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은 지난해에도 20% 이상 성장했다. 2007년 1조4170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1조78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올해 100대 CEO 명단에 두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SPC그룹 급성장 신화는 2000년대부터 시작됐다. 2000년 매출액이 4800억원에 불과했던 기업이 지금은 2조원대를 바라보며 식품업계 대표주자 자리를 다툰다.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주 둘째아들인 허영인 회장이 1983년 샤니를 물려받아 독자경영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위상이다. 당시 샤니는
삼립식품 매출액의 2분의 1도 안 되던 작은 기업이었다.
샤니를 맡은 후 허 회장은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의 브랜드를 줄줄이 출시해 샤니보다 더 큰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덕분에 허 회장은 손 대는 브랜드마다 모두 1위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으며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태인샤니그룹이 SPC그룹으로 이름을 바꾼 때는 2004년이다.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형이 운영하던
삼립식품이 콘도 등 비주력 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하다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허 회장은 2002년
삼립식품을 인수하면서 가업을 잇고 동시에 샤니,
삼립식품,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 등을 주축으로 한 SPC그룹을 출범시켰다. 샤니의 S, 파리크라상의 P, 컴퍼니의 C가 합쳐진 의미다.
허 회장이 이처럼 식품명가를 건설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기본에 충실한 원칙경영과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최우선적으로 꼽힌다.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허 회장은 이후 미국 제빵학교(American Institute of Baking) 정규과정을 이수했다. 1919년 개교한 이 학교는 빵 제조 및 유통 전문가들의 본산이다. 덕분에 허 회장의 제빵 기술에 대한 이해도만큼은 여타 CEO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제빵업계 최초로 정부 공인 식품기술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허 회장의 전문가 수준 식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허 회장은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경영자로도 정평이 나있다. 샤니가 햄버거 빵을 납품하던 모 패스트푸드 업체가 빵에 보존료를 넣어줄 것을 요구한 적이 있다. 3~5일 유통기한을 지킨다는 원칙을 지닌 허 회장은 단번에 이를 거절했다. 매출액이 줄어도 원칙을 파기할 수는 없다는 게 거절 이유였다.
현재 허 회장은 SPC그룹의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대표적인 내용이 지난해 7월에 우리밀 전문 가공업체 밀다원을 인수한 일이다. 외식업도 허 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2010년 2조원 매출을 올리겠다는 게 허 회장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