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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이 신체의 육체적·정신적 부분에 주는 긍정 효과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으나 만성 질환이 있거나 신체의 특정 부위가 약한 사람에게는 등산으로 인한 갑작스런 신체변화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특히 가을 단풍철인 9~10월 중에 연간 등산객이 절정에 달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3년간(2006~2008) 소방방재청 119 구조·구급 활동상황을 토대로 월별 산악 안전사고는 봄철 행락객이 나서는 5월과 가을철 단풍을 즐기려는 9~11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9월 1일~10월 11일까지 발생한 산악 안전사고 486건 544명 중 일요일에 전체 사상자의 32%, 토요일이 23%로 주말에 절반 이상이 집중됐다. 시간대별로는 산행이 시작되는 오전 9시를 기해 서서히 증가세를 보여 하산이 시작되는 오후 1시에 최고점에 달했다. 이는 사고 발생지점이 정상 주변이거나 긴장이 풀어진 하산 시 발생하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어, 정상을 밟은 이후에도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연령별 산악사고는 40~50대가 전체의 62%나 차지했다. 이들의 사고원인은 자신의 체력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산행으로 인한 사고가 33%로 가장 많았으며, 평소 질병이 있는 사람이 등산 중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그 뒤를 이었다.
지난 7월 25일 평소 고혈압 증세를 보이던 최모(54)씨가 도봉산을 등산하며 만월암 계단을 오르다 갑자기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같이 가던 일행이 119구조대에 곧바로 신고해서 헬기로 급히 이송했으나, 최씨는 안타깝게도 병원에서 숨졌다.
2009년 10월엔 김모(56)씨가 평소 심장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경기 가평군의 화악산 등산 중 호흡곤란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지나가던 등산객이 신고해, 긴급 출동한 119구조대가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사망했다.
올해 초부터 6월까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집계한 한라산을 제외한 19개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9건 중 6건이 신체결함으로 인한 사고로 확인됐다.
사고를 당한 최씨는 중년 들어서 고혈압 증세가 있다는 판정을 받고 등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김씨도 만성 심장질환을 겪고 있었다. 이같이 만성질환을 겪는 사람들은 평소에 자신의 신체변화를 체크하고 있어야 등산 전후 발생할지 모를 안전사고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등산할 때 발생하는 신체 변화는 근육에 산소와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맥박이 빨라지고 호흡수가 증가하며 땀과 호흡을 통해 수분손실이 많아진다. 또 근육의 피로에 따라 젖산 축적이 늘어난다. 고도에 따른 공기밀도의 감소와 온도 및 습도 저하에 따른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지만 우리나라 산의 경우 비교적 높지 않기 때문에 고도에 따른 신체변화보다는 보통 운동할 때의 신체변화와 별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
50대·13시쯤 안전사고 발생 가장 많아
만성질환자로 판정받은 사람은 등산할 때 주의사항을 살펴보고, 준비할 물건이 없는가 다시 한번 체크하고 산으로 향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겪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고혈압,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뇌졸중(중풍) 등의 심혈관질환, 만성폐쇄성 폐질환과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 당뇨병 등의 대사성 질환 등이 있다.
각 질환별로 등산 시 나타나는 증세나 주의사항은 약간 다르다. 서울의 대표적 건강검진센터인 강남하트스캔 박성학 원장이 가장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등산질환별 증세와 주의사항에 대해 도움말을 줬다.
먼저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자각증세가 없는 질환이며, 나이가 많을수록 환자수도 급격히 증가한다. 평소 혈압측정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조금 높은 정도는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상혈압(120/80)을 넘으면 혈관계통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므로 심장병이나 뇌혈관 질환의 발생확률이 올라간다. 고혈압 환자로서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더라도 매일 혈압을 측정하는 습관이 필요하며, 정상혈압을 벗어나는 경우를 대비해 주치의에게 대처요령을 물어두는 게 좋다. 산행 당일 혈압이 평소보다 높게 나오면 추가로 혈압약을 먹고 가벼운 산행 정도로 변경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조깅 등의 경우 운동 후 혈압강하 효과가 있으나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암벽등반이나 험로산행같이 집중과 순간적인 근육의 힘을 필요로 하는 경우엔 갑작스런 혈압상승이 따른다.
