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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부녀회는 더 이상 여성들만의 ‘수다’ 모임이 아니다. 이제는 여러 가지 행사를 열면서 아파트 공동체를 이끄는 ‘아파트의 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방 강촌마을(대구시 동구 방촌동) 부녀회는 여느 부녀회에서 부러워할 만큼 왕성한 활동으로 유명하다. 우방 강촌마을을 소개하면서 부녀회를 빠트리면 할 이야기가 없을 정도다.
요즘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지하는 요가를 배우려는 주민들의 열기로 달아오른다. 이 아파트 부녀회는 지난 8월 창고로 쓰일 뻔한 지하 공간을 새롭게 단장하고 요가 교실로 탈바꿈시켰다. 지난 12일 오전 10시. 은은한 인도풍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50평 남짓한 방에 30명 가량의 여성들이 열심히 몸을 비틀고 있다.
엄숙한 분위기에다 모두들 표정까지 사뭇 진지해 들어서기가 멋쩍을 정도다. 대부분 자녀 한 두 명은 가졌을 법한 주부들이지만 요가로 단련된 몸인지 의외로 유연하다. 일주일에 두차례씩 오전과 오후로 나눠 열리는 요가 강좌는 오전엔 주부들이, 오후엔 남성들과 직장인들이 수강생의 주류를 이룬다.
강사 오유선(33`여)씨는 “보통 사설 학원에서는 느슨하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는 생각보다 무척 타이트하게 진행된다”라고 설명한다. 아직 자세 교정을 가르치는 초보 수준이지만 수강생들은 어느 곳보다 착실히 잘 따라준다고 한다.
원래 이 곳은 아파트 동대표들의 회의실로 활용되던 공간이었다. 그러다 무용지물인 된 이곳을 활용해볼 요량으로 부녀회에서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요가 교실을 꾸몄다. 수강료도 강사비 명목으로 한달에 1만 원이다보니 강좌를 열자마자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아이를 돌봐야 하는 주부 주일향(43`여)씨는 평소 요가에 관심이 있었지만 요가 학원을 다닐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아파트 내에 요가 강좌가 생기고는 무척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아이를 키우는 와중에도 1시간 정도는 자신의 몸을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즐겁다”라며 싱글벙글 웃었다.
주부 허세정(51`여)씨도 만족하긴 마찬가지. “오래 전부터 요가를 배워볼까 생각했지만 보통 사설 학원은 수강료가 비싸 계속 주저해 왔어요. 10만 원을 내고 사설 요가학원을 다니던 딸도 몇 번 다니다 말더라구요. 하지만 여긴 수강료도 부담 없고 강사 선생이 무척 열성적이라 마음에 들어요.”
부녀회에선 주민들 호응을 등에 업고 앞으로 더 많은 취미 강좌를 열 예정이다. 1주일 전에 가요 교실을 시작했으며 곧 유명 스님을 초빙해 수지침 교육도 선보이려고 준비하고 있단다.
“예전엔 반상회가 있어 주민들끼리 교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마저도 없어져 옆에 누가 사는지 누가 이사를 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한마디로 주민간에 단절이란 벽이 생긴거죠.”
서재현(56`여) 부녀회 회장은 “이런 취미 활동을 더욱 확대해 주민들끼리 얼굴도 익히고 친목도 다질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 부녀회원 송옥자씨
어느 모임이나 잘 드러나진 않지만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있기 마련. 우방 강촌마을에선 송옥자(48`여`사진)씨가 그런 인물이다. 여태껏 부녀회 행사를 한번도 빠짐없이 참여하면서 궂은 일을 책임졌다는 주위의 한결같은 칭찬이 있다.
얼마 전 아파트 바자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그 날은 송씨 집에 제사가 있던 날. 송씨는 그렇다고 바자회를 빠질 수 없어 새벽 5시부터 몸을 일으켜 제사 음식을 다 장만해놓을 만큼 부지런을 떨었다. 그런 뒤 곧바로 바자회로 직행해 밤 9시까지 이래저래 쫓아다니다 다시 집으로 들어와 제사를 지냈다고.
