계를 가리키며 설명으로 수업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러는 그렇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학교 3학년 담임 최태규 선생님은 11명의 3학년 아이들로 하여금 각기 다른 자료를 이용하여 각기 다른 풍향계와 풍속계를 만들게 한다. 아이들이 각각 만든 풍향과 풍속을 관찰하고 기록하게 한다. 아이들이 각각 만든 풍향계를 교사(校舍) 뒤 안전한 곳(교재원)에 설치해 두고 수시로 풍향과 풍속을 관찰하고 기록하게 한다. 과학자가 탐구하는 방법 그대로 한다.
올해 우리 학교는 이웃 2개 초등학교와 협력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3개 학교 3학년 어린이들이 본교에 와서 자연과 수업을 한 적이 있다. 물에 사는 생물을 학습하는데, 어항을 구미는 부분을 최 선생님이 지도하셨다. 수족관 전문가가 어항을 꾸미는 수준 이상으로 질 높은 수업을 전개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무척 깊은 감동을 받았다.
얼마 전에는 3개 학교 3학년 아이들이 방송국, 기상대, 소방서 등을 견학하는 학습을 본교 3학년 담임 최태규선생님이 주관하였는데, 선생님은 방문하기 전날 퇴근길에 3개 기관에 들려서 관광버스가 주차할 곳을 확인하고, 아이들이 질문할 예상 내용을 담당자가 쉽게 대답할 수 있도록 사전에 알려주는 등 사전 답사를 통해서 사전 계획을 철저히 하였다. 출장도 달지 않고, 동료에게 이야기도 하지 않고 갔다. 일찍 퇴근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교장인 나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사정답사는 정말로 중용한 과정이지만 대개는 생략하고 만다. 자주 다니는ㄴ 길목에 있는 방송국과 소방서, 기상대 등에 사전 답사를 한다는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비웃을 수도 있는 일이다. 바보짓을 한다는 비난도 받을 법한 일이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퇴근 후에 사전 답사를 하는 등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하였다. 그 날 견학학습이 아주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선생님의 사전답사와 치밀한 수업계획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뒤에 알았다.
또 선생님은 현장학습을 한 뒤에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감사의 편지를 쓰도록 지도하고 오늘 편지를 보냈다.(나는 3개 기관에 보내는 두툼한 편지 겉봉만 보앗을 뿐이다.)
한 바퀴 빙 둘러보는 것으로 견학학습을 대개 끝이 난다. 그렇게 해서는 교육(견학)이 아니다. 구경 수준이다. 궁금한 것을 조리 있게 질문(말하기)하도록 지도하고, 설명 듣도록 지도하였다. 보고 듣고 궁금한 것을 묻고 느낀 것을 토대로 학교에 돌아와서는 보고서를 쓰게 한다. 그리고 학습을 위해 도와주신 3개 기관 담당자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게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참되니 교육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삼차원(三次元) 교육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모든 교육은 감사할 줄 아는 인간을 기르는 일일 것이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지금까지 지식 습득 수준인 1차 교육만 해왔다.
최 선생님이 아이들과 수업하는 것을 멀리서 또는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이건 단순히 수업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예술이다. 지난해는 1,2학년 어린이가 모두 6명이었는데, 6명을 데리고도 최 선생님은 1년 내내 예술 같은 수업을 하였다. 선생님은 평소에도 늘 원숙한 수업을 한다. 어느 교과도 소홀하게 지도하는 법이 없다.
폐교직전의 농촌학교 6학급 학교로 만들었어요.
<서선초등학교 ∥ 김진호교장선생님>
( 출처 2005년 6월 발행/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발간/ 좋은 교육, 좋은 선생님~ 선생님들의 작은 이야기 중 )
소제목 : 교사들 열정, 폐교위기 학교 살려
폐교위기에 처한 농촌지역 한 초등학교가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2년 만에 학생 수를 두 배로 늘이고 정상 운영에 접어들었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 수곡리 서선초등학교는 2003년까지만 해도 학생 수 26명에 전체 3학급으로 경상북도교육청이 제시한 폐교기준 ‘전교생 50명 이하’에 크게 미달되던 폐교 직전의 학교였다. 1970년대 전교생이 300명에 이르기도 했지만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의 영향으로 인구가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학생 수는 매년 감소를 거듭했다. 1990년대 학생수가 50명 이하로 떨어지자 경북도교육청에서도 매년 1-2차례 학부모를 상대로 설문조사 하는 등 본격적인 폐교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던 학교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김진호(57)교장이 부임하면서부터.
“2002년 9월 처음 우리 학교에 부임해 왔을 때는 전교생이 30여 명 남짓하고, 선생님은 달랑 4명에 시설도 열악하고···. 폐교될 것이라 생각했고, 당연히 수업도 소홀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지요.”
부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교장은 3·4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김재옥(44)교사가 교실에서 한 학생에게 보자기에 싸인 물건을 건네는 장면을 목격했다. 보자기에 나온 것은 김 교사가 어머니 없는 결손가정 학생을 위한 집에서 준비한 반찬. 김 교사는 그 학생을 위해 매일 반찬을 싸왔다고 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비록 학교와 시설은 열악했지만 선생님들은 모두 하나같이 굉장히 열정적이셨어요. 그래서 ‘우리 학교 한번 다시 살려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1·2학년을 맡은 최태규(53) 교사는 수시로 학생들과 함께 방송국, 소방서 등을 견학했다. 개인 시간을 활용해 현장을 사전 답사해 교육 내용을 미리 점검했고, 견학 후에는 학생들에게 보고서와 함께 해당기관 직원에 감사편지도 쓰게 했다.
이 학교 병설유치원 임정자(여·40) 교사는 농사를 짓는 학부모님을 대신해 오후 5시까지 아이들에게 그림 그리기 등을 지도하며 탁아소 역할까지 도맡았다.
2003년 9월, 안동 시내에 있던 한 학부모가 학생을 데리고 이 학교로 전학해 왔다. “학생 수만 많은 도시 학교보다 작아도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수업하는 이 학교가 나을 같아서”라는 것이 이 학부모가 밝힌 전학의 변(辯)이었다.
교장과 교사들은 신이 나서 학생지도에 더욱 열을 올렸다. 학교의 교육 열정은 금새 소문이나 시내 학교로부터 역(逆) 편입하는 학생이 생기기 시작했다. 학생이 늘면서 김교장은 교장실을 교실로 비워주고 과학실(2003년), 교무실(2004년)로 옮겨 다녔다. 학부모들도 ‘학교 홍보대사’를 자처하여 이웃 학교 자랑에 나섰다.
이 학교 올해 학생 수는 52명, 더 이상 폐교 압박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김교장은
“교사와 학부모님들이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학교 살리기에 나서준 결과”라며 “작은 학교가 개별학습과 인성교육에 가진 장점을 적극 활용해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학교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가사(2005.03.08.) -장상진기자(블로그)jh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