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작품에 등장하는 '황제'을 제외한 인물, 단체 및 용어는 실제와 무관하며, 종교 및 정치적인 의도가 일절 없음을 밝힙니다. )
( 김수땡은 돼지입니다. )
수다이니우스 3년 5월 7일
대변인이 말을 끝나자마자 회견장은 카메라 플래시 소리로 가득 채워졌고, 일반 의회의 소집 현장으로 바로 떠나는 기자들도 보였다. 나도 그 중 하나였기에 재빠르게 자리를 정리하고, 물 한모금을 마시며 중계차에 올라탔다.
화자 구분색: 차에 같이 탄 동료
오늘 소집 때 총리도 오겠지?
아마도, PM-OD(대총리질문회) 여부는 정해졌대?
아니, 민련이 그거 하기 싫다고 별 말을 다 하던데.. 야당 쪽은 그거 듣고 빡쳐서 PM-OD 법을 이번에 상정시키겠다나 뭐라나.
그렇게나 빨리 한다고? 그나저나 야당이 동의는 할까? CA(크라운 어게인)는 배쨀 거고..
뭐, 그 때 가서 봐야겠지.
얘기를 나누다보니 안드루메리흐 궁전에 도착했다. 일반 의회 의사당으로 쓰일 곳이다. 소식통에서 들은 바로는 황실 쪽에서 원래 이 곳을 자주 썼다가 최근에 새로 지은 궁전으로 이전해서 남아도니까 그냥 짬 때렸다고 한다. 그 궁전을 어떻게 개조했을지도 궁금하지만, 일단 밖에서 보는 것 만큼은 뽕이 차지 않을 수가 없다. 당장 몇달 전까지 메인으로 썼던 궁전이니까. 다만 개조를 꽤 크게 해서인지 천장은 돔으로 된 유리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개조를 하면서 정문 입구의 위에는 기존에 없었던 문구가 새롭게 적혀 있었다:
자유는 그대를 위해 태어났으니, 그대로 하여금 빛내도록 하라.
(VRIJ ESTO VÕÕR ÞIE, MAXT VRIJ LUXEZ ÞIE.)
동료는 중계차에서 카메라와 마이크를 챙겨 복도에서 의원들이 들어서는 모습을 찍었고, 나는 펜과 공책을 챙겨서 본회의장으로 갔다. 본회의장에 들어선 나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예상과 같이 유리로 된 돔형 천장에서는 햇빛이 환히 비추고 있었고, 의원들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의석들은 가운데 원형 탁자를 중심으로 둘러싸 있었다. 나중에 보니 여야 대표가 가장 안쪽의 의자에 앉고, 그 외의원들이 둘러싸서 앉는다고.
동료가 본회의장까지 마저 찍고 나서 우리는 본회의장의 가장자리에 있는 발코니에서 본회의가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의원들은 물론 총리, 야당 대표들도 의석에 앉아있었다.
오후 6시 28분,
"의원 및 관중 여러분, 지금 제1대 일반의회 의장이신 그란디 마시슈티 전하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진행자가 말했다.
??? 아니 저 사람이 의장이라고??
왜?
귀족이잖아!
뭐????
그렇다. 어째서인지 의장은 그란디 마시슈티 경이었다. 수정헌법에 따르면, 일반의회 의장은 여당에서 제시한 임명안에 대해 의회에서 동의를 받아 황제가 공식적으로 임명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다만, 황제는 이에 대한 거부권을 집권 기간 동안 3번 행사할 수 있고, 이에 경우 황실 측에서 임명안을 의회에 제출하여 이를 수용할지에 대해 의결 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거부하면 여당은 임명안을 다시 새로 써서 올려야 한다. 그말인 즉슨 황제가 민련의 임명안을 보고 생때를 부려서 자기 사람으로 어떻게든 임명시켰다는 것이다.
뭔가 잘못됐다.
정말 무슨 생각으로 귀족을 임명시킨 걸까 생각에 빠지던 찰나에, 의장이 입을 열고 기조 연설을 진행했다.
화자 구분색: 일반의회 의장, 일부 의원들
"그란데 데쿠아 수정헌법에 따라, 그란데 데쿠아 일반의회는 후르누두의 총독이시며, 능사회의 수호자이시고, 그란데 데쿠아의 황제이신 수다이니우스 폐하로부터 그란데 데쿠아의 모든 입법 권한을 이양받았습니다. 이를 만국에 공포합니다. 자비로운 능사의 이름으로, 존경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뜻깊은 순간에 함께해주신 기자 여러분, 그 외에도 함께해주시고 계시는 만국의 인민 여러분, 민주주의가 그란데 데쿠아의 품에 안겼습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2달 전, 데쿠아의 인민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자유를 갈망했고, 황제 폐하께서는 이러한 인민들을 이해하시어 인민중심의 국정 운영 시대를 열으셨습니다. 이제, 황제폐하께서는 정치적인 영역 밖에서 인민들을 보살피시고, 인민 통합의 상징으로 남으실 것입니다. 존경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이제 우리의 차례입니다! 3월에 인민이 갈망하던 자유의 정신과, 황제 폐하의 애민정신을 기억하고, 우리의 운명을 이제 우리가 직접 써내려야 합니다. 데쿠아의 민주화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일반의회는 데쿠아의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상하게도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기조 연설에 시민혁명의 비중이 적지 않았다.