“부녀회 일을 열심히 하려면 집안일도 소홀히 하면 안되죠. 잘못하다간 남편에게 꾸지럼 듣기 일쑤니까요. 두 가지를 모두 잘하려고 하니 몸이 피곤한건 사실이지만 주민들의 칭찬 한마디를 들을 때는 보람을 느껴요.”
부녀회가 하는 일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송씨의 말문은 끊이질 않는다. 그만큼 부녀회에선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아파트 내 영세민과 홀몸노인 돕기는 물론이고 대구 근교 농촌에 일손 돕기를 나가는 일도 빠트리지 않는다. 요즘은 일 잘한다는 입소문이 퍼져 가끔 농촌에서 요청도 들어온단다.
그래도 송씨는 “지난달 색소폰 연주회가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다”라고 했다. 주민들 사이에 예전에 없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기 때문. 현장에 다른 아파트 주민들까지 몰려와 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특히 집 안에서 감상했던 주민들이 소리가 은은하게 울렸던지 너무 좋다고 아직까지 말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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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 쫓고 집중력 높아져 '명물장소' | ||
독서실 운영자 송유철(44)씨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곳 아파트 독서실은 아파트 입구에 독서실을 알리는 큼직막한 푯말이 서 있을 정도로 어느새 명물이 되었다. 경로당 지하에 마련된 73평 규모의 독서실. 130명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규모는 여느 독서실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특이할 만한 것은 독서실 곳곳에 설치된 산소 발생기. 송씨는 “산소가 졸음을 줄이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한다. 평일인데도 다른 사설 독서실 못지 않게 사람들이 많다. 이곳도 처음에는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점점 학생들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송씨가 관리를 맡으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2년 전부터 책상과 실내를 확 바꾸고 올 6월에는 산소발생기까지 곳곳에 설치한 것. 운영자 송씨는 “독서실은 관리가 생명”이라고 강조한다. 이곳은 보통 중`고생 뿐 아니라 취업 준비생이나 일반인들이 40% 가량 차지한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다. 반년 동안 꾸준히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는 복학생 임경수(23)씨는 “이 근처에 이만한 독서실이 없다. 가깝고 분위기도 조용한데다 저렴한 가격 등 모든 요소를 다 갖췄다”라고 평했다. 박경진(18)군도 “보통 사설 독서실은 수다 떠는 학생들로 시끄러운 편이지만 이곳은 감독이 잘 돼 무척 조용하다”라고 했다. ◇ 부녀회 히트상품 '재생비누' “지난 2002년 6월 방송에서 가정에서 의외로 환경오염을 많이 시킨다는 보도를 봤어요. 우리 아파트도 금호강을 옆에 끼고 있어 남의 일 같지 않더라구요. 결국 부녀회에서 폐 식용유를 이용한 재생비누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죠.” 강봉연(45`여) 부녀회 부회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재생비누를 직접 만드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알음알음 재생비누 기술자를 찾아가 이것저것 방법을 배웠지만 막상 제작을 해보니 엉망이 되는 일이 허다했다. 강 부회장은 “처음에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라고 회고한다. 수 차례 실패를 거듭하고서야 비로소 그들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폐식용유 18ℓ에 가성소다 3.6ℓ, 물 3.6ℓ를 각각 넣은 뒤 옥시크린 한 스푼을 넣고 30분 가량을 계속 휘저어야 한다는 비법을 터득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250개의 재생비누는 꼭 묵 같이 생겨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몇몇 주민들이 관리사무소에 쭉 말려놓은 재생 비누를 보고 ‘묵 좀 달라“라며 요구를 한 적도 있단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재생비누는 다행히 지난 2002년 7월 바자회에 첫 선을 보인 뒤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히트 상품이 되었다. 사람들이 한번 써보더니 효과를 알아보고 계속 찾는다는 것. 강 부회장은 “시중보다 싼 가격에 묵은 때를 씻어낼 때 보통 비누보다 효과적이다. 다른 아파트 주민들도 많이 찾는다”라고 했다. 재생 비누에서 나온 수익금은 모두 불우이웃 돕기나 아파트 조경에 사용된다. 재생비누로 이곳 아파트는 환경과 복지 사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