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폰카 에세이】
모과가 익어갈 때
― 산책길 모과나무와 대화
◆ 외모로 말하지 않고 향기로 말한답니다.
윤승원 수필문학인
▲ 모과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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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나무가 말했다.
“윤 선생님, 지난해 이맘때에도 저를 예쁘게 봐주셨는데 올해 또 저를 폰카에 담으시네요.”
모과나무가 그러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열매를 ‘못생김’의 대명사로 여기는 것에 대해 ‘명예회복’이 되었다고 말한다.
“윤 선생님의 에세이 ‘모과 예찬’ 덕분에 저의 신분이 격상됐어요. 지난해 가을에 쓰신 윤 선생님 에세이 제목이 《익어가는 모과를 바라보며 ― 나누고 싶은 모과 향》이었어요. 윤 선생님 덕분에 모과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졌어요.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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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글 :
https://blog.naver.com/ysw2350/22402000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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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나무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기는 처음이다.
마침 뒤따라오던 파란 눈의 외국 유학생이 말했다.
“이 노란 나무 열매 이름이 뭔가요?”
은발에다가 오뚝한 코, 인형처럼 예쁜 외국 여성이다.
▲ 뜻밖에 만난 외국 유학생(삽화=AI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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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반가웠다.
멋진 외모의 외국 유학생 호기심이 가을 풍경 대화를 풍요롭게 한다.
“모과나무는 ‘나무 오이’를 뜻하는 ‘목과(木瓜)’에서 유래했답니다. 노란 열매의 특징에서 나온 이름이지요.”
그러면서 덧붙였다.
“모과는 외모로 말하지 않아요. 향기로 말한답니다.”
그러자 외국 유학생이 학구적인 호기심에서 예술적 심미안까지 드러냈다.
“선생님은 그런 열매를 폰카에 담으시니 혹시 문학인이신가요?”
한두 마디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 유학생은 상대의 정체까지 파악한다.
“모과가 익어갈 때 저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요. 폰카에 담으면 그 향기가 온전히 제 가슴으로 느껴지거든요.”
그러자 유학생도 스마트폰을 꺼냈다. 노란 모과 열매를 폰카에 담으면서 말했다.
“이 아름다운 계절 가을에 대한민국 문학인 선생님을 운수 좋게 만나 저도 모과 향을 가슴에 품게 됐어요. 정말 멋진 일입니다.”
뜻하지 않은 일이다.
모과가 익어갈 때 예쁜 외국 유학생을 만나 모과 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가을 산책길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졌다.
말없이 지켜보던 모과나무가 오랜 친구처럼 나를 보고 정겹게 웃었다.
마주 보고 함께 웃으니 내 코끝에도 모과 향이 진하게 묻어난다. ■
2026.10.1. 아침 산책길
윤승원, 모과나무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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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설 / 감상평
이번 작품은 모과라는 평범한 가을 열매를 매개로 자연과 인간, 그리고 낯선 사람 사이에 따뜻한 대화가 피어나는 작품입니다.
특히 윤승원 수필가 특유의 ‘산책하다가 발견하고, 발견한 것을 마음속에서 이야기로 키워내는’ 작법이 잘 드러납니다.
《모과가 익어갈 때》 감상평
― 향기로 말하는 열매, 사람의 마음을 잇는 가을 수필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모과나무를 하나의 생명 있는 화자로 세운 발상입니다.
“윤 선생님, 지난해 이맘때에도 저를 예쁘게 봐주셨는데 올해 또 저를 폰카에 담으시네요.”
이 한마디에서 모과나무는 더는 배경이 아닙니다. 산책길에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가 작가와 인사를 나누는 오랜 친구로 변합니다.
자연을 관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연과 대화를 나누는 순간, 평범한 모과가 문학적 존재로 다시 태어납니다.
특히 “모과는 외모로 말하지 않아요. 향기로 말한답니다.”라는 문장은 이 작품의 핵심적인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모과는 겉모습만 보면 투박하고 울퉁불퉁합니다. 그러나 익어갈수록 은은하고 깊은 향기를 품습니다.
작가는 이 특성을 단순한 식물의 특징으로 설명하지 않고 사람의 삶과 품격에 대한 은유로 확장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음의 아름다움이나 겉모습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몸과 마음에 배어나는 인품의 향기가 더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향기로 말한다”는 모과의 말은 결국 작가가 독자에게 건네는 삶의 메시지처럼 읽힙니다.
외국 유학생의 등장은 작품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두 번째로 돋보이는 부분은 산책길에서 만난 외국 유학생과의 짧은 만남입니다.
“이 노란 나무 열매 이름이 뭔가요?”
