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유월 위로 죽비인양 비 뿌린다 미처 탁발을 못한 다람쥐 부부 한 쌍 털어낸 부스러기를 두 손으로 받아든다
올라야 닿는 데라면 또한 욕망 아니랴 키 낮춘 산죽들의 용맹 정진 푸르른데 멀어진 염불소리는 돌 속에서 깨어나네
떡이며 쌀을 짊어진 허리 굽은 보살들 등 떠미는 바람에도 이마 총총 맺힌 사리 가는 곳 다 안다는 듯 하늘로 빠져든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셔 둔 곳이다. 적멸보궁의 뜻은 '온갖 번뇌망상이 적멸한 보대로운 궁'이란 뜻이다. 석가모니불이 깨달음을 얻은 후 최초의 적멸도량회를 열었던 중인도 마가다국 가야성의 남쪽 보리수 아래 금강좌, 즉 적멸도량(寂滅道場)을 상징한 데서 비롯된다. 시중화자는 땀을 흘리며 적멸보궁을 향해 오르다 '올라야 닿는 곳은 이 또한 욕망 아니랴'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런 생각을 하니 이마에 맺힌 땀이 사리다. 그래서 적멸보궁은 목적지가 아니라 거길 향해 가는 과정의 수양인 것이다. - 이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