산행이나 운동 중에는 누구나 혈압이 증가한다.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은 주로 수축기 혈압이 올라가는 데 비해 고혈압 환자가 강도 높은 운동을 할 때는 확장기 혈압이 같이 올라가며, 수축기 혈압이 160㎜Hg 이상으로 높아질 수도 있다.
산행이나 운동 중 갑자기 가슴이 답답할 때, 호흡곤란이 올 때, 가슴에 통증이 오거나 통증이 목·어깨 등으로 뻗칠 때, 심장 박동이 지나치게 빨라지거나 불규칙한 심장박동이 느껴질 때, 어지럽거나 속이 좋지 않다고 느낄 때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중지하고, 쉬면서 경과를 관찰하거나 하산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몇 가지 사항을 지킬 필요가 있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 운동 전후에 충분히 몸을 풀고 운동 강도의 조절, 복장은 느슨하고 편안하게, 음식을 먹은 후 2~3시간은 운동하지 않기, 날씨에 맞추어 운동량 조절, 충분한 수분 섭취 등을 권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관상동맥과 협심증·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질환 및 뇌졸중·허혈성뇌혈관과 같은 뇌혈관질환이다. 심혈관과 뇌혈관질환은 흡연·고혈압·당뇨·고지혈증과 같은 원인에 의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부분적으로 막힌 상태이므로 심장에 부담이 되는 무리한 운동을 하면 심장의 근육에 공급되는 산소나 에너지 공급이 부족해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 때 나타나는 증세와 예방수칙, 주의사항은 고혈압의 경우와 별 차이가 없다. 산행 전엔 니트로 글리세린 설하정과 같은 혈관확장제를 준비하고, 동행자에게 사용법을 사전에 주지시켜 놓으면 위험을 훨씬 줄일 수 있다. 만약 심혈관질환이 산행 시 발생했을 경우엔 즉시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한 후 혈관확장제를 투여하거나 하산해야 한다.
세 번째로 산행 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은 당뇨병이다. 당뇨병환자에게 운동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박 원장은 말한다. 운동은 칼로리를 소모시켜 식사요법의 효과를 증진시키고, 혈당을 직접적으로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당뇨병의 합병증 예방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또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정신건강에도 좋다고 지적한다.
당뇨환자는 매일 규칙적으로 같은 시각에 운동하는 게 좋다. 운동 시기는 비만 환자나 식사요법만 하는 경우라면 식전과 식후 어느 때 상관없으나, 경구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사용하는 환자라면 식후에 하는 게 저혈당 예방에 좋다. 운동 강도는 숨이 조금 찰 정도로 하루에 30~60분이 적당하다.
무엇보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자신에 맞는 운동을 찾아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당이 조절되지 않은 상황에서 등산, 수영 등 격렬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혈당이 더 올라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가벼운 산책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너무 격렬한 운동을 하면 혈당 강하제를 사용하는 환자는 저혈당이 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운동화는 발이 편하고 잘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당뇨병에 걸리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발궤양이 생길 우려가 있고, 발 상처가 나면 잘 낫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당뇨환자가 산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위급상황은 저혈당과 고혈당이며, 모두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저혈당은 인슐린이나 혈당 강하제를 과다 투여하거나 식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약을 복용한 경우에 심한 운동으로 혈당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일어날 수 있다. 갑자기 의식을 잃거나 탈진해 쓰러지거나, 피부가 창백하고 축축한 상태를 보이며 경련을 일으키거나 헛소리를 하고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 증세를 의심해 봐야 한다. 의식이 없는 경우 설탕을 혀 밑에 넣거나, 의식이 있으면 단 것이나 에너지 공급을 하면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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