단순한 질문 하나가 모과에 관한 이야기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로 작품의 무대를 넓힙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유학생이 모과의 이름을 묻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가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혹시 문학인이신가요?”라고 묻는 장면입니다.
이 대목에는 작가 특유의 소박한 유머와 은근한 자기 발견이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문학인 신분을 먼저 내세우지 않습니다.
그저 모과를 좋아하고 폰카에 담는 산책객일 뿐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눈에는 그 행동 자체가 문학인의 모습으로 비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장면은 작가의 문학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문학은 특별한 장소에서만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길을 걷다가 나무 한 그루를 오래 바라보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사진 한 장이 문학적 대화로 확장됩니다
폰카 사진도 작품의 정서를 잘 보여줍니다.
사진 속 노란 모과는 아직 완전히 익은 듯하면서도 푸른 기운을 조금 머금고 있습니다. 주변의 잎과 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고, 한가운데 모과 한 알이 시선을 붙잡습니다.
이 사진은 단순한 ‘모과 사진’이 아니라 작품 속 대화의 출발점입니다.
사진을 찍은 순간 작가는 모과를 보았고, 모과를 본 순간 지난해의 기억을 떠올렸으며, 기억은 다시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한 알의 모과가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 한국인과 외국인을 연결하는 작은 매개체가 됩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이 아름답습니다
“말 없이 지켜보던 모과나무가
오랜 친구처럼 나를 보고 정겹게 웃었다.”
이 결말이 참 좋습니다.
처음에는 작가가 모과나무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중간에는 외국 유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모과나무로 돌아옵니다.
나무 → 사람 → 나무
이렇게 작품의 시선이 한 바퀴 돌아오면서 처음의 모과나무가 이제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오랜 친구’가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마주 보고 함께 웃으니
내 코끝에도 모과 향이 진하게 묻어난다.”
여기서 실제 모과 향과 마음의 향기가 겹쳐집니다. 모과의 향기가 코끝에 묻어난다는 표현은 곧 좋은 만남과 좋은 마음의 향기가 사람에게 스며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 이 작품의 문학적 매력
이 수필의 미덕은 거창한 사건을 만들지 않는 데 있습니다.
모과 한 알, 스마트폰 한 대, 산책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 한 명.
이 세 가지 아주 작은 소재만으로 작가는 가을의 풍경을 인간적인 이야기로 바꾸었습니다. 이것이 윤승원 수필의 장점인 생활 속 발견과 따뜻한 인간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전작 《익어가는 모과를 바라보며―나누고 싶은 모과 향》을 작품 속에 다시 불러온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해의 모과와 올해의 모과가 이어지면서 작가와 자연 사이에 시간을 함께 보내온 관계성이 만들어집니다.
결국 《모과가 익어갈 때》는 모과에 관한 수필이면서 동시에 ‘익어간다는 것’에 관한 수필입니다.
모과가 익어가듯 사람도 익어가고,
모과에 향기가 깊어지듯 사람의 마음에도 삶의 향기가 깊어집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마지막에는 모과 향만 남는 것이 아닙니다.
한 작가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낯선 사람과 기꺼이 대화를 나누는 마음, 그리고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바라보는 마음의 향기가 오래 남습니다.
“모과는 외모로 말하지 않아요. 향기로 말한답니다.”
이 한 문장이야말로 이번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작지만 오래 남는 수필의 향기라고 생각합니다.
■ 작가에게 드리는 말씀
이번 작품은 정말 모과 한 알에서 사람의 향기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따뜻한 수필이라 감상하는 저도 즐거웠습니다.
특히 “모과는 외모로 말하지 않아요. 향기로 말한답니다.”라는 문장은 작품을 대표하는 좋은 문장입니다.
모과의 생김새와 사람의 삶을 겹쳐 놓으면서, 선생님의 문학관까지 은근히 드러나는 대목이지요.
무엇보다 마지막의 “내 코끝에도 모과 향이 진하게 묻어난다”라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독자에게도 그 향기가 전해지는 듯합니다.
가을 산책길에서 만난 모과 한 알이
한 편의 수필이 되고,
낯선 유학생과 짧은 만남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문학이 되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제목 그대로 ‘모과가 익어가는 이야기’이면서, 작가의 삶과 마음도 함께 익어가는 이야기라고 느껴집니다. ♧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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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카페 댓글
◆ 낙암 정구복(역사학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26.10.01.14:24
모과의 짙은 향을 맡는 것 같습니다. 풍성한 가을에 탐스러운 모과 생각이 그립습니다. 겉모습보다 내면의 숨결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답글 / 필자 윤승원
요즘 산책길이 즐겁습니다.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폰카에 담으면 마음이 풍요로워집니다. 오늘은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그윽한 모과 향을 많은 문인과 나누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교수님께서도 폰카 속 모과 향을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