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아시아하키선수권대회 한국 우승 아시아 제패...

[람세스]

대한하키협회 전성우 기획부장은 "한마디로 기적과 같은 일"이라며 승리에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 하키 현실을 보면 협회 관계자에게서 왜 이런 반응이 나왔는지 이해된다. 국내 남자 실업팀은 성남시청, 김해시청, 성주군청, 상무 4개에 불과하며 등록 선수도 76명밖에 안 된다. 이에 비해 결승에서 우리에게 진 파키스탄만 해도 1천 개가 넘는 하키팀이 있고 최고 인기 종목 중 하나인 하키 선수들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키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비인기 스포츠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세계적 대회에서 메달을 딸 때만 반짝 관심을 받는 것이 전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하키협회장 선출 등 협회의 행정적인 문제가 겹치면서 대표팀마저 대회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4월16일에야 구성됐다. 대표팀 감독은 그보다 늦은 4월21일에야 뽑았다. 더구나 네덜란드에서 뛰는 서종호, 장종현 등 간판선수들은 리그가 끝나지 않아 대표팀에 합류하지조차 못했다. 사실상 메달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대로 손발도 못 맞춰보고 나간 팀이 우승한 것이기에 협회 관계자들마저 기적이라고 얘기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강한 체력과 파워, 스피드와 조직력을 앞세우며 꾸준히 세계 정상권에 머물러왔다. 남자 대표팀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으며 여자 대표팀도 1988년 서울올림픽,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4년마다 열리는 하키월드컵대회에서는 2002년 말레이시아월드컵과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2회 연속 4강에 진출했다. 이달 현재 남자 대표팀은 세계랭킹 5위고 여자는 10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아쉽게도 남자 대표팀은 6위, 여자는 9위에 그쳤다. 그동안 손에 잡힐 것 같던 정상이 더 멀어진 것이다.

내년 우리나라 남자 대표팀은 다시 한 번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이번 아시아하키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내년 3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제8회 세계남자월드컵 하키선수권대회 출전권을 얻었기 때문이다. 목표는 메달권 진입이고 그동안 우리나라가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성적을 감안한다면 불가능하지도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하키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좀 더 많은 지원과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돈도 안 되고 고생스러운 종목인 하키를 하려는 학생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복싱 등 우리나라가 한때 세계 정상에 머물렀다가 선수 부족으로 추락한 종목들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는 하키 종목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조명준 한국 남자하키대표팀 감독은 "세계 랭킹에서 5위에 올라 있다"며 "국민의 무관심이 아쉽기도 하지만 성적이 나와야만 관심을 두는 이상 우리가 좀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먼저 노력하겠다"며 좀 더 많은 관심을 촉구했다.

더 많은 지원과 관심으로 세계 정상에 뛰어오를 것인지 아니면 바닥으로 내려갈 것인지 우리나라 하키가 갈림길에 섰다.

출처 : 대한체육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