물론 입헌군주제 전환을 황제의 넓은 이해심이라고 포장시킨 게 잘 했다는 건 아니지만 어쩌면 이미 예상된 표현이었기에 별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세!"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의장과 황제 옹호파들이 만세 삼창을 하고 바로 국가가 울려퍼졌다.)
"자손들이여, 하늘에서"
"열사들이 기뻐하니!"
"자유로 밝고, 빛나게 하라,"
"영광스러운 데쿠아를!"
모두 앞에 있는 국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유로 밝게 빛내라,"
"자유로 빛내라,"
"영광스러운 데쿠아를!"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군인들은 손바닥을 정면으로 보인 채로 거수경례를 했다.
"자랑스러운 인민이여!"
"어두운 웃음이 걷히니,"
"깃발을 더 높이 들거라!"
의원 대부분은 일어나서 큰 목소리로 부르고 있었지만,
CA(크라운 어게인) 소속 의원과 관계자들은 그저 일어서서 가만히 있었다.
가사에 황제에 대한 찬양이 들어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시민 혁명으로 교체된 국가기 때문에 더더욱 부르기 싫었을 거다.
한 관계자는 "이딴 건 국가가 될 수 없다!! 이건 황제에 대한 불경이다!!" 라고 소리도 질렀다가 결국 끌려내려갔다.
진짜 어지럽네...
"깃발을 높이 들고, 그대의 목숨을 바쳐 헌장을 지키거라!"
"그대의 목숨을 바쳐 헌장을 지키거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밖에서 희미하게 예포 소리도 들렸다.
의원들은 곧 진행될 본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몇몇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총리는 의외로 대화를 나누지 않은 채 조용히 본회의를 준비했다. 아마도 본회의 때 할 게 있나보다.
화자 구분색: 마흐슈 수르뱌오 어라이즈 의원 / 하무드 포워드만 쿠코로당 의원
의원님 혹시 후르누두(그란데 데쿠아의 자치령으로, 시민 혁명 이전부터 많은 자치권을 얻고 있었다. 현지인은 능사회를 믿지 않는다.)에 가보신 적 있으십니까?
예예, 전 가봤습니다. 날씨도 좋고, 먹을 것도 많더라고요.
저희 애가 계속 샤퍼드 파이 먹고 싶다고 징징대서 이번달에 잠깐 갔다 와보려고요ㅎㅎ
그러시군요. 오실 때 제 것도 하나만 사다주시죠ㅎㅎ
아이 그럼요ㅋㅋ 근데 샤퍼드는 하셔(Xashər, 능사회에서 규정한 교리에 맞게 제작된 음식이라는 뜻이다.)가 아닐텐데 괜찮나요?
아, 저희 집은 능사회를 안 믿어서요. (쿠코로당 의원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무교가 많다.)
아....
단상에서도 마이크를 조정하고, 전자투표 시스템을 테스트하며 마지막까지 본회의를 준비하는 데에 분주했다.
네 드디어 시험이 끝났습니다.
추석 기간 동안 가능한 많이 투고해보겠습니다.
다음화에는 본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PM-OD법에 대한 토론이 진행됩니다.
* PM-OD(Prime Minister-Opposition Debate):
영국 서민원의 풍습에서 가져온 것으로, 매주에 한 번 씩 제1여당 대표를
중심으로 하여 총리의 국정운영에 대한 토론을 진행
항상 일반의회를 읽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랑한 적 없다고요? 으쯔라구요 그냥 감사합니다.
+ 추신:
1. 안드루메리흐 궁전 정문의 위쪽에 적혀있었던 구문인 "자유는 그대를 위해 태어났으니, 그대로 하여금 빛내도록 하라."는 독일 연방의회(Bundestag) 의사당에 새겨진 빌헬름 2세의 비문인 "독일 국민에게 (DEM DEUTSCHEN VOLKE)" 를 참고했습니다.
2. 후르누두와, 후르누두의 특산품은 샤퍼드 파이는 당연하게도 꿀누도를 참고해서 제작했습니다.
3. 하무드 포워드만 쿠코로당 의원이 믿지 않는 능사회의 금식 규범 '하셔(Xashər)'는 유대교의 '코셔(Kosher)'를 참고했습니다. 또한 하무드가 능사회 신도가 아님에 대해 마흐슈가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은, 데쿠아에서 시민 혁명 이전부터 개인의 대한 종교적인 차이가 컸고, 세속주의가 어느정도 자리잡혀 있었기 때문임을 적용한 것입니다.
4. 그란데 데쿠아의 국가는 시민 혁명을 통해서 교체된 것으로, 시민 혁명 이전의 국가는 인민 내각에 의해 철저히 검열되어 사실상 '로스트 미디어' 신세가 되었습니다. 국가의 가사는 과거 브라질 제국의 '독립 찬가(Hino da Independência)'와, 포르투갈 왕국의 '헌장 찬가(Hymno da Carta)'를 참고해서 작사했습니다. (실제로 '독립 찬가'의 멜로디와 박자에 맞춰서 부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다만, 이는